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경찰 생활을 하면서 오토바이 소음과 난폭운전 문제로 주민들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경찰관들도 오토바이들이 급격한 차로변경 등 곡예 운전은 물론이고 보도 운행이나 불법 주·정차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또한, 횡단보도 등 아무 곳이나 달리고, 사거리 신호등에서 정상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도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단속하는 경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항의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오토바이를 쫓아가서 단속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오토바이 소음과 난폭운전 문제로 화가 난 주민들 앞에서 그렇게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더욱 난감하다. 현재의 오토바이 운행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916명으로 5년 전인 2016년(4292명)에 비해 3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토바이 사망사고는 2016년 614명에서 작년 459명으로 25.2% 감소하는 데 그쳤으며, 전체 사망자에서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4.3%에서 지난해 15.7%로 오히려 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승용차 운전자의 비중은 2016년 49.3%에서 작년 46.2%로 줄었고, 화물차 운전자의 비중은 22.2%에서 23.6%로 늘었다.
사망과 부상 사고 건수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도 5년 전보다 승용차는 10.3%, 승합차는 29.7%, 화물차는 1.9% 각각 줄어든 반면 오토바이는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년간 전체 연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은 7.5%였지만 오토바이는 5.7%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교통수단별 교통사고 1회당 사망자 수(치사율)도 오토바이(2.2%)와 화물차(2.6%)가 2%대를 웃돌아 여전히 승용차(1.0%), 승합차(1.5%)보다 높았다.
일반 승용차는 교통법규 준수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음에도 유독 오토바이는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고 세월이 지나면서 더 나빠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는 오토바이 단속도 제대로 못 하고, 오토바이 운전자의 자발적 법규준수와 안전 운행 준수만 외쳤다. 배달 업종은 코로나 시대 상황에 따라 급격히 성장했고, 배달 시간을 더욱 단축하기 위해 인도, 차도, 횡단보도 등을 가리지 않고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달리고 있으나 실제 단속은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단속하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경찰로서는 심각한 책임에 시달릴 수 있어 적극적인 단속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오토바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배달 운전자의 문제 발생 시 운전자와 소속회사에 대한 벌점 제도 도입,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수 교육제도, 오토바이 앞면 번호판 부착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토바이는 사용신고, 보험, 구조변경, 폐차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관리되는 것이 없다고도 한다.
이렇게 많은 문제 중에서 필자는 오토바이 앞면 번호판 부착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도로에는 승용차나 트럭 등의 신호나 속도위반을 잡아내는 무인 단속카메라가 있지만, 앞면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에는 무용지물이다. 이처럼 오토바이는 무인 단속카메라로 단속할 수 없어 오토바이의 불법 주행을 단속하려면 경찰관이 직접 순찰차로 추격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오토바이의 특성상 강제로 세우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일부 얌체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두께가 굵은 줄 형태의 자물쇠인 일명 ‘순대락’ 등으로 뒷면 번호판 숫자 일부를 교묘히 가리는 경우도 잦아 단속이 쉽지 않다.
오토바이 앞면 번호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운전자들은 오토바이의 앞부분은 번호판 부착을 생각하지 않고 제작됐기 때문에 앞면 번호판을 부착할 공간이 없고, 앞면 번호판을 부착하면 바람의 저항이 커져 핸들을 조향할 때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보행자와 충돌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앞면 번호판 날카로운 테두리에 사람이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선진 외국에서도 오토바이 앞면 번호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면 번호판 찬성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우선, 앞면 번호판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고, 사고 위험을 생각한다면 플라스틱 또는 스티커 등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람의 저항으로 핸들 조향이 힘들다면 앞면 번호판을 긴 일자 형태나 세로 형태로 제작해 부착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은 오토바이를 배달 등 생계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어 직접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오토바이를 이동 교통수단으로 많이 활용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앞면 번호판을 도입·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있지만, 무엇보다 오토바이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뒷면 번호판이 있어도 적발되지 않아 거의 ‘무적 차량’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에 앞면에 번호판을 부착하게 되면 누군가 보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함부로 운행할 수 없는 ‘명찰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토바이 앞부분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인 핸들 구조는 같아 일단 법률적 조문만 만들어지면 오토바이 제작업체들이 그 해법을 금방 찾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오토바이 상황은 그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 모든 후유증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고통이 된 지 오래다. 일부에서 ‘앞면 번호판을 달고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더라도 오토바이는 이를 피해 더 위험하게 운행할 것’이라는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무엇이든 해야 할 때다. 오토바이 더는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