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단독콘서트 여는 가수 오후(O’hoo)
마음 다독이는 맑은 목소리
늦깎이 데뷔했지만 잔잔한 인기
20일 새라새극장에서 첫 콘서트
간다, 걸어간다 괜찮아질 거라고
내가 나를 위로하며 세상 길 걸어간다
지붕 높은 교회당을 지나쳐
목소리 큰 어른들을 지나서
거짓 사랑뿐인 사람을 떠나
시간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
더 낮은 곳 작은 숲에 모두 내려놓으러
바람이 불어오네
비로소 내 맘의 꽃들이 흔들리네
살아있어 좋은 곳
그곳을 찾아서 천천히 걸어간다
<걸어간다> - 김순곤 작사·작곡
[고양신문] 2년 전 선보인 노래 ‘걸어간다’의 노랫말이 참 아름답다. 듣는 이의 마음을 잔잔히 다독이는 이 노래는 중년 팬들, 특히 고양에 거주하는 이웃들에게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알고 보니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 김완선의 ‘나만의 것’ 등 시대를 풍미했던 명곡들을 수없이 작사한 스타 작사가 김순곤이 직접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든 곡이다.
노래 자체도 명곡이지만, 가수의 목소리가 가사의 정서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다. 맑고 청아한 음색과 창법으로 예쁜 노랫말을 읊조리듯 들려준 이는 늦깎이 신인가수 오후(O’hoo)다. 재작년 싱글음원 ‘걸어간다’와 이듬해 ‘긴 하루’를 연이어 발표한 후, 크고 작은 무대의 조연으로 팬들과 인사했던 가수 오후가 드디어 본인이 주인공의 자리에 서는 생애 첫 단독콘서트를 연다. 이달 20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어느 가을 오후 3시’를 찾아가면 포크가수 오후가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30년 전 고양으로 이사를 와 줄곧 커리어우먼의 삶을 살았던 오후는 “노래를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좋아했지만, 스스로 정식 가수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통기타를 배우고, 함께 노래를 할 기회가 주어지며 숨겨왔던 재능이 빛을 발했다. 50을 훌쩍 넘긴 이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음색과 독특한 감성이 배어든 창법에 듣는 이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김순곤 작사가가 맞춤한 노래 ‘걸어간다’와 ‘긴 하루’를 그에게 건넴으로써 ‘포크가수 오후’로 정식 데뷔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한참 늦어 조급할 수도 있을텐데, 오후는 조바심하지 않고 더 좋은 무대를 준비하며 지금의 행복을 즐기고 있다. 이름을 오후라고 짓고 첫 콘서트 타이틀을 ‘어느 가을 오후 3시’라고 지은 것을 보면, 가수로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읽힌다.
“하루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늦은 오후는 참 묘한 시간이에요. 마음이 느긋해지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하던 일을 지속할까 새로운 걸 시작할까 고민하기도 하니까요. 그 시간을 지나는 이들에게 저만의 노래로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요.”
오후는 가수활동을 시작하며 고마운 분들을 너무도 많이 만났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손꼽는 이는 황승일 뮤직벙커 기타교실 대표다. 황 대표는 기타를 배우러 온 오후에게 목소리도 좋고 재능도 있으니 노래도 병행해보라며 버스킹 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김순곤 작사가와의 만남도 시작된 것.
“첫 발을 내딛게 해 주신 황승일 선생님과 김순곤 작사가님은 물론이고, 포크음악의 레전드이신 서유석 선생님께서도 저의 가수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특급 칭찬을 해 주셨어요. 어쩌면 그분의 말씀 덕분에 제가 용기를 얻어 단독콘서트라는 큰 도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가 손꼽는 ‘고마운 분들’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오후는 “저 팬클럽도 있어요”라며 수줍게 자랑한다. 늦깎이 신인가수의 노래를 응원해주고, 작은 무대에도 찾아와 박수를 보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가수 스스로도 놀랍단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크고 작은 무대로 끌어올린 이는 바로 고양을 대표하는 공연기획자인 손덕기 예술감독이다. 20일 콘서트도 손 감독의 과감한 추진력 덕분에 차려졌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밴드를 구성하고 해금과 첼로, 오보에와 바이올린, 거기에 마임 퍼포먼스까지 준비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손 감독의 폭넓은 경험과 인맥 덕분이다. 손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자.
“가수 오후의 노래를 처음 듣고는 숨은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저 가수를 더 많은 팬들에게 소개해야겠다는 욕구가 일었지요. 콘서트장에 직접 와 보시면 그 이유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포크가수 오후 First Concert
어느 가을 오후 3시
일시 10월 20일(목) 오후 7시
장소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관람료 3만3000원
예매·문의 010-372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