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고양포럼 ‘고양의 이웃 김대중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을 펴낸 김택근 작가가 18일 서거 13주년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철학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을 펴낸 김택근 작가가 18일 서거 13주년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철학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고양신문]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년을 맞아 고양의 이웃이었던 그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한 특별한 강연이 마련됐다. 지난 18일 고양신문이 주관한 92회 고양포럼은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했던 김택근 작가를 초청해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철학, 우리에게 남긴 가치와 정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엽역 인근 사과나무치과병원 강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이용우 국회의원과 이재준 전 시장, 문명순 고양갑 지역위원장 등 고양시 주요 정치인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6년부터 98년까지 일산동구 정발산에 머물렀다. 이때를 특별히 ‘정발산 시대’라고 부르고 싶은데 대북정책(햇볕정책)을 구상했던 시기이자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시기이면서 동시에 IMF금융위기를 이겨낸 국난극복시기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에 고양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70대 나이에 마지막 도전을 생각하면서 일산 정발산으로 이사를 왔고 97년 대선에서 수많은 역경 끝에 2%안팎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워낙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동교동을 떠나 고양으로 온 것이 당선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업적을 남겼던 대통령이었다. 남북정상회담부터 기초생활보장·4대 보험제도 도입, IT인프라 확충, IMF금융위기 극복,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업적은 바로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살아생전 수많은 불온 세력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도 다시 한번 국민들이 믿고 권력을 맡길 수 있도록 했던 것, 임기 말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지지도를 다음 대권주자에게 고스란히 인계하면서 민주정부를 이어갔던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많은 어록을 남긴 분이다. 막말의 시대로 점철된 오늘날 정치판과 비교해보면 그분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일생 동안 말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고 추상적이거나 현학적인 표현보다는 가급적 정확하고 쉬운 말을 쓰려고 했다. 그의 수많은 어록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한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라”
문제의식은 확고해야 하지만 실천 방법은 상인과 같이 유연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시절 유도선생에게 배운 말이라고도 하고 정치입문 전 사업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라면 항상 최선이 아닐 시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원칙만 고집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을 경계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서거 직전인 2009년 6.15기념식 현장에서 했던 말이다. 이명박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당시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라 이 말씀을 했는데 많은 청중들이 감명받았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던 분이셨고 저도 현장에서 김 전 대통령이 우는 모습을 보며 정말 노회한 정치인이 아닌 민주주의와 국민을 사랑하는 위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발표됐던 98년, 일본 의회에 국빈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일본방문을 계기로 한류가 시작됐고 지금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되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정치인이라면 고고한 척 하지 않고 현실에 뛰어들면서 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현실을 회피하지 않았고 정치를 폄훼하는 발언을 해본 적도 없다. 정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분이었다.
 

“국민과 손을 잡고 반걸음만 앞서가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말이다. ‘정치인이라면 혼자 앞서 나가지 않고 반걸음 앞에서 국민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너무 앞서가면 국민들의 손을 잡을 수 없다’ ‘따라오지 않으면 잠시 멈춰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인생 동안 국민들에게 수없이 버림받으면서도 항상 기댈 것은 민심의 언덕 뿐이라고 강조했던 그였다. 
 

“기회는 천사의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 행운은 때로는 험한 모습으로도 올 수 있다.”
김대중 정치의 가장 큰 장점은 긍정의 힘이다. 내란음모 사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목숨이 위태한 상황에서도 감옥 안에서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으며 정보화 사회를 꿈꿨다. 덕분에 대통령이 되자마자 빌게이츠, 손정의 등을 찾아갔고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마지막 일기에서 나온 그의 격정의 삶을 기억하며 쓴 구절이다. 이 일기에 쓴 문장들을 보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서민의 삶을 생각하는 마음이 구석구석 느껴진다. 특히 김 대통령은 생전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스스로 쟁취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는 점을 항상 자랑스러워 했으며 역사에 일시적 반동은 있을지 몰라도 후퇴는 없다고 자신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
제가 쓴 김대중 자서전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그는 국민의 버림을 받으면서도 결국 믿을 것은 민심의 언덕 뿐이라고 굳게 믿어왔던 분이다. 세상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 또한 ‘위대한 국민이 있어서 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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