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2개월이나 임기 남아 ... 아직 사퇴종용 움직임 없어
시장 바뀔 때마다 교체된
과거 관행 이번에 쉽지 않을 듯
이동환 고양시장의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고양시 산하기관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자리지만 전임 이재준 시장의 인사로,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고양시장을 탈환한 만큼 이동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판짜기’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인사권을 쥔 고양시 산하기관은 공사 1곳, 출연기관 6곳을 합해 7곳이다. 올 한 해 예산·출연금 규모가 큰 순으로 보면 ▲고양도시관리공사(예산 1470억원) ▲고양문화재단(출연금 193억원) ▲고양시청소년재단(출연금 70억원) ▲고양산업진흥원(출연금 57억원) ▲고양국제꽃박람회(출연금 39억원) ▲고양시정연구원(출연금 32억원) ▲고양시자원봉사센터(출연금 20억원) 등이 산하기관에 속한다.
그동안 새로운 시장이 취임할 때마다 전 시장 재임 시 산하 기관장들이 줄줄이 퇴임하는 현상이 발생해왔다. 이는 고양시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 혹은 광역지자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었다. 4년 전 이재준 시장이 취임할 때도 고양시 7개 산하기관장 중 5개의 기관장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새로운 고양’을 내세우고 있는 이동환 시장 역시 본인의 시정방향에 보다 적합한 인물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하기관장들이 비교적 최근에 임명되거나 연임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임기가 상당 기일 남아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석인 고양시자원봉사센터장을 제외한 6개 고양시 산하기관장들 모두 최근 10개월 사이에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임기가 짧게는 14개월, 길게는 32개월이나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병구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이 올해 5월, 김운영 고양국제꽃박람회 대표가 올해 3월, 정원호 고양시정연구원 원장이 작년 12월에 기관을 맡아 ‘신임’이라는 호칭을 붙여도 큰 무리가 없다.
재신임을 받은 기관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창희 고양산업진흥원 원장이 올해 4월, 박윤희 고양시청소년재단 대표가 작년 12월,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가 작년 9월에 연임이 결정됐다. 이들 중에서 박윤희 대표는 지난 18일 경기도청소년재단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산하기관장을 선임하기 위한 계획이 나오거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고양시 한 산하기관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시 관계자는 “본인이 그만두지 않은 이상 채용 계약상의 임기를 보장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겉으로는 산하기관장 교체 움직임이 안 드러나고 있지만 이동환 시장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시장 주위에서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주장할 개연성은 있다. 실제로 고양시 한 관계자는 “인수위 내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위원이 산하기관 조직 통폐합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장을 섣불리 교체하는 데는 적지 않는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를 종용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제로 올해 1월 전 환경부 장관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를 받았다. 이렇게 바뀐 분위기에서 지자체 역시 새 시장이 취임했다고 해서 산하기관장에게 사퇴압력을 쉽사리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산하기관장들이 ‘누구의 사람’이라기보다 정식 임용절차를 거쳐 전문성을 평가받았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