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재용 사진작품집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
12년째 쉼없이 북한산 구석구석 누비며
북한산성 아름다움과 가치 온전히 담아
민간 탐구자 열정적 성취, 찬사 이어져
“다양한 테마로 후속 작업 펼칠 계획”
[고양신문] 북한산 사진작가, 북한산성의 기록자로 불리는 이재용 작가가 북한산성의 웅장한 위용과 아름다운 경관을 담아낸 사진작품집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하얀나무 刊)을 펴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작가는 은평구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심신을 단련하고자 가까이에 있는 북한산에 올랐다가 주요 봉우리들을 연결하며 길게 이어진 거대한 돌담에 배어있는 옛 선조들의 체취에 매료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산 산세와 어우러진 북한산성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가 포착해낸 경이로운 풍경들은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소개됐고, 북한산성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들이 비로소 대중들과 전문가들에게 조명되는 기회를 얻곤 했다.
때문에 이재용 작가가 작품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자 역시 설레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사진집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아름답고 완성도가 탁월하다. 250페이지 올컬러, 가로 28cm, 세로 22cm 크기로 제작된 작품집에는 이재용 작가가 엄선한 230장의 사진이 수록됐다. 좌·우 펼친 면을 한 장의 와이드샷으로 채운 사진에서는 갤러리에 내걸린 대형 작품을 마주하는 듯한 장쾌함이 느껴진다.
전체와 부분 균형 있게 조망
11.6km에 이르는 북한산성 전체를 사진작품과 함께 한바퀴 둘러보는 콘셉트로 제작된 사진집은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북한산을 품고 있는 삼각산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산성과 북한산성의 관계를 개괄적으로 짚은 후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 등 조선시대 삼군문(三軍門)이 각각 나눠서 축성한 북한산성의 구간들을 차례대로 조명했다.
사이사이 북한산의 지형, 성벽의 형태, 내성과 중성문, 산영루와 행궁지, 관성소지와 상창지 등 특별히 조명해야 할 유적과 이야기들을 별도의 파트로 정리했다. 넓은 시선으로 전체를 조망하고 세세한 눈길로 부분을 들여다보니,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던 북한산성이 입체적으로 이해된다.
북한산 최고 전문작가의 작품답게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저마다 고유한 감성이 전해온다. 길게 이어진 산성의 곡선이 유려하고, 우뚝하게 솟은 암봉의 위용이 웅장하다. 그런가 하면 돌담에 머무는 햇살의 질감, 북한산 봉우리를 덮은 백설의 한기, 폐허처럼 방치된 유적지의 쓸쓸함이 감상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산성이나 유적의 흔적이 반드시 들어간 사진만 골랐고, 가능하면 사계절 모습을 사진집에 골고루 담으려 했다”고 말한다.
작가적 감성에 전문적 지식 더해
이재용 작가는 단순한 사진작가를 넘어, 북한산성에 관한 가장 열정적인 민간 탐구자다. 그는 “북한산성 사진작업을 해오는 동안 수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관련 세미나에도 꾸준히 참석하며 학술적 공부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2018년 직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전국의 산성과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며 북한산성과의 역사적 관계성을 심층적으로 살피기도 했다. 덕분에 작품집 사이사이에 실린 글들은 단순한 예술가적 감상을 넘어서는, 학술적 엄밀성을 담보한 정보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언론인 신경훈씨가 작품집 서문에서 밝힌 “북한산성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집인 동시에 그 피사체에 대한 인문학적, 건축학적 탐구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는 지극히 타당하다.
문화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북한산성의 참모습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사진작품집이 학계나 연구기관이 아닌, 민간 연구자에 의해 발간됐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고마움을 표했다.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이지훈 원장은 “사진집을 보며 북한산성이라는 문화유산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새삼 느꼈다”면서 “성곽을 만들었던 장인들의 수고로움까지 담아 문화유산을 올곧게 승화시켰다”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북한산성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도 “이재용 작가는 북한산과 북한산성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임을 일찍부터 느끼고 담아온 분”이라며 “작가가 내밀어준 손을 독자들이 꼭 잡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역사, 신앙, 유산기… 다음 작품집 기대
사진집 출판기념회는 16일 고양관광정보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많은 동료 사진작가들과 팬들이 참석해 사진집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또한 이용우 국회의원과 김완규 경기도의원, 고덕희·신현철 고양시의원, 유양수 고양예총 회장 등 지역 정치인과 문화예술계 내빈들이 참석해 이재용 작가의 뜻깊은 성취를 축하했다.
이재용 작가는 “12년간 이어온 북한산성 사진 작업의 첫 결실을 마무리해 뿌듯하다”면서도 “제2, 제3의 작품집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책에서는 순수하게 성곽에 관해서만 다뤘습니다. 북한산성 축성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과정, 북한산을 중심으로 전해오는 산악신앙 등은 다음 책에서 다룰 계획입니다. 그밖에도 선인들이 남긴 북한산 유산기(遊山記) 등을 사진과 함께 풀어보고 싶습니다.”
뛰어난 사진실력에 남다른 열정까지 장착한 이재용 작가 덕분에 독자들은 머잖아 북한산성의 더욱 풍성한 모습들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사진작품집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