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필자는 맡은 업무의 특성상 교통안전 교육을 위해 공공기관, 복지관, 경로당, 버스회사, 택시회사, 학교 등을 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이륜차, PM(개인형 이동장치), 개정 도로교통법, 헷갈리는 교통법규, 보행자 안전교육 등을 주로 하는데, 교육이 끝나면 교차로 우회전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질문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여러 가지 경우를 언성 높여 질문해 필자도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버스 기사분들이나 택시 기사분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하다 보면 실제 도로에서 자가용 운전자들이 우회전 시 녹색 신호등만 보면 차를 세우고 가지를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분들은 직업 특성상 도로교통법 개정이나 도로 환경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와 관련된 정보도 버스회사나 개인택시조합, 택시회사에서 많이 받아 일반인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 같다. 심지어 일반인 교통안전 교육을 하다 보면 우회전 시 보행 신호등인 녹색 신호에서 횡단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차량이 횡단보도를 진행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때도 있다. 교차로 우회전 도로교통법 개정을 일반인들은 그렇게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청에 자료에 의하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7월 12일부터 8월 10일까지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는 722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483건 대비 51.3% 감소한 수치다. 특히 사망자는 7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1.1% 감소해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개정법 시행 전 1개월(6월 12일~7월 11일)과 비교해도 우회전 교통사고는 45.8%, 사망자는 30% 각각 줄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8년 3781명, 2019년 3349명, 2020년 3081명, 2021년 2916명으로 꾸준히 줄었지만, 우회전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8년 139명, 2019년 139명, 2020년 131명, 2021년 136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교통사고 사망자와 달리 우회전 교통사고는 정체 상태였지만, 이번 개정법 이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음에도 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는 배경에는 높은 보행자 사망 비율 때문이다. 국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망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약 1.5배 높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 중 보행자 사망 비율은 34.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2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보행자 보호 의무를 확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전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만 일시정지 의무가 있었지만, 개정법에 따라 운전자는 교차로 우회전 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할 때’에도 '일시정지' 해야 한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른 우회전 규칙에 대해 운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자 경찰에서는 우회전 시 횡단보도 일시정지 관련 계도 기간을 10월 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승합차 7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12대 중과실)이 적용돼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리고 경찰청은 내년 1월 22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앞두고 이번 달(9월)부터 교차로 ‘우회전 신호등’을 시범 설치·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범운영 결과를 보고 보행자 사고가 빈번한 곳 등에 우회전 신호등 설치를 확정할 방침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같은 장소에서 1년 동안 3건 이상 우회전 차량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각선 횡단보도가 운영되거나 왼쪽에서 접근하는 차량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 등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다.

교차로 우회전 현장에서는 바뀐 법으로 혼선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경우 우회전 차량은 잠시 멈춰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운전자 사이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때를 순간적으로 명확하게 알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그 이유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개정법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일시정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많은 운전자는 이 부분을 차량이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녹색 신호등에서 ‘무조건 정지’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애매한 도로교통법 때문일 것이다. 

개정법으로 인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딛으려고 하는 경우, 보행자가 손을 드는 등 운전자에게 횡단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일시 정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횡단보도 가시권 인도 내(5m 이내)에서 횡단보도를 향해 빠른걸음 또는 뛰어올 때, 횡단보도 앞 대기 중인 보행자가 횡단보도 끝선 주변에서 차도를 두리번거리는 경우, 횡단보도 끝선이나 가시권 내에서 차도·차량·신호를 살피는 등 ‘주위를 살피는 행위가 있을 때’도 ‘일시정지’ 이유에 포함하고 있다. 즉, 운전자가 보행자의 행위뿐만 아니라 의도까지 유심히 살피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것은 넓은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 주변에서 보행자가 보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주관적인 의사까지도 운전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운전자는 신호등, 표지판, 차선, 차량유도선 등 명확한 표시나 규정을 보고 운전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교통규칙이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러나 현 상황은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우회전하는 운전자가 차량 신호등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등을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운전자는 보행 신호등이 아니라 보행자가 있는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런 애매한 부분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서 판단 자체가 헷갈리니 운전자들이 아예 횡단보도 녹색 신호등에서 보행자가 있건 없건 ‘무조건 정지’를 하게 되면서 우회전 정체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 도로교통법이 다시 바뀌지 않는 한 개정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개정법도 어렵지 않다. 개정된 법 조항을 교차로 우회전 방법에 적용해 보면 첫째,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보행 신호등이 녹색이면 일시정지 후 보행자가 없으면 우회전할 수 있고, 보행 신호등이 적색이면 일시정지 후 우회전이 가능하다(이 부분을 가장 많이 헷갈리는데, 차량 전방 신호등이 적색이므로 보행 신호등이 적색이더라도 당연히 일시 정지해야 한다. 운전자는 항상 전방 차량 신호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둘째, 전방 차량 신호가 녹색일 때 보행자가 있을 때는 일시정지 후 보행자 횡단 종료 후 우회전 가능하며 보행자가 없을 때는 서행하며 우회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참에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이면 ‘무조건 정지’, 적색에서는 ‘서행 통과’로 단순 명료하게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이렇게 하면 교차로 우회전 차량 통행이 정체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사회적 혼란과 분쟁을 막고 보행자 사고를 크게 줄이는 이득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세상에 보행자 아닌 운전자는 없다는 공익광고가 생각난다. 모든 보행자가 운전자는 아니지만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다.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만큼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제는 안전에 중점을 둔 운전 습관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되고, 안전한 우회전 교통문화가 정착되고 나서 ‘그때 그 시절’을 얘기하면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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