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가 대당 4500만원을 주고 구입한 행주산성 전기관람차.
▲ 고양시가 대당 4500만원을 주고 구입한 행주산성 전기관람차.

<최규진 시의원 행정감사>
“오늘 당장 운행 중지하라”
차량핸들, 주행방향 불일치
14인승 4500만원에 샀는데
실제론 4~5명만 탑승 가능

[고양신문] 고양시의 대표적 문화관광지인 행주산성에서 운행되는 전기관람차가 탑승자 안전을 위협할 만큼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의회 최규진 의원(민주당, 행주·대덕·행신1·2·3·4)은 13일 문화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고양시 관광과에서 운행 중인 행주산성 전기관람차의 안전문제와 효율성 없는 운영 실태를 지적하며 “오늘부로 당장 운행을 중지할 것”을 지시했다. 

최 의원의 질의를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화복지위 소속 9명의 시의원들은 최 의원의 질의가 끝나고 곧바로 정회를 요청한 뒤 시 감사담당관실에 전기차 구매 경위와 운영실태 등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를 청구했다. 행정감사에서 나온 지적 사항이 곧바로 감사청구로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 

▲ 고양시의회 최규진 의원(민주당, 행주·대덕·행신1·2·3·4).
▲ 고양시의회 최규진 의원(민주당, 행주·대덕·행신1·2·3·4).

행주산성 전기관람차의 운행실태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고양시는 행주동 내 3곳의 관광거점을 이어주는 도로를 달리는 용도로 차량을 구입했지만, 해당 차량은 정식차량이 아닌 골프장 셔틀(카트)을 개조한 차량으로 일반도로를 달릴 경우 현행법 위반이다. 고양시는 차량 구입 후 운행노선을 행주산성 내부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는 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셔틀로만 사용된다. 

그런데 차량을 살펴보니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차량의 핸들이 주행방향과 일치하지 않았고, 휠체어 탑승시 프레임이 휘는 현상도 발견됐다. 냉각장치가 좌석 아래에 통풍구 없이 설치돼 있고, 탑승자가 앉는 의자는 고정시키는 부분이 불량해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의자가 앞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았다. 탑승객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더라도 의자가 좌석에서 떨어져 나가는 구조로 설계된 것.

▲ 핸들의 방향과 바퀴의 방향이 불일치. 직선 길을 내려가고 있지만 핸들이 돌아가 있다. 구입 후 약 8개월 간 운행된 차량이라고는 믿지기 않을 정도다. [사진=최규진 시의원]
▲ 핸들의 방향과 바퀴의 방향이 불일치. 직선 길을 내려가고 있지만 핸들이 돌아가 있다. 구입 후 약 8개월 간 운행된 차량이라고는 믿지기 않을 정도다. [사진=최규진 시의원]
▲ 차량 하부. 뒤엉켜 있는 케이블이 대충 묶여있다. [사진=최규진 시의원]
▲ 차량 하부. 뒤엉켜 있는 케이블이 대충 묶여있다. [사진=최규진 시의원]
▲ 휠체어가 우선 탑승하는 차량으로 계획됐지만, 탑승 후 차량 운행방향으로 휠체어가 회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리가 협소하다.

비상시 누를 수 있도록 마련된 ‘비상안전버튼’은 보행자와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해야 함에도 버튼을 누르게 되면 모든 동력과 전력이 끊겨 차량이 미끌어져 내려가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됐다. 행주산성을 오르내리며 경사로를 다니는 차량에게는 보행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치명적 결함이다.

최 의원은 “애초에 세웠던 과업지시서와 달리 가격대비 너무나 질이 떨어지는 저품질의 차량을 구입한 경위가 궁금하다”고 따져 물었고, 이에 고양시 관광과장은 “국산 전기차는 비싸서 가격이 맞는 것이 중국제품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문제의 전기차는 고양시가 작년 6월에 대당 4500만원에 구입했다. 시 관광과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에 선정되어 총 15억원(국비 7억5000만원, 시비 7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약 9000만원의 예산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2대 구입했다. 

하지만 차량은 대당 가격이 4500만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차량 하부의 전선과 케이블이 뒤엉켜 그대로 노출돼 있고, 운전석 계기판은 영어나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모두 중국어로 표시되어 있어 차량 운행시 계기판의 경고표시를 알아채기 어렵다. 

또한 구입한 전기차는 14인승을 개조해 운전자와 탑승자, 휠체어 포함 9~11인 이상이 탑승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4~5명만 탑승할 수 있고, 자동차의 외형은 과업지시서와 달리 권율장군과 행주치마 캐릭터가 사용되지 않아 관광지의 특징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 하고 있다.

최규진 시의원은 “제가 세 번에 걸쳐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차량을 탑승해 봤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저는 이 사업에 대해 10점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행주산성 전기관람차 문제는 관광과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더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담당관실의 감사를 통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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