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석 칼럼 [내일은 방학]

송원석 문산고 교사
송원석 문산고 교사

[고양신문]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역사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건 최고의 수업. 마침 7교시 수업에 맞춰 누리호가 발사되니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10분 후에 누리호가 발사됩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추억은 순간에서 시작되니 오늘 추억의 순간을 만들어 봅시다.”

교실 앞 대형 TV에 작년 1차 발사 당시 준비한 수업 자료가 나오고 있다.   
누리호 이전의 나로호 역사가 지나가고 이번 발사의 과학적,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확인한다.  시간을 확인하니 just 3 minute. 아직 7분이 남았다. 아이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 다음 주가 시험이니 자습 시간을 기대한 눈치다. 수시 입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실질적인 고3 마 지막 시험이니 우주는 한국의 입시제도에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만다.   

아이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미끼로 선택한 '설레임'. 그닥 성공적이진 못했다. 
아이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미끼로 선택한 '설레임'. 그닥 성공적이진 못했다. 

자본주의 방식에 익숙한 나쁜 사회 교사는 아이들에게 달콤한 설레발을 쳤다. 
“작년에는 절반의 성공이였지만 오늘 발사가 완전하게 성공하면 내일 샘이 설레임 쏩니다.”

이제 모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그림이 상상되겠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제 필요한 건, 상황을 역전시킬 강력한 질문! 질문이 떠올랐다.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와 함께 떠나보내고 싶은 것은? 눈이 반짝인다. 역시 2년간 질문이 있는 수업을 한 보람이 느껴진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에도 꿈쩍 앉는 고3들이 질문 하나에 들썩인다. 꿈이 생겨 올해 정말 열심히 공부한 K는 점수는 상승했지만 등급은 그대로였다. 상대평가로 등급이 9개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K는 상대평가를 누리호와 함께 떠나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개월 동안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 P는 다음과 같은 말로 발사 7분 전을 고조시켰다. 
“ 1개월 동안 샤워 시간을 30분에서 5분으로 줄였는데, 욕실에 들어가면 2시간 샤워하는 내 동생을 누리호와 함께 떠나보내고 싶어요.”

생태 감수성이 높은 H는 얼마 살아보지도 않아서 환경 오염의 책임도 별로 없는 우리에게 교과서는 왜 자꾸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지 불만을 제기하며 꼰대 같은 교과서는 나로호와 함께 떠나라고 외쳤다. 

동물실험, 학벌, 외모 지상주의, 혐오와 편견, 내로남불의 대명사 정치인 등 지구를 떠날 부조리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7분을 넘어 20분간 누리호는 함께 떠날 동반자들을 많이 얻게 되었고 그렇게 지구를 떠났다.

집에 돌아와 작년 누리호 1차 발사 수업과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오늘 진행한 특별한 수업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작년과 같이 “열심히 일한 당신~, 누리호와 함께 떠나라”라고 말했다. 2년 연속 우주여행을 내게 양보한 아내가 참 고맙다. 궤도를 돌고 있는 누리호가 아직 조금의 여유가 남아 있다면 잠깐 지구에 내려와서 아래 뉴스도 데려갔으면 좋겠다. 다른 의미는 없다. 자꾸 밥맛이 없어져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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