마을과 함께하는 공동체-음식봉사단 ‘일우회’

2010년 결성, 연 6회 봉사, 베테랑 실무자 16명 참여
어려운 이웃 찾아다니며, 짜장면·탕수육·만두 요리

5월 10일 오전 8시 관산동 행정복지센터 앞 주차장. 흰색 1톤 트럭 한 대가 짐을 풀었다. 조리 기구부터 가스통, 무거운 제면기, 그릇 등 다양한 기구들이 하나둘 내려졌다. 12시간 전인 저녁 8시부터 굵직한 조리용 물품들을 말끔히 준비하고 밤 12시에 마무리를 했다. 잠깐 3시간을 눈 붙이고 다시 새벽 3시에 일어나 신선도가 생명인 채소와 밀가루 반죽, 탕수육 애벌 튀김 등을 아침 7시까지 준비했다. 

 일우회는 박성만 회장(앞줄 가운데)을 중심으로 한 회원들이 지역의 다양한 곳을 찾아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된 음식 봉사를 한다.  
 일우회는 박성만 회장(앞줄 가운데)을 중심으로 한 회원들이 지역의 다양한 곳을 찾아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된 음식 봉사를 한다.  

1톤 트럭과 다마스 경차에 가득 실린 조리기구와 식기, 음식재료가 관산동으로 떠났다. 도착 시각은 아침 8시. 차에서 내린 봉사자들은 기지개를 길게 켜고, 평상시 일인양 각자의 일에 신속하게 움직였다. 식기와 조리기구, 가스통, 그릇, 음식 등을 조심스레 내린 뒤 모든 정리를 마치고 현수막을 걸고 단체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순간 책임감으로 마음을 다잡고, 깔끔하게 준비를 마쳤다. 길고 넓게 식탁이 깔린 공간이 대형 연회장으로 변했다. 이날 열린 관산동 경로잔치는 푸짐한 마을잔치로 펼쳐져 어르신들의 흥을 돋웠다. 바쁜 와중에도 짜장면 봉사단 ‘일우회(회장 박성만)’ 회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일우회는 파주에서 중국요리점에 각종 재료를 공급하는 ‘영등포상회’의 박성만 회장과 중국음식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2010년에 결성한 순수 봉사단체다. 박성만 회장의 사업장이 있던 덕양구 내유동에서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구성이 됐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을 제외하면 1년에 6회 봉사를 한다. 덥거나 추우면 음식이 상하거나 그 맛이 잘 표현되지 않기에 주로 봄철과 가을철에 봉사를 한다.

박성만 일우회 회장. '영등포상회'를 운영하는 그는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음식봉사에 솔선수범한다.
박성만 일우회 회장. '영등포상회'를 운영하는 그는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음식봉사에 솔선수범한다.

“처음 2년여는 준비하는 기간으로 봉사의 과정과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논의하는 시간이었어요. 정식으로 조리기구를 마련하고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처음 시작은 7명이었는데 점차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16명의 정예 멤버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라며 박 회장은 일우회 여정을 소개했다.
짜장면과 탕수육, 만두 위주로 음식 봉사를 하는 일우회.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현장의 상황을 몇 차례 겪어보니 장소와 환경의 한계로 제약이 많았고, 음식 조리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대표적인 음식 세 가지만 정말 맛있게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있었고, 짜장면과 탕수육, 만두를 차려내 지역민들과 만나고 있다. 메뉴를 줄이면서 한층 요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신선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고양동에서 있었던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짜장면 드시는 날에 회원들이 함께 했다.
고양동에서 있었던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짜장면 드시는 날에 회원들이 함께 했다.

“음식이 모자라 못 드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예상인원에 10%를 더 준비합니다. 남을 때도 있지만 거의 다 소진돼요. 더불어 주변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고요. 그래서 항상 조금 더 준비합니다. 맛있다고 하시면서 우리 요리를 좋아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라며 일우회 박동근 팀장은 봉사의 뿌듯함을 말했다.
일우회가 꾸준히 소수정예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 덕분이다.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단원 이탈이라는 크고 작은 마찰과 일들이 있었지만, 박성만 회장이 꼿꼿하게 구심점 역할을 해줘 봉사단의 본래 목적을 이어올 수 있었다. 안정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현장이라는 일우회는 아무리 좋은 재료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도 단체의 화합이 없다면 음식은 맛없고, 현장 분위기는 당연히 안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까탈스럽게 회원 검증을 거쳐 최종회원이 되는데, 특이한 가입조건은 같이 술을 마셔보는 것이다. 

관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있었던 경로잔치에 일우회의 탕수육을 나르고 있는 봉사자.
관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있었던 경로잔치에 일우회의 탕수육을 나르고 있는 봉사자.

박성만 회장은 “저희는 회원 가입을 희망하고 추천을 받으면 술자리를 같이해요.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이 보이거든요. 사람들이 보는 시각은 다 비슷하더라고요. 회원들과 논의하다 보면 회원 자격 유무가 결정됩니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자세가 보이더라고요. 까다로워야만 일우회가 사심 없는 순수한 봉사단체로 꾸준히 갈 수 있으니까요”라며 회원들 화합의 비결을 귀띔했다.
회원들은 봉사 날에는 대부분 참여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전날 재료를 만드는 시간과 현장 봉사를 바꿔서 한다. 재료를 준비하는 날에는 박성만 회장의 아내와 아들도 함께해 여러 준비를 도와주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역할이 회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무엇하나 정성이 안들어간 것이 없다. 아찜일찍 면을 뽑아 신선한 음식을 대상자들과 함께 나눈다.
무엇하나 정성이 안들어간 것이 없다. 아찜일찍 면을 뽑아 신선한 음식을 대상자들과 함께 나눈다.

순수한 친목 봉사단체로 깨끗하게 운영되는 일우회는 자부심이 크다. 봉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과 지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회원들은 중국요리업계에서 기본 20년에 35년 경력을 가진 노련한 베테랑 요리사이자 주인장으로, 힘들다는 티를 내지 않고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봉사를 한다. 
박성만 회장과 회원들은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활성화되고 내실의 규모가 커져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하고 싶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몸이 자산이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매번 우리 회원들에게 많이 고마워요. 힘도 들 텐데 내색 안 하고 묵묵히 해주니 뭐든지 다해 주고 싶어요”라며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참된 봉사를 같이 해나가겠습니다”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일우회는 마음가짐을 가지런히 하기위해 요리 할때 입는 옷 역시 가지런하고 깨끗하게 관리한다.
일우회는 마음가짐을 가지런히 하기위해 요리 할때 입는 옷 역시 가지런하고 깨끗하게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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