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광장』 아랍어로 번역하는 이집트인 알레 페티 일레와 교수
이집트에서 학국어문학과 졸업
현재는 같은 학과에서 가르쳐
현재 전체분량의 약 70% 번역
올 12월~ 내년 2월 사이 출간
[고양신문] 인생의 마지막 18년을 고양에서 보낸 작가 최인훈(1936~2018) 선생을 대표하는 작품 『광장』이 아랍어로 번역 출간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이미 번역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랍어로 처음 번역되는 것이다.
『광장』은 남한사회와 북한사회를 모두 비판적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로서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의미를 일구어 낸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발표된 지 60년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사회와 북한사회에 모두 실망하고 제3국으로 가는 배위에서 결국 바다로 투신자살한다. 이명준의 죽음은 분단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번에 아랍어로 번역을 맡은 이는 이집트인이다. 카이로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알레 페티 일레와(Alaa Fathy Elewa) 교수가 번역을 하게 됐다. 일레와 교수는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문학과의 제2회 졸업생으로, 이후 한국문학을 좀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고국인 이집트로 돌아가 현재 아인샴스대학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일레와 교수는 최인훈 선생의 아들인 최윤구 음악평론가와 이메일과 줌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중 학회 일로 한국에 오게 됐는데, 이왕 먼 걸음 하는 김에 지난 23일 화정동의 최인훈 선생 댁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일레와 교수는 “학부 시절인 2011년경 한국문학 공부를 『광장』으로 시작했어요. 문학사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최인훈 선생의 광장과 김수영 시인의 풀이었어요. 하지만 학부 때는 광장이라는 작품 전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줄거리 정도만 알고 있었고 부분적으로만 읽었어요”라며 『광장』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어 “광장을 번역하는 일을 기획한 때는 7년 전인 2016년입니다. 스프사파 이전에 다른 출판사와 2년 정도 연락하다가 결국 번역을 하지 않게 되는 일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일레와 교수가 『광장』을 완독한 때는 한국에 유학을 왔을 때였다. 이때는 마침 고국인 이집트에서도 ‘아랍의 봄’(2010년 12월에 시작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지식인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사회가 생각하는 것이 부딪힐 때의 고통이 소설 속에서 더 잘 읽혔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최윤구 음악평론가는 “광장은 한국 사람이 읽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이라며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입장에서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일레와 교수는 “한국의 30년대 문학과 60년대 문학이 어려운데 그 중에서도 광장이 어려운 편이었어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생략된 부분이 있는데, 생략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략된 부분을 놔두고 문장만을 번역하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라고 답했다.
『광장』이 결국 주인공 이명준의 죽음으로 결말 맺게 된 것에 대해 일레와 교수는 “2011년 처음 광장을 읽었을 때는 ‘왜 그랬을까’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리고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맺는 것이 미웠어요. 지금 보니까 ‘정말 아팠겠구나’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인 이명준이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저보다 어린 사람이더라구요. 지금은 주인공을 안아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광장』 번역 작업에는 일레와 교수 외에 다른 번역가도 참여하고 있다. 일레와 교수의 학부 1년 선배이자 울산대학교에서 문학석사를 받은 이집트인 마르와 자흐란과 함께 번역을 하고 있다. 이번 아랍어 번역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도 받게 된다. 아랍어로 번역되는 『광장』은 이집트의 문학번역전문 출판사인 ‘스프사파’에서 올해 12월에서 내년 2월 사이에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는 『광장』 전체 분량의 약 70% 정도를 번역하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