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5주년 맞은 주엽커뮤니티센터

 

주민의제발굴 통해 지하보도활용
공공이 공간제공, 운영은 주민주도
소모임부터 동아리, 문화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세대 이용, 문화복합공간으로 

[고양신문] 지하철 3호선 주엽역에서 내려 광장으로 나오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지하보도. 입구로 내려가면 120평 남짓의 주민 거점공간 ‘주엽역 커뮤니티센터’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마주하는 ‘북카페 주엽마실’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고 뜨개질도 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입구 왼편에는 동아리모임과 인문학 강연 등을 열 수 있는 약 50평 규모의 커뮤니티 홀 ‘너른마당’이 있으며 안쪽에는 밴드활동, 유튜브 촬영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 시설이 방문자들을 반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오른편에는 1인 창업가나 소규모 단체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는 청년공작소(소호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처음부터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복합공간으로 조성됐고 지금도 남녀노소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오전에는 주부, 점심 이후에는 노년층, 하교 시간에는 청소년들이 주로 함께하며 저녁에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대관해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해요. 한 공간을 다양한 연령층이 쓰다 보니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큰 장점이죠.”

이진희 센터장의 설명이다. 개관 초기만 해도 주민 발길이 드문 지하보도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올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어느새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지역명소로 자리 잡았다. 운영주체인 고양시민회와 주엽1, 2동 주민자치회 구성원들을 비롯해 이용객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서 이뤄낸 결과다. 


민관협치 공간운영 성공모델로 정착
현재의 주엽커뮤니티센터 모습이 갖춰지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과거 주엽역 지하보도는 어두컴컴한 우범지역으로 주민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었다. 2013년 당시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공간에 대한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의제발굴사업을 제안했고 그 결과 경기도가 지원하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주민거점 공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원했던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됐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고양시는 당시 지역단체를 염두에 두고 운영주체를 공모했지만 두 차례나 유찰되고 만 것이다. 당시만 해도 주민거점공간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공공에서는 공간만 제공하고 인건비 같은 운영비용은 알아서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지역단체들이 운영을 맡길 꺼려했던 것. 

이진희 센터장은 “자칫 주민들이 힘 모아 이뤄낸 공간이 엉뚱한 곳에 가버릴 수 있었던 차에 당시 김미수 고양시민회 대표(현 시의원)가 저에게 운영을 맡을 수 있겠냐고 제안해왔다”며 “마침 비슷한 방식의 공간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7년 문을 연 주엽커뮤니티센터 개소식 모습
2017년 문을 연 주엽커뮤니티센터 개소식 모습

 

덜컥 공간을 맡겠다고 했지만 막상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진희 센터장은 가장 먼저 마을공동체 활동가와 지역 주민동아리, 문화프로그램 단체 등을 만나며 주엽커뮤니티센터를 홍보하고 다녔다. 덕분에 센터 오픈 초기에 경기도 꿈의학교 프로그램과 살사댄스 동아리 등을 유치해 대관료 수입을 충당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 공간 활용을 최초 제안했던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주엽2동 주민자치위원회의 도움이 컸다. 주요 회의뿐만 아니라 정기모임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고 주변에 입소문도 내는 등 센터가 빠른 시일 내에 자리잡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진희 센터장은 “아파트가 밀집된 주엽동 특성상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절실했는데 주엽커뮤니티센터가 그러한 욕구들을 상당부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운영주체들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운영 초기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6개월간 무급으로 일했다. 시민회 회원들과 자원활동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센터를 찾아와 설거지와 청소 등을 도우며 한마음 한뜻으로 공간운영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개관 1년 만에 대관료와 음료판매, 사무공간 임대만으로 인건비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작년 한해 코로나와 주엽역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공간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탠 덕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주민들 “주엽역 명소이자 자랑거리”
이처럼 개관 5년째인 주엽커뮤니티센터는 고양시가 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주민거점공간의 성공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2020년 당시 센터가 이용자 2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 기준 84점 수준으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는데 세부적으로 ‘지하보도환경 개선’과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 제공’, ‘동아리 활동공간 활용 편리성’, ‘저렴한 시설 이용료’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센터에서 매주 사진연구회 동아리 모임을 하고 있다는 서안종 일산사진연구회장은 “동아리에서 사진 기초교육과 포토샵 수업 등을 진행하는데 학습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무엇보다 주엽역과 가깝기 때문에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주변에도 많이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정혜선씨는 개관 초기부터 센터를 애용해온 찐팬(?)이다. 정씨는 “아이와 함께 우연히 방문한 뒤로 이곳에서 요가수업도 하고 예술활동도 체험하고 인문학 강연도 들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어두컴컴해서 접근하기도 어려운 공간이었는데 이렇게 지역주민을 위한 멋진 곳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서 일산주민으로서 자부심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정씨는 “주엽커뮤니티센터는 저에게 보물을 찾게 해준 보물섬 같은 공간”이라며 “보이지 않는 수고로 이곳을 묵묵히 지켜오신 센터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전했다.   

주엽커뮤니티센터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공간운영을 위한 콘텐츠와 네트워킹에 나서고 있다. 10월 중 지역주민을 위한 하우스음악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일산서구보건소와 연계한 건강프로그램도 11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그 외 주엽 1·2동 주민자치회와의 협조도 강화하는 등 주민거점공간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도 다지고 있다. 

이진희 센터장은 “지난 6년간 주엽커뮤니티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예술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