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막걸리 ‘가와지탁주’ 출시한 가와지도가

가업 이어온 5·6대 삼부자 의기투합  
100% 가와지쌀 사용, 감미료는 No!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자리매김하고파” 

1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배다리도가에서 출시한 명품 막걸리 '가와지탁주'. [이미지제공=배다리도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배다리도가에서 출시한 명품 막걸리 '가와지탁주'. [이미지제공=배다리도가]

[고양신문] 고양 들녘에서 생산되는 특화쌀인 가와지쌀로 빚은 ‘가와지탁주’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고양의 애주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반도 최초 재배볍씨인 ‘오천년 가와지볍씨’의 맥을 잇는다는 명품쌀로 만든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설레는 기대감을 품고 일산서구 가좌동에 자리한 배다리도가(대표 박상빈) 주조장을 찾았더니 마스크와 위생두건, 위생장갑을 꼼꼼히 착용한 박 대표가 막 발효가 끝난 가와지탁주를 막 발효가 끝난 가와지탁수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병에 담고 있었다.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하기 위한 물량이란다. 박대표와 함께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두 청년은 바로 박대표의 두 아들, 재형씨와 건형씨다.

“배다리도가의 또 다른 별칭은 삼부자 양조장입니다. 젊은 감각과 열정으로 오늘날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명품 막걸리를 만들어보자고 아들들을 설득해 비로소 삼부자가 의기투합하게 됐죠.”

배다리도가 박상빈 대표(가운데)와 두 아들 재형(왼쪽), 건형씨.
배다리도가 박상빈 대표(가운데)와 두 아들 재형(왼쪽), 건형씨.

1915년 원당에서 시작된 술도가 역사 

멀쩡한 직장에 다니던 두 아들을 끌어들일만큼 절실했던 이유는 뭘까. 배다리도가의 역사를 잠시 들어보자.

“저는 명함에 제 이름을 ‘5대(代) 박상빈’이라고 박아넣었습니다. 저의 고조부(1대)께서 원당 윗배다리마을에서 잡화상을 열고, 집에서 담근 가양주를 판매하기 시작하신 게 1915년입니다.이후 일제가 허가된 양조장에서만 술을 만들도록 주세법을 만들자 증조부(2대)께서 1925년에 경의선 철길과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옮겨 ‘능곡양조장’으로 첫 면허를 내셨구요. 배다리도가라는 이름에 100년이 넘는 전통과 자부심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박정희 대통령도 즐겼던 배다리막걸리

박상빈 대표가 들려주는 배다리도가 스토리는 해방 이후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이어진다.
“스스로를 농민의 아들이라 자처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 배다리막걸리를 즐겨 드셨다는 얘기는 많은 분들이 아실거예요. 1960년대 중반 행주산성 성역화 작업을 마친 박대통령이 처음으로 배다리 막걸리를 맛보셨고, 이후 한양골프장에 운동을 오실 때마다 인근 실비옥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늘 우리 막걸리를 즐기셨죠. 나중에는 배다리막걸리가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납품됐구요.”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은 술도가마다 서로 다른 제조법과 맛을 갖고 있었던 막걸리의 다양성이 획일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식량 확보를 위해 막걸리 재료로 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기도 했고,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지역별로 술도가들을 합병하기도 했다. 배다리도가 역시 1975년 인근 다섯 곳 양조장과 함께 ‘고양탁주합동제조장’으로 통합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양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배다리막걸리’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다.

100년 노하우로 찾아낸 최고의 맛 

박 대표 삼부자는 ‘가와지탁주’를 출시하기 위해 지난 4월 고양탁주합동제조장과는 별개로 ‘배다리도가’라는 신규 양조장 허가를 냈다. 고양 땅의 특화 브랜드인 가와지쌀과 배다리술도가의 100년 역사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특화하기 위해서다. 

“고양 가와지쌀이 생산되는 송포들녘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가 시작된 지역이고, 지금도 최고 품질의 쌀이 생산되는 고양의 마지막 곡창지대입니다. 그렇다면 그 쌀로 만든, 자랑스럽게 내놓을만한 명품 탁주가 하나쯤은 있어야죠. 배다리도가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발효와 숙성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박상빈 대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박상빈 대표.

자부심 반, 책임감 반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우선 가와지쌀의 원가가 일반 막걸리를 만드는 주조용 양곡보다 몇 배 이상 비쌌다. 가와지쌀의 특징에 딱 맞는 주조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5대, 6대를 이어온 술도가 후손의 감각과 솜씨로 최상의 맛을 만들어냈다는 게 박 대표의 자평이다.

“원료는 가와지쌀 100%구요, 정제수와 효모, 입국(누룩) 외에는 일체의 감미료를 넣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물 특유의 구수함을 바탕으로 깔끔한 신맛과 경쾌한 단맛이 밸런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발효기술과 관리 노하우가 담긴 셈이죠.”

온라인 판매 위해 ‘지역특산주’ 도전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가와지탁주 프리미엄'. [이미지제공=배다리도가]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가와지탁주 프리미엄'. [이미지제공=배다리도가]

현재 가와지탁주는 7.5˚ 짜리 일반제품과 유리병에 담긴 9.5˚ 짜리 프리미엄 제품 두 종류가 생산된다. 송포·일산·원당·지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고, 전국에 산재한 전통주 전문매장을 통해 전통주 마니아들에게도 풍미를 선보이고 있다. 원가가 높다 보니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일반 막걸리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 있는 맛과 지역의 역사가 담긴 스토리를 함께 즐기는 비용이니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는 최상급이다. 

배다리도가의 다음 목표는 국세청이 관할하는 ‘지역특산주 면허’ 취득이다. 그게 있어야 온라인 주류판매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준과 절차가 무척 까다롭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도전하겠다고 한다.

“6대를 이어온 배다리도가 삼부자가 진심을 갖고 만든 가와지탁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막걸리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고양의 이웃들이 먼저 맛있게 즐겨주시고, 여기 저기 입소문 많이 내 주세요(웃음).”

※ 가와지탁주에 대한 문의는 031-919-1915(배다리도가)로 하면 됩니다.

맛있게 익은 막걸리를 병에 담고 있는 박 대표 부자. 
맛있게 익은 막걸리를 병에 담고 있는 박 대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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