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은경 고양생활악기시민합주단장

오카리나 1세대 실력자, 다양한 악기 강의
진심으로 음악 즐기는 반려악기 전도사
고양문화다리, 고양버스커즈 활발한 활동
뮤지션들과 ‘퍼펙트사운드팀’ 앨범도 발표

열정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유은경 고양생활악기시민합주단장. [사진=박석순]
열정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유은경 고양생활악기시민합주단장. [사진=박석순]

[고양신문] 25일 토요일 오후, 고양어울림누리 문화센터에서 시민합주단의 공연이 열렸다. 1부와 2부로 진행된 ‘고양 생활악기 시민합주단 축제’는 아마추어와 프로 연주자들이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트로트부터 클래식까지 오카리나, 칼림바, 텅드럼, 우쿨렐레 등 생활악기의 화음이 흥겹게 울려 퍼졌다.

축제를 기획한 유은경 단장은 오카리나 연주의 실력자로 인정받는 1세대 오카리니스트이자 생활악기 전도사이다. 유 단장은 한국생활음악교육총연합회 일산지부장을 비롯해서 수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고양시민들을 대상으로 7회의 무료 수업을 한 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유 단장은 연주자들 중에서도 유달리 흥과 에너지가 넘쳤다. 그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주엽동 연습실에서 자신이 펴낸 악보집을 들고 포즈를 취한 유은경 오카리니스트.
주엽동 연습실에서 자신이 펴낸 악보집을 들고 포즈를 취한 유은경 오카리니스트.

오카리나를 연주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성악을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음대 성악과에 지원했는데 낙방하고 일어 교육과에 입학했지요. 그런데 대학교 4학년 때 결혼을 하게 됐어요. 남편이 국비장학생으로 일본에 가게 돼서 함께 갔는데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인지 향수병에 시달렸고 우울한 상태에서 오카리나를 알게 됐어요. 그때 일본에서는 오카리나가 막 알려지고 유명한 연주가도 나오기 시작할 때 였어요. 우연히 듣게 된 그 음악이 나를 위로해주더라고요. 책을 사서 혼자 공부하고 연습했지요.

국내에서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고양시로 귀국을 했어요. 오카리나 배울 곳을 찾다가 마침 고양YWCA에 강좌가 있더군요. 열심히 들었는데 중간에 폐강이 되었어요. 우리끼리 모여서 연습을 하다가 수강생들이 저보고 강사가 돼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게 20년 전 일이네요.

YWCA에서 강사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지요. 사무실 직원이 행사에서 연주를 요청하더군요. 그래서 처음 무대에 서게 됐어요. 제가 수강생들을 자꾸 무대에 세우는 이유는 저 스스로가 무대에서 성장해서 그래요. 책을 보고 100곡, 200곡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무대에 서면 한 곡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대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사진=박석순]
[사진=박석순]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하나로문화센터를 시작으로 여러 문화센터에 강의를 다니면서 2009년에 처음으로 ‘유은경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만들었어요. 코로나 전까지 16회를 했네요. 2019년부터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고양문화다리 공모사업에 참여했지요. 

YWCA에서 만든 파랑새 앙상블과 한 달에 한 번씩 오카리나 무료 연주 봉사를 6년 동안 했어요. 이분들은 모두 주부로 왔다가 지금은 음악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죠. 음악 이외의 활동으로는, 문화센터에서 일본어 강사도 겸하고 있어요, 일본어 강습 책을 6권 썼지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게 된 이유는.

많은 분들이 평생 취미로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다고 해요. 악기 연주는 또 다른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하고 매력적이죠. 하지만 코로나가 오면서 오카리나나 하모니카처럼 부는 악기는 연주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텅드럼이나 우쿨렐레 등의 생활악기로 범위를 넓혔죠. 

악기 연주의 좋은 점은 뭔가.

연주를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구나 자신감이 생기고 삶의 열정 또한 고조되지요. 저도 어렸을 때는 소극적이고 존재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성격이 무척 밝아졌어요. 올해 초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계세요. 아버지를 보니까 반려 악기가 절실하더군요. 아버지는 평생 일만 하시다가 갑자기 시간이 나자 주체를 못하세요. 어디 가서 배우는 것도 생소해 하시고요. 그래서 제가 버스킹을 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말해요. 악기 연주에 늦은 나이는 없으니, 노후 준비로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요. 

오카리나가 다양한 인연을 맺어줬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오카리나는 휴대하기가 쉬워요. 원래 재질이 흙인데, 아이들을 위해서는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사용하지요. 오카리나는 소리가 무척 아름다운데 사이즈가 작아서인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요. 플루트를 하다 오는 분들도 많은데, 오카리나에 심취해서 더 오래 하시더군요. 울림이 좋고, 정감 있고, 따듯하다고요.

음악을 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데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어요. 일본과 한국에서 한일교류 음악회를 각각 2회씩 진행하기도 했고요. 화전마을 주민들도 3년째 강습하고 있어요. 음악 덕분에 저를 가족처럼 대해 주시죠. 마음이 전달되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오카리나가 인간관계를 넓혀 주고 제 삶을 바꿔놨어요.

[사진=박석순]
[사진=박석순]

무대에서 보여주는 율동과 연주에 흥이 넘치는데.

제가 연주하는 3분이라는 시간이 관객들의 3분과는 다르잖아요. 제가 음악에 심취되어 있고 정말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고개를 흔들거나 몸을 뒤로 넘기는 것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서 그런 퍼포먼스들이 나오는데, 관객들도 좋아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망가지는 게 창피하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창피하지 않아요. 연주에 빠져 있는 그 순간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주지 않으면 관객들도 그렇게 박수를 치지 않을 거예요. 초등학교 수업을 가면 오카리나 모양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서 해요.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지요.

이번 공연에서 PST(퍼펙트 사운드 팀)과 협연을 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PST는 30~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데요. 드럼의 서우, 아코디언의 오주연, 콘트라베이스의 주지호, 그리고 저까지 4명이 뭉쳤지요. 각자가 고양버스커스로 활동하고 있는 실력있는 뮤지션들이고, 저는 고양버스커스 1기 출신이에요. 11일 고양행주문화제에서 첫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7월 23일에는 백마 화사랑의 ‘오픈 마이크’에서 창단음악회를 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고양시 문화회관, 항동 초등학교 등 여러 공연이 예정돼 있고요.

1집은 CD 정규 앨범을, 2집과 3집은 디지털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3집의 제목은 ‘봄 그리고 그대’로, 계절의 설렘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했지요. 현재 4집 작곡을 해 놨고, 조만간 음원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력은 뭘까.

저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성격적으로 맞더라고요. 오카리나가 친구들을 만들어 주고, 연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네요. 산속이건 어디서건 즉흥연주가 가능한 건 제가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죠. 열심히 하니까 배우는 분들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요. 

저는 고양버스커스로만 소속이 돼 있는데요. 명예 훈장 같아요. 고양버스커스는 어느 지역 보다 실력이 좋아요. 제가 버스킹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양문화재단에서 주말에 장비를 지원해 주는 덕분인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생활악기 합주단 공연은 올해 처음 했는데, 생활악기 전도사로 최고의 오카리나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정진할 겁니다. 

[사진=박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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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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