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시의원에 당선된 고양시의회 천승아 의원.
▲19세에 시의원에 당선된 고양시의회 천승아 의원.

학운협회장, 대형학원장 ‘아빠’
김현아-부친 독대 여러번 목격

당선자 천승아, 공천한 김현아 
‘허위경력 만든 의혹’ 고발당해
부친 “명예훼손” 맞고소로 대응


[고양신문]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번째 10대 시의원이 같은 지역 같은 당 청년 당원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대학 2학년으로 19살에 시의원이 된 천승아 의원은 제9대 고양시의회 원구성을 통해 문화복지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의 당선은 일산동구(고양정) 김현아 당협위원장(전 국회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위원장은 (사전 조율에 따른 당협 순번으로) 시의원 비례 공천 권한을 갖게 됐는데, 그는 비례 1번에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대학생 천승아를 추천했다. 

김 위원장은 ‘20대 젊은 여성 지지기반 확충’을 추천 이유로 들었지만 공천이 확정되자 가장 크게 반발한 쪽은 오히려 지역 청년당원들이었다. 공천에 반발한 이들 중에는 김현채 경기도당 부위원장과 선거사무소장으로 일했던 김영선 전 시의원 등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주요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천승아 의원의 허위경력 의혹이다. 당시 공천이 확정되면서 천 의원이 내건 대표 경력은 ‘고양정 청년위원회 여성청년보좌역’이었는데, 청년위원장은 물론 사무국장, 선거사무소장 등으로 일했던 당협의 주요 인사들은 “그런 직함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면서 “공천을 주기 위한 급조된 경력”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로 국민의힘 일산서구 당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호 청년위원장(공정과상식위원회)은 지난달 천승아 시의원과, 공천에 관여한 김현아 전 국회의원을 허위 경력 기재와 이를 교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천 시의원은 그간 이렇다 할 당내 활동도 없었다. 당원 가입도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 공천접수가 임박한 3월 16일에야 했다. 공천확정 이후 경력을 뭐라고 썼나 봤더니 청년위원장이었던 저도 처음 들어보는 ‘청년위원회 여성청년보좌역’이라는 직함이었다. 확인해 보니 임명장도 없었다. 김현아 위원장에게 따졌더니 ‘구두상으로라도 임명할 수 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제9대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의 천승아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고양시의회
▲제9대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의 천승아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고양시의회

그는 천 의원이 ‘아빠 찬스’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고양시에서 대형 특목고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부친 천모씨가 자녀의 공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 청년위원장은 “천 의원의 부친은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재력가이자 고양시 학운협회장까지 맡고 있는 이름이 알려진 인물인데, 공천 전에 김현아 전 국회의원과 여러 번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례 1번이라는 상징성에 걸맞은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청년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당 활동도 전무하고 특별한 경력도 없는 이를 추천하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아 위원장과 지역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온 전 사무국장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천승아의 부친인 천모씨가 김현아 위원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전 사무국장은 “지역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보통은 저(사무국장) 또는 선거사무소장이 김현아 위원장과 동석을 하는데, 이상하게 천모씨만 오면 꼭 단둘이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또 지역위원장 스케줄은 보통은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지만 천모씨와의 약속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김 위원장이 ‘천씨 부부와 부부모임을 한번 가졌다’라고 직접 말한 적도 있다. 즉 둘의 만남은 사적만남이라고 봐야 할 거 같은데,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의 딸을 비례1번으로 추천한 이유를 김 위원장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반발 분위기에 대해 김현아 위원장에게 직접 입장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천승아 의원을 공천한 이유에 대해 “기존 경험이나 당에 대한 공헌도 보다는 고양시의회를 젊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근거 없는 의혹과 비방은 이미 법적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법적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한 답변을 드리겠다”라고 문자로 답해왔다. 아빠찬스 논란이나 천모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해명하지 않았다.

부친 천모씨는 본지 전화통화를 통해 “의혹이 마치 사실인 양 비쳐질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고발인 김영호씨(청년위원장)를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현아 위원장과는 어떤 관계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과 왜 자주 만났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할 이유가 없다.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아빠찬스 의혹과 허위경력 의혹 등 공천과정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당사자인 천승아 시의원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로 전달한 취재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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