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고양신문] 일상에서 ‘비위를 맞춘다, 비위가 좋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비위는 우리 몸의 소화기 장부인데, 사회생활에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사회생활의 적응력을 뜻한다. 즉 비위가 좋다는 말은 소화 면에서나 사회생활 면에서나 포용력을 뜻한다.

이처럼 ‘비위’는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 비장과 위장에서 연유된 용어로 비위가 튼튼하다는 것은 소화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장하면 소화기 점막의 혈액순환이 온전하고 장의 운동성이 좋으며 소화액도 넉넉하게 분비된다는 말이다.

비위가 튼튼하면 내부적으로는 소화기 점막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전체적인 정맥의 혈류 흐름이 원활해져 심장의 부담이 줄어들어 온몸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호흡기 점막 기능이 향상된다. 그리고 외부의 물리적·정서적인 부담에 대한 적응력도 좋아져서 부담을 덜 받게 되면서 온도 차와 습도 차에 대한 조절능력이 향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위가 튼튼한 사람은 입으로 유입되는 외부 물질인 음식물을 처리할 능력이 좋으며 덩달아 코로 유입되는 공기의 조절능력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비위가 취약하면 소화 능력이 떨어지면서 비염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비염 환자를 진료할 때 아랫입술을 관찰한다. 아랫입술은 소화기 점막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호흡기 점막의 시작점은 코인데 이를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하면 점막이라는 공통분모와 각 점막의 시작점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아랫입술의 건조함과 윤택 정도, 입술 색이 연하거나 어두운 정도로 코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실질적으로 비위가 약해 소화 흡수에 불균형이 발생 되면 비염이 쉽게 발생하는데 이러한 연관성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자.

먼저, 소화기 장부가 부실하면 몸 전체가 부실해진다. 우리 몸은 여러 장부와 조직이 치밀하게 협조하고 소통하면서 생명을 영위하고 있다. 그중 소화기관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공장으로써 기본적인 영양공급의 출발이 된다. 그러므로 공장에 이상이 발생하면 자연스레 몸의 곳곳에 결핍과 불균형이 일어나서 면역기능, 대사기능, 순환기능 등에 이상이 발생해 호흡을 담당하는 코의 점막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둘째, 비위를 못 맞추면 호흡기 점막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음식을 먹을 때는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적정량은 얼마이고 어떻게 알고 섭취할 수 있을까. 먹을 때 흔히 ‘비위를 맞춰 먹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먹는 것의 출발이 내 위장의 포용 범위와 췌장을 비롯한 소화액을 분비하는 장부들의 소화 능력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소화 능력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는데, 비(췌장)위의 산 염기 균형이 가장 일차적인 관문이다. 과식하거나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위장에서 분비되는 위산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중탄산염의 산 염기 균형이 깨지게 돼 pH 농도가 산성 상태로 소화된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면서 불균형과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소장과 대장이 부담받게 되면 다시 위장에서 음식물을 내려보내는 속도를 늦추도록 피드백된다. 이렇게 되면 위장에서 유문으로 내려가는 음식물이 멈춰지면서 위장의 운동에 따라 분문으로 역류를 하는 역류성 식도염 상태가 돼 신트림이 나고 생목이 올라오게 된다. 위장에서부터 식도, 인후, 구강으로 흐름이 역류 되면서 코와 입 점막이 건조해지고 충혈된다.

셋째, 췌장이 부담받으면 코막힘을 유발한다. 위와 췌장의 불균형이 반복되면 췌장의 기능은 점차 떨어져서 위장의 용적에 맞게 100 정도의 음식을 먹어도 췌장은 어느덧 80 정도밖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처럼 산 염기의 불균형이 고착화하면 항상 소화기 점막과 코를 비롯한 호흡기 점막이 충혈되고 건조한 상태가 돼 지속적인 코막힘을 유발한다. 

넷째, 위장의 부담은 과도한 콧물을 발생시킨다. 아울러 비위의 균형이 깨지면 위장의 순환에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나면서 위장의 혈액순환이 정체되고 기능이 저하돼 위의 운동성과 소화 기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소화가 느려지다가 소화불량이 된다. 여기서 더 심각해지면 위 기능이 정체되어 체한 상태가 된다. 이러한 소화기 점막의 정체가 지속하면 초기에는 콧물이 많아지다가 심해지면 소화기 점막과 호흡기 점막의 순환이 안 되면서 차가워진 상태가 돼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된다.

이처럼 비염을 소화기 점막의 건강과 함께 살펴보는 한방적인 접근은 만성 비염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즉, 균형 있는 식생활로 비염을 개선할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