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정세균 안전보건공단 부장
[고양신문] 건설공사가 대형화됨에 따라 굴착기, 덤프트럭, 롤러 등 건설장비의 사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건설장비 관련 충돌, 깔림 등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5년 건설업 중대재해 분석결과 굴착기, 덤프트럭, 롤러 등 건설장비에 의한 중대재해는 연평균 68건이 발생해 건설업 중대재해의 약 16%를 점유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장비 종류는 굴착기, 덤프트럭, 화물자동차, 레미콘트럭, 지게차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건설장비에 의한 재해유형을 조사해 보면 충돌이 연평균 24건 발생해 건설장비 사망사고의 35%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장비가 전진, 후진, 회전 등 이동 시 유도자를 배치하지 않고 후진경보장치, 후방카메라 등 안전장치가 없거나 고장 상태로 작업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에서는 건설장비 사용 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에 의거 차량계 건설기계와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교육한 후 작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업계획서의 주요 내용은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작업계획서 작성, 유도자 미배치, 근로자 교육 미시행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건설장비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건설장비를 운전하려면 일정한 자격이 필요한데 주요 장비별 운전원 자격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3톤 이상 굴착기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가 필요하지만 3톤 미만 굴착기는 소형기계 조종교육 이수만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덤프트럭은 1종 대형 또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가 필요하고 3톤 이상 지게차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가 필요하지만 3톤 미만 지게차는 소형기계 조종교육 이수만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3톤 미만의 굴착기와 지게차는 교육 이수만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실제 건설현장에서 운전미숙, 차량전복 등 사망사고가 잦다. 최근 고양시 소재 OO호텔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 초소형 굴착기가 계단을 내려가다 전복돼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는데, 초소형 굴착기는 운전자격이 필요 없고 건설기계 등록증도 없다고 하니 앞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건설장비 운행 시 유도원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유도자는 인력회사를 통해 채용되고 있고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 외국인, 여성 등 취약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 건설현장의 신호수, 유도자 채용과정을 살펴보면 신호, 유도업무 3년 이상 경력자를 채용하고 사내에서 신호수, 유도자 전문교육 이수 후 자격시험 합격자만을 작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고 신호수, 유도자 합격필증을 지참한 후 신호, 유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건설장비는 대부분 임대 장비로서 사용 전 건설기계 등록증을 통해 안전인증 수행 및 법정 정기검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고 현장 안전관리자, 관리감독자 등이 육안점검 위주의 제한적인 점검을 수행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 건설현장만이 본사 전문인력 및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장비점검이 수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동작업이 많은 굴착기, 덤프트럭, 지게차 등은 후방카메라, 후방경보장치, 경광등, 접촉방지봉 등 안전장치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으나 노후화된 건설장비에는 위에서 언급한 안전장치가 고장 난 상태가 많아 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남양주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 후진 중 작업자가 바퀴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고를 조사해 보니 운전자가 후방카메라, 후진경보장치 고장을 알고 있었으나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비용이 부담돼 차일피일 수리를 미루다 사고가 났다고 말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안양에서 도로 관로공사 후 임시포장 작업 중 롤러에 깔려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였는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운전 중인 건설장비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힐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작업은 롤러 전방 약 3m 앞에서 아스팔트 평탄화 작업을 하였고 근로자들은 어처구니없는 죽임을 당했다.
건설장비의 안전장치 점검은 우리가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해서 건강검진을 미루다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서 초기에 병을 발견한다면 암도 완치할 수 있듯 현장에서 후방카메라, 후진경보장치 등 안전장치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은 건설장비 관련 사망사고 예방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형 건설현장 및 국토교통부 산하 관급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발주처 요구 또는 자체 안전기준에 따라 스마트 안전장비(사물 인터넷 및 지능형 영상시스템 등과 연동하여 장비 주변 작업자 접근 정밀 감지 및 작업자에 대한 위험 알림 기능이 있는 장치)를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은 추세이고 건설기술진흥법에서 스마트 안전장비 설치의 구입·대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은 건설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건설공사 참여자에게 무선안전장비와 융·복합 건설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장비 및 안전관리시스템의 구축·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제101조의 7에서 스마트 안전관리 보조·지원 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그 항목은 건설장비 접근 위험 경보장치이다.
건설장비에 의한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계획서 작성, 근로자 교육, 운전자격 확인, 안전점검에 의한 안전장치 이상 유무 확인, 신호·유도자 배치 등 건설장비 관련 안전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현장에서 건설장비 관련 기준을 준수해 다시는 건설장비에 충돌하거나 깔려 사망하는 근로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세균 안전보건공단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