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이정범 한국전통가옥협회장
인간이 이룰 업적 중 최고의 업적은 건축이라고 한다.
그것은 흙과 나무 돌을 다루는 기술이다.
첨단 과학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 민족은 고향과 향수 문화에 유독 애환이 많고 어르신을 섬기는 예절의 문화도각별한 민족이었다. 또한 자연의 조화 즉, 산수 배경도 함부로 파손하지 않았으며, 집을 지을 때도 산수 배경에 맞게 그 지역에서 자생한 재료들로 혼과 정성을 다해 집을 짓고 살았다. 예를 들면 고양시에 문화재로 등록된 밤가시초가 역시 밤나무가 많은 것을 활용한 그러한 유래를 토대였을 것이다. 오래 전 우리가 듣고 배워 왔던 의미 있는 문헌 중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며 단군의 자손이고 백의민족이자 이웃사촌이라 듣고 배워 왔다.
이를테면 우리 민족은 법이 없어도 살아갈 만큼 예절과 예의를 지키며 살아왔다. 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통곡하며 울다가도 손님이 찾아오면 언제 울었냐는 듯이 눈물을 닦고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며 대접했다. 또한 손님 역시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 함께 울어 주는 미덕이 있다. 또한,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여인도 지나가는 나그네가 물 한 그릇 달라고 하면 정성껏 물을 떠서 천천히 마시라는 의미로 낙엽 하나 띄워 정성껏 대접했다는 일화도 있지 않은가?
이렇듯 모든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민족이었기에 우리 민족은 고향의 향수문화가 각별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급성장을 이유로 잘살기 운동(새마을운동)이라는 명분 아래 자연 친화적인 우리의 삶은 못살던 시대의 옛것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전통은 터부시됐다. 또한, 콘크리트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아파트라는 집 장사에 의한 지시형 집 속에 빠져들면서 우리의 옛 가옥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던 정겨운 대문 소리 대신 철커덩하는 방화문 소리가 대체되면서 이웃과 단절되는 소리로 변해 가고 있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깊은 마음에는 그래도 옛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요즘 외국 음식을 팔고 운영하는 업체도 많다. 각종 레스토랑과 찻집(카페)이다. 이런 업체를 운영하는 매장에도 년 초에는 음식과 걸맞지 않은 모형으로 만든 바지게와 소쿠리, 복조리, 복주머니, 등 우리의 옛 전통 소품들이 벽걸이나 매장 여러 곳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진열되어 있다. 이 또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뭔가 큰 의미를 담아낸 생각이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의 탈북민은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고향을 등지고 떠나온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고향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 많다. 많은 사람이 타지에서 살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은 고향의 의미조차 모르고 살고 있다.
고양시만 해도 시 인구가 108만 명이라고 하지만 고양시의 원주민은 10만 명도 안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사항은 고양시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각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 모여든 사람 역시 고향을 등지고 살고 있으며, 또한 지역별로 파벌 의식까지 있다 보니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사십 평생을 대목장이셨던 조부모님의 ‘기’를 이어받아 우리나라 집 문화를 연구하고 수십 년 전 전국을 돌며 찾아낸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이 100종류가 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집 문화를 알리기 위해 수많은 가옥을 모형으로 제작해 전국 각종 문화 행사에 초청되어 주거문화와 형태를 알려 왔다. 고양시에는 오래전부터 꽃박람회와 킨텍스 등에 우리 전통가옥 모형을 전시하며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결론은 많은 관중이 남녀노소 격세지감이 없이 감동하고 좋아하며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 전시를 언제까지 하느냐”며 폐막을 아쉬워했다. 그들에게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양시는 인구가 107만 명이 넘는다. 많은 시민이 고향의 향수 문화 중 제일 그리워하는 것은 엄마 품 같은 전통가옥 문화일 것이다. 고양시에 전국 어디에도 없는 이런 향수 전시관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우리 민족의 올곧은 마음이 깃든 향수 전시관을 고양시에 꼭 만들어 전국 아니 세계로 번져 나갈 수 있는 우리의 가옥 문화와 ‘기’의 문화가 고양특례시에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