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잠식한 안곡초 앞 육교, 충돌위험 초래
새로 횡단보도 생기며 이용자도 거의 없어
시는 “당장 철거는 곤란, 몇 년 두고 봐야”
주민들 “어차피 없앨 거면 하루라도 빨리”
[고양신문]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안곡초등학교’. 산들마을과 안곡습지 인근에 자리한 안곡초 앞에는 ‘안곡육교’라는 커다란 육교가 있다. 학교 정문 바로 앞에서 4차선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육교라 학생들이나 인근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을 것 같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오히려 대다수의 주민들은 “육교 때문에 보행자가 위험하고, 이용하는 사람도 전혀 없는 애물단지”라며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주민들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육교의 사이즈가 도로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과도하게 크다. 4차선 도로폭이 18m에 불과한데, 경사로와 계단을 포함한 육교 길이는 무려 65m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육교의 계단과 기둥이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인도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를 한 중산동 주민은 “인도 폭이 채 5m가 되지 않는데, 육교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서 너무나 불편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둥과 경사로가 교차하는 부분에선 보행자가 통과할 수 있는 폭이 1m 이내로 좁아진다. 그런 까닭에 기둥에는 ‘충돌주의’라는 경고글씨가 붙었고, 경사로 측면에도 충돌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스펀지도 덧대어 있다. 이렇다 보니, 마주 오는 보행자가 교행을 하려면 한쪽이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이동해야 하는 형편이다. 자전거나 보행기, 유아차라도 지나가게 되면 상황은 더 위험해진다.
육교 이용률은 어떨까. 안곡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를 하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시간동안 현장에서 지켜봤으나, 대부분 정문 바로 앞 횡단보도를 이용했고, 굳이 육교를 이용해 길을 건넌 보행자는 열 명중 한 명도 채 안됐다. 안곡초 앞에서 등·하교시 안전지도를 하고 있는 ‘마을안전지킴이’ 어르신들도 “육교 건너는 아이들 하나도 없다. 육교가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곡육교가 좁은 인도를 잠식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이유는 뭘까. 애초 도로를 설계할 때 만들어진 육교가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안곡초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정문 앞에 횡단보도가 없어 아이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을 제기해, 국비와 도비를 받아 2006년에 건립했던 것. 그 과정에서 보도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 구조로 육교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연우 전 시의원도 수년전부터 안곡육교 철거를 주장해왔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정 전 의원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보행 불편을 초래하는 육교 철거 요구가 이어져, 대안으로 시와 경찰서의 합의를 거쳐 학교 정문 바로 앞에 새로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횡단보도까지 만들어진 이상, 안곡육교는 정말로 불필요한 구조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원 시절, 안곡초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75% 이상이 육교 철거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로 시설물 관리를 맡고 있는 고양시는 횡단보도가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당장 육교를 철거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육교 철거에만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육교를 추가 예산을 투입해 없애는 게 타당한지 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곡초 정문 앞 사고 발생 통계, 육교와 횡단보도의 이용률 등 객관적 데이터를 적어도 2~3년 축적하고 분석한 후, 육교 철거 문제를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의 신중한 태도에 일부 주민들은 ‘소극 행정’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를 제보한 시민은 “2~3년 기다려서 통계를 내 봐야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 누가 봐도 철거하는게 타당한 육교를 괜히 몇 년 더 끌어안고 있어봐야 주민들 불편만 쌓일 것”이라며 “어차피 철거할거면 하루라도 빨리 철거하는 적극 행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