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람사르습지’와 ‘람사르지역’의 차이
등재 후 오히려 관리 퇴보 우려
핵심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균형
위상에 맞는 관리, 소통에서 시작

겨울먹이터를 찾아온 큰기러기 무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겨울먹이터를 찾아온 큰기러기 무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고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지뢰사고 이후로 모든 것이 멈춰 섰다. 다행히도 법적인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젠 장항습지에 대한 람사르활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람사르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람사르협약은 습지의 생태적 특성을 우선 보전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면서 지역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현명한 이용을 실천하는 것이다. 

큰기러기가 쉬고 있는 겨울무논.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큰기러기가 쉬고 있는 겨울무논.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생태계의 핵심은 온대맹그로브생태계로 말똥게와 선버들의 공생이며, 또 하나는 한강하구습지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 큰기러기, 개리 등 멸종위기 조류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핵심가치를 잘 지키면서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계획을 만드는 것이 람사르습지 위상에 맞는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핵심 생태계를 잘 보전하고 생태적 질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은 과학의 영역이다. 특히 전문가의 연구와 시민과학자들의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관리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중단된 장항습지의 시민생태모니터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시의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조류모니터링을 위해 초소를 리모델링한 후 굳게 잠겨있는 소규모 탐조대를 오픈하고, 핵심 탐조 지점에 탐조가림막을 설치하여야 한다. 안정적인 시민모니터링이 진행되어야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람사르 고양 장항 탐조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람사르 고양 장항 탐조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두 번째는 탐방객과 출입자로 인한 서식지 교란을 관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 철새 서식지 질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람사르습지라는 후광효과가 관광수요를 증가시키므로 탐방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습지로 접근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와 둘레길들이 연장되거나 신설되어 보행자와 라이더 수가 급속히 늘게 된다. 더군다나 습지 내부에 탐방로도 길어지거나 넓어져 평소 출입하지 않던 구간까지 일반인들이 출입하게 된다. 때로는 이런 데크로드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조각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방문객 관리는 물론이고, 보행자와 라이더까지 고려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겨울철새들의 먹거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먹거리는 월동 초기에는 미수확한 볍씨나 낙곡을 제공하면 되지만, 한창 월동중인 겨울에는 먹이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볍씨를 뿌려주어야 하며, 월동 후기에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계획 없이 섣부르게 먹이계획을 세워서는 안된다. 보다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과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들의 먹이기부 계획 등이 수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큰기러기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큰기러기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네 번째는 잠자리를 위한 겨울무논 조성이다. 보통 월동지에서는 먹이터와 잠자리는 분리되어야 하지만, 장항습지는 철책 내부에 있어 잠자리 주변에 먹이터를 조성해도 이용한다. 이는 일본의 흑두루미 최대 월동지인 이즈미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잠자리와 먹이터를 임의로 바꾸지 말고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월동기에 잠자리에 대한 교란이 없을 경우와 사람들의 출입으로 인한 교란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좀더 세심하게 물의 깊이와 동결기간 등도 고려한 무논조성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람사르정신의 핵심은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균형이다. 특히 현명한 이용은 현명한 관리를 수반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습지는 물론이고 습지 주변의 자연, 반자연, 인위적인 시설까지 모두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람사르습지’라고 하지만, 람사르협약에서 람사르지역(람사르사이트 Ramsar site)라고 부른다. 습지와 함께 습지에 영향을 주는 숲과 바다, 하천, 농경지, 마을, 인공시설 등의 공간을 함께 지정하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시의 역할은 핵심지역인 습지에 영향을 주는 공간에 대한 행위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핵심서식지에 영향을 주는 자전거도로 개설과 월동기 자전거운행, 무논조성과 먹이관리가 핵심사항이므로 이해관계자들과 심사숙고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람사르습지 관리란 참여와 소통의 기술(이를 CEPA(Communication, Education, Participation, Awareness)라 한다)이 꼭 필요하다. 

월동조류의 잠자리 겨울무논. [사진=이상엽]
월동조류의 잠자리 겨울무논. [사진=이상엽]
흑꼬리도요가 찾아온 무논. [사진=김은정]
흑꼬리도요가 찾아온 무논. [사진=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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