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지난 봄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 피해를 아직 극복하기도 전에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여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봄철 산불은 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봄으로 이어지는 가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 오랜 가뭄 끝에 여름철에 비가 집중되게 되면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 비가 연중 고르게 내리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동절기에는 가뭄이, 하절기에는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와 지구의 현실이다. 
 

2021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의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매 10년당 17.71mm 증가하였다. 특히 최근 30년간은 135.4mm 증가하여 최근 들어 강수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강수일수는 지난 109년간 매 10년당 2.73일 감소하였고, 최근 30년간은 21.2일 감소하였다. 강수량은 크게 증가했는데 강수일수가 21일 이상 감소했다고 하는 것은 집중호우 발생일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장면이 많은 도시지역은 농촌지역에 비해 홍수에 취약하다. 그래서 최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도시화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도시의 홍수 위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시홍수의 위험성은 기후변화보다는 건축물이나 도로 비율의 증가로 인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토양층이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도시인 서울은 1962년에 비해 2002년 빗물의 증발산량은 51%에서 30%로 감소하고, 토양으로 침투하는 양은 40%에서 23%로 감소되었다. 반면 포장면으로 인한 표면유출량은 9%에서 47%로 증가하였다. 서울에 내리는 빗물의 약 50%가 우수관을 통해 유출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 2022년 현재 서울은 전체 면적의 약 50%가 건축물과 도로 등으로 포장되어 있다. 이와 같은 빗물 순환 비율은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금년 여름과 같이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우수관이 빗물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도시홍수로 이어진다. 금년 여름 발생한 서울의 강남역 주변 도시홍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가 오는 상황이 현재와 달랐던 30년 전에 만들어진 우수관은 최근과 같은 집중호우를 염두에 두고 건설되지 못했기 때문에 도시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도시지역의 확대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의 증가로 인해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도시홍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 일대에 전날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량들이 방치된 모습(사진제공= 오마이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 일대에 전날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량들이 방치된 모습(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수관의 확장, 대심도 우수저장시설과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녹지확보, 투수포장, 옥상녹화 등과 같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토양층을 확보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토양의 저수기능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빗물 저장과 투수를 활성화시킨 빗물정원과 같은 특수 목적의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도시홍수를 줄이기 위해 녹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투수포장, 빗물정원이나 저류지 조성과 같은 도시관리 활동을 저영향개발이라고 부른다.


대심도 우수저장시설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 비해 녹지를 확보하거나 빗물정원을 조성하는 활동은 홍수예방과 함께 탄소흡수, 폭염저감, 경관개선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녹지와 같은 자연을 활용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자연기반해법이라고 부른다. 자연기반해법은 별도의 에너지 투입없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의 92%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국민의 증가는 결국 도시화로 인한 기후변화 심화와 이로 인한 폭염, 홍수 등의 피해를 수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도시에 녹지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녹지는 빗물을 저장하여 도시홍수 피해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준다. 또한 시민들에게 휴식장소와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발은 선호하지만 녹지확보에는 인색한 편이다. 금년 여름과 같은 홍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개발보다 자연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적응해법을 찾아가는 새로운 도시관리 방법이 필요한 시대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