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주엽역 광장 내 주엽커뮤니티센터로 내려가는 지하보도. 설계 당시 원래 있던 진입로 폭이 좁아진 탓에 기존 경사로가 철거되고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이 내려갈 수 없는 상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주엽역 광장 내 주엽커뮤니티센터로 내려가는 지하보도. 설계 당시 원래 있던 진입로 폭이 좁아진 탓에 기존 경사로가 철거되고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이 내려갈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완공된 주엽역 광장 리모델링 
지하보도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돼
휠체어, 유아차 등 이동약자 접근 불가
“탁상공론식 행정” 주민 등 반발


[고양신문]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일산서구 주엽역 광장 내 주엽커뮤니티센터 지하보도에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인권도시’, ‘무장애도시’를 표방한 고양시가 정작 공공시설 공사에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주엽커뮤니티센터 지하보도 공사는 2020년부터 시작된 주엽역 광장 리모델링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해당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는 광장의 넓이를 넓히는 대신 주엽커뮤니티센터로 통하는 지하통로 계단폭을 기존 16m에서 8m로 줄였으며 이로 인해 지하보도 공연장과 함께 기존 사용하던 경사로가 철거됐다. 현재 완공된 지하보도는 자전거, 퀵보드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된 폭 20㎝ 남짓의 경사로 외에는 모두 계단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문제는 해당 지하보도가 공공커뮤니티시설인 주엽커뮤니티센터로 접근하는 유일한 진입로라는 점이다.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으면서 이곳은 현재 휠체어 장애인이나 유아차 등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시민 모두에게 개방되어야 할 공공시설이 실제로는 이동약자들의 접근을 배제해버린 결과를 초래한 것. 

12일 현장에서 만난 안종훈 경기장애인인권포럼 간사는 “커뮤니티센터는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인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계단만 설치한 것은 장애인을 시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며 “장애인 이동권, 접근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고양시 행정은 거꾸로 가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엽커뮤니티센터에서 올려다 본 지하보도
주엽커뮤니티센터에서 올려다 본 지하보도
12일 현장에서 만난 안종훈 경기장애인인권포럼 간사는
12일 현장에서 만난 안종훈 경기장애인인권포럼 간사는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주민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황희숙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자전거 통행 경사로만 만들어 놓고 정작 휠체어 장애인, 유아차 끄는 부모 등의 편의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결과 주엽역 광장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 2020년 12월, 주엽커뮤니티센터 지하통로 설계를 놓고 공사주체인 일산서구청 환경녹지과를 비롯해 주엽커뮤니티센터 담당인 주민자치과, 인권팀, 공사업체 등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장애인 등 이동약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경사로와 리프트, 승강기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으나 결과적으로 2년 동안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채 준공 허가가 내려졌다. 

일산서구청 관계자는 “경사로 설치방안을 논의해 봤지만 구조상 이곳 지하통로는 기울기가 가파르게 설계될 수 밖에 없고 BF(barrier free)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안전상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신 리프트나 승강기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해 봤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주민자치과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아무런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결국 센터와 담당부서인 우리가 사후 수습을 떠맡게 된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번 문제는 고양시가 올해부터 무장애 도시를 선포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논란이 크다. 최윤혁 인권팀 전문위원은 “공사 과정에 인권팀도 참여해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민의 보편적 이동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대안을 살펴보고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센터 이용에 배제·소외되는 결과를 낳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앞으로 고양시 공공시설 완공에 앞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 실질적인 개선조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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