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마치고 야인 돌아간  김달수 전 도의원 인터뷰

[고양신문]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달수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2002년 고양시의원을 시작으로 20년간 풀뿌리 정치인으로 활동해온 그가 3선 도의원을 마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완패로 끝난 이번 선거, 특히나 중앙정치에 종속됐던 지역정치의 모습에 대한 김달수 의원의 평가는 어땠을까. 10대 도의회 임기를 마친 다음날인 1일 김 의원을 만나 지난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와 지방선거 평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20년간 풀뿌리 정치를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간 소회를 말한다면
2000년대 초반 환경운동연합에 있었을 당시 활동가들이 직접 지역 정치에 참여해 비판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보자는 흐름이 있었다. 그래서 2002년 덕양구 화정동에서 고양시의원으로 지역 정치를 시작했고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 뒤 희망제작소라는 민간 싱크탱크에서 3년간 지방자치를 연구하다가 2010년부터 12년 동안 3선 도의원으로 일했다. 
의정활동 기간 동안 정말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각양각색의 생각들을 들었는데 세상엔 고수들이 참 많고,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이면의 아픔과 입장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광야의 시민들이 우리 같은 정치인보다 훨씬 지혜롭고 대안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점을 느꼈다. 정말 많이 배웠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겸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또 하나 느낀 건 선거에는 전문가가 없다는 거다. 제가 20년 동안 제 선거 5번 포함 대선과 총선까지 10번의 선거를 치렀는데 매번 정치 상황과 민심이 달랐다. 선출직은 항상 선거 때마다 처음 뛰어든다는 자세로 유권자를 만나야 하고 절실함을 느껴야 한다. 저는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정수라고 생각하는데 선거기간 동안 시민들의 많은 요구와 때로는 욕설과 조롱을 받으면서 민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 특히 고양시는 12년 만에 시장 자리를 내주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정을 잘못 운영했고, 시민들과의 소통이나 당과의 협치 등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 정치를 잘못한 결과다. 유권자들은 갈수록 특정 정당에 줄투표를 하지 않고, 각 후보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교차투표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고양시를 놓고 봐도 민주당 김동연 도지사는 이기고, 민주당 시장후보는 7% 넘게 지지 않았나. 부끄럽고 뼈아픈 결과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뽑는 이유는 법과 제도로 풀기 어려운 지역문제와 지역 갈등을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해결해 보기 위해서 아닌가. 결과적으로 지난 4년간 그렇게 하지 못했고 선거 과정에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의제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치력과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지역이 보이지 않는 지방선거라는 평가가 있다. 예전에 비해 지역활동가 출신 정치인의 비중도 줄었고 거대양당 모두 공천 잡음도 많았다. 
지역정치인은 어떤 형태로든 지역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정당 내 경쟁을 거쳐 유권자들 앞에 나서야 한다. 지역위원장 한 사람의 의중이 결정하는 구조는 ‘공천’이 아니고 ‘사천’에 가까운 반민주적 행위이다. 특히나 이번 선거처럼 정당의 민주적 정치과정이 무시되고 지역위원장들의 사천이 난무한 경우는 난생 처음 본다.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적 과정이 전부 아닌가? 과정과 절차가 사라졌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간의 정치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정보고서를 통해 이러저러한 성과를 정리하긴 했는데 사실 성과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다. 경기문화의전당(경기아트센터) 고양시 이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고양시 유치, 고양종합운동장의 쓰임새를 제구성해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 장애인학교 추가 설립, 일산역에서 시작해 후동공원, 문화공원, 강선공원, 주엽공원을 거쳐 호수공원에 이르는 공원길을 문화예술 테마거리로 조성하는 사업 등등. 아쉽고 결과를 내지 못한 사업이 너무 많다. 지역주민들께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지난 4월 말 경기도의회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한 김달수 경기도의원
지난 4월 말 경기도의회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한 김달수 경기도의원

 

선배 정치인으로서 지역 정치에 바라는 점은
정치에 ‘선배’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치 경험이 많을수록 도그마와 경직성에 빠지는 걸 수없이 봐왔다. 오히려 초선이나 젊은 정치인들이 더 참신하고 혁신적이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 경험으로 한마디 한다면, 자기만 옳다는 ‘정의’ 관념과, 자신의 뜻과 생각만이 절대적 가치라고 믿는 ‘선민의식’, ‘신념윤리’ 같은 것들은 과감히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의심해야 다른 사람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더군다나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지 않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의사 표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 공론의 장에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는 결국 계층, 계급, 약자, 소수자, 종교, 인종까지 정말 다양한 처지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숙의를 통해 ‘사회적 공론’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먹고사는 일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다(웃음). 그리고 지역에서 정치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다. 사실 의원 활동을 하다 보니 시민과 단체장(집행부) 가운데 제3자의 시각으로 공과를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약 내가 시장이라면?’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생기게 된다. 꾸준히 지역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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