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조 100년史 한눈에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립 술 박물관이 고양시에 세워졌다.
지난 3일 덕양구 주교동에서 문을 연 ‘배다리 박물관‘이 그것. 설립자인 박관원관장 (73)은 90년 전 선조가 세운 양주장을 5대째 이어가는 고양시 술 역사의 산 증인이다. 박 관장은 박물관의 개관에 맞춰 자서전격인『전통주조100년사』도 출간했다.
박물관 이름은 주교동의 옛 지명인 배다리에서 따 온 것. 1,200평 부지에 2층(연면적 220평)으로 지어진 박물관엔 박 관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술 관련 도구와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그는 “일본의 샷보로 맥주공장을 방문했을 때 100년에 걸친 술 관련 자료들이 보존된 것을 보고 자극 받았다”고 설립 동기를 설명했다. 그때부터 술 관련 도구들을 수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것. 박물관 창고에는 많은 수집품들이 따로 보관돼 있다.
1, 2관으로 나눠진 박물관엔 온갖 술 빚는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탁주 청주 소주를 빚을 때 사용되는 누룩틀 소주고리 종국상자 술시루 쳇다리 약주틀 등이 있는가 하면, 각종 술독과 술항아리 술통 등을 크기와 시대별로 전시 해 놓았다.
옛 조상들의 술 문화와 의식을 보여주는 청동술병 마상주 모주병 술도자기 사발 술잔 등의 유물이 시대와 용도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 밖에 술의 운반수단과 술 포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나무술통 술장군 술춘 등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술을 빚는 밀랍 인형들. 조선말기 술 빚는 과정의 구체적인 동작을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에게 교육적 메시지를 더해주고 있다.
박 관장의 후대를 제외한 4대째의 술도가 내력을 소개하는 코너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즐겼다는 삼송리 주막집을 재현한 것도 흥미롭다.
박물관 1층에는 전통주 교육과 문화참여 교육을 위한 시청각 교육실이 마련되어 있다. 그 옆에는 고양 미술인들의 작품 전시를 돕기 위한 갤러리 공간이 있다.
현재 이곳에선 박물관의 개관을 기념하는 기획전시 ‘8인 각색전’ 이 열리고 있다. 2층 카페 공간은 토론의 장을 위해 마련한 것이며, 옥상과 박물관 앞 터는 앞으로 공연장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고양문화원의 이사로 있는 박 관장은 박물관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배다리 술도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전통주조100년사』엔 1966년부터 79년까지 14년간 청와대에 막걸리를 공급했던 박 관장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지난 1974년에 지역 양조장들이 통합된 이래 박씨 가문이 만드는 막걸리 동동주는 사실상 고양탁주합동제조장(덕양구 주교동)에서 생산되고 전통주는 아들 박상빈씨가 경영하는 ‘배다리술도가’에서 오는 8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