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사례1】 사기범은 나순진씨에게 딸을 사칭하며, ‘엄마 나 휴대폰이 망가져서 급하게 휴대전화 보험 신청해야 해. 엄마 명의로 대신 진행하게 도와줘’라며 메신저톡을 전송함. 나순진씨는 사기범으로부터 받은 메신저톡의 링크를 클릭해 원격조정앱이 휴대폰에 설치되었고, 사기범에게 본인의 신분증 촬영본, 은행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함. 사기범은 원격제어를 통해 피해자 휴대폰에 설치된 금융앱에 접속해 해당 계좌 잔액 및 오픈뱅킹서비스를 통한 타행계좌 전액을 모두 사기이용계좌로 송금해 총 7600만원을 편취함.

【사례2】 은행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은 김영세씨에게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로나19 영세소상공인 정책대출 신청을 접수한다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김영세씨에게 해당 사이트 링크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할 것과 대출심사 관련 선납금 송금을 요구함. 김영세씨는 사기범이 알려준 링크에 접속하여 개인정보를 입력하였고 선납금 명목의 1500만원을 사기이용계좌에 송금하여, 사기범이 이를 편취한 후 잠적.


한때 개그콘서트 ‘황해’라는 프로가 있었습니다. 이상구, 이수지씨 등이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보이스피싱을 재미있게 풍자화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누가 들어도 어눌한 연변 사투리에, 남한 사정에 어두워 늘 당하는 보이스피싱범의 모습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보이스피싱은 그렇게 웃기거나 어설프지 않습니다. 검찰, 경찰,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는 사기범들의 솜씨는 웬만한 배우는 저리 가라입니다. 요즘은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피해자가 핸드폰에 전송된 메시지에서 링크만 클릭해도 피해자의 핸드폰을 원격 조정할 수 있는 기술까지 사용합니다.

경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들의 지속적인 홍보, 교육, 단속 등으로 피해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2021년 한 해 동안만 1만3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1682억원의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지속적인 피해예방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2019년도에는 피해자가 5만명이 넘었고 피해액도 672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는 대출빙자형, 기관사칭 등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백신접종, 재난지원금 또는 대선 여론조사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과 메신저를 이용한 비대면 방법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기범들이 사기를 치더라도 돈도 좀 여유있고 아쉬울 것 없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그나마 덜 밉겠는데, 주변에서 보면 사정이 어려운 분들을 더 노리는 거 같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절박한 분들이 유혹에 쉽게 노출되니까요.

【사례3】 박다급씨는 카드모집인을 사칭하는 불법금융업자로부터 카드발급 시 연회비 전액지원, 현금 50만원 증정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스팸 문자메시지 광고를 보고 해당 연락처로 연락. 사기범은 박다급씨의 신용카드 이용한도 조회가 필요하다면서 박다급씨가 보유하고 있는 ‘체크카드’ 카드정보 등을 파악. 카드발급을 위해서는 거래실적이 필요하다면서 박다급씨 체크카드에 연결된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할테니 동 금액을 본인이 지정한 다른 계좌로 입금하라고 안내하였고 피해자가 이체를 완료하자 연락이 두절됨. 이후 사기범은 탈취한 박다급씨의 카드정보 등을 이용해 카드론 등 500만원의 대출을 실행하여 편취.

 
보이스피싱이나 불법금융광고의 방법은 갈수록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에 당하는 사람은 너무 어리숙한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대학원까지 졸업한 제 조카가 상당히 큰 금액의 피해를 당한 것을 보면 사기범들을 우습게 볼 게 절대 아닙니다. 

제도권 금융회사는 전화나 문자를 통해 개인정보 요구, 뱅킹앱 설치 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URL주소(인터넷상의 파일주소)는 터치하지 마세요. 궁금하면 지는 겁니다. 혹시라도 송금하셨다면 즉시 금융회사 콜센터나 경찰청(☎112) 또는 금감원(☎1332)으로 전화해 지급정지를 요청하세요.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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