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2동 주민자치회 "공사 중단, 이전해야"

 

경기도 지원 받아 설치됐지만
보행자, 자전거 흐름 가로막아
소통 없는 일방행정 비판도
행신2동 주민자치회 기자회견

 

[고양신문] “안 그래도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역 앞 인도에 이런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주민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행신역 삼거리 횡단 보도 앞에 설치된 거대한 구조물. 인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 구조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전거 보관소다. 무분별한 자전거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됐으나 정작 역 앞 중앙에 설치된 이 시설로 인해 지하철 이용객과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윤찬수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의견 수렴절차도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사 과정에서 어떤 시설인지에 대한 안내문조차 없었다”며 “자체적으로 의견수렴을 거친 뒤 공사 중단 요청공문을 보냈지만 이마저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취재 결과 해당 시설은 경기도 공모사업을 통해 도비를 지원받아 추진된 고양시 자전거 주차장 설치사업이었다. 행신역을 비롯해 백석역, 화정역 3곳에 설치 예정인 이 자전거 보관소는 고양시 그린모빌리티 팀이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총 4억8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사업이 필요하더라도 보관소 위치를 결정하기 전에 광장의 위치와 이동하는 시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마련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처럼 행신역 앞 자전거 보관소 시설 설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행신2동 주민자치회가 나섰다. 8일 폭우 속에서 기자회견을 연 주민자치회 위원들과 지역주민들은 “현 위치에 설치되는 자전거 보관소는 보행자와 자전거, 휠체어의 흐름을 가로막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발언을 하고 있는 윤찬수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발언을 하고 있는 윤찬수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행신역 인근 무원마을 입주자대표회의 박용세 회장은 “소수 몇 대의 자전거를 보관하는 시설로 인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인도를 걸어가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서야 되겠느냐”며 “이 주변은 출근 시간에 전철 시간 맞추느라 뛰는 사람이 많은데 자칫 안전사고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민 김용덕씨 또한 “처음에는 쉼터 같은 걸 짓는 줄 알았는데 뒤늦게 자전거 보관소라는 사실을 알고 황당했다. 주민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전거 이용객 또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매일 자전거로 행신역을 오간다는 오건호 주민자치위원은 “현 위치에 자전거 보관소가 생기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부딪힐 위험이 크다. 행신역 공간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위치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 그린모빌리티팀 담당자는 “기존에 있었던 거치대에 워낙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외형상 보기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경관개선 차원에서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한 것”이라며 “원래 있던 거치대를 해체한 자리에 보관소를 마련했기 때문에 해당 시설이 역 이용객들의 통행로를 막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추진과정에서 사업안내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주민자치회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윤찬수 주민자치회장은 “행신역 공간의 공공성과 인도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그 내용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민 대부분이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만큼 공사 중단 및 이전에 대한 요구를 명확히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공을 앞둔 행신역 앞 자전거 보관소
준공을 앞둔 행신역 앞 자전거 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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