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2022 고양국제무용제를 보고
<2022 고양국제무용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무용제는 본 공연 무대 3회와 워크숍 3회로 개최됐다.
첫 번째 공연, 고양시를 대표하는 안무가들과 해외 초청작으로 U:ME무용단의 ‘잠시 머물다 가는 것에 대해’, 이주희 발레모던무브의 ‘붉은 갓’과 룩셈부르크 무용 아티스트 질 크로비지에의 ‘The Hidden Garden’과 미시간대학 교수 에이미 샤바스의 ‘Plunder Thunder’, 홍경화 현대무용단의 ‘2022 몸-저장된 시간’이 초대됐다. 축제의 서막은 ‘황홀함’과 ‘진지함’ 그 사이에 놓여 있었다.
두 번째 공연, 장석순 한성대 교수가 이끄는 프로젝트S의 ‘사르발타’, 박근태 부산대 교수가 이끄는 더파크댄스의 ‘A freak with a twisted wrist’, 김경신 국립공주대 교수가 이끄는 언플러그드바디즈의 ‘호모 루피엔스’ 작품이 초대됐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는 국제적인 감각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세 번째 공연, 표상만의 ‘살펴주소서’, 유니버설발레단 이현준+이한결의 ‘너와 함께 날 수 있을까…?’, 최지연+박호빈의 ‘난리블루스’, 김운선의 ‘도살풀이춤_김숙자류’가 초대됐으며 안무가 권혁이 이끄는 시나브로 가슴에의 ‘ZERO’가 폐막작으로 올라 춤의 모든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시간이 됐다.
사흘간의 무용 세계에 흠뻑 빠져 행복했다. 공연내내 가슴이 벅차 올랐다. 동시에 무용이 무엇인지, 잠시 멈칫했다. 이전엔 무용이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장르로 이해됐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무용은 어떤 문화예술보다 쉬운 공감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됐다. 무용은 언어의 장벽도 차별도 없는 몸의 언어인 것이다.
올해 무용제에 오른 작품들은 관객에게 끝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찰나의 삶을,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판타지 문학을, 생태학적 위기를,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를, 희망을, 미래형 인간을, 너무도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우리의 의식의 문을 두드렸다.
특히 해외 안무가 질 크로비지에와 에이미 샤바스와 김경신의 안무는 기존의 내가 무용을 이해하던 방식을 완전히 해체 시키기에 이르렀다. 몸으로 표현된 감각적인 언어에 철학이 더해진 인문학의 한 장르로 이해됐다. 무용에 대해선 누구보다 초기화 상태인 내게 무용이 이토록 문학적으로 이해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무용을 본다는 것은 몸짓의 미학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안무가의 언어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므로 올해의 작품들이 더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유가 이 스토리(메시지)의 힘에 있음을 알게됐다.
문학작품을 읽듯 무용제를 관람했다. 무용가들이 몸으로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에, 인간의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메시지를 받아 내가 살아갈 이유와 방향을 찾는다.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일 것이다.
이번 고양국제무용제에 오른 13개 작품의 무용은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그 만의 창작성과 다양성이 있어 좋았다. 잘게 쪼개진 환상적인 비트에 맞춘 화려한
안무 더파크댄스의 ‘A freak with a twisted wrist’와 하나의 통일되고 극한의 반복된 동작이 만들어낸, 격정적인 감정과 다채로운 감각의 표현이 놀라웠던 시나브로 가슴에의 ‘ZERO’의 잔상이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무용예술을 오래 경험한 사람이 아닌지라 이번 무용제에 대해 감히 평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나의 무용에 대한 시선은 일반 관객들의 평균값이라 말해도 좋을 것 같다. 현대무용이 얼마만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작동을 하고 있는지, 대중적인 문화예술인지를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무용과 더욱 친근해질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고양국제무용제가 무척 감사하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무용예술과 친숙해질 기회를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무용제와 함께하며 더욱 강렬하게 받았던 에너지는 차세대 한류의 주인공은 이제 ‘무용예술’의 차례라는 것이다. 고양국제무용제는 한류무용의 출발점이 고양특례시가 되면 어떠할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내년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까? 두근두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