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NLL 이남 영해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한 특보. [MBC 뉴스 화면 캡쳐]
북한의 NLL 이남 영해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한 특보. [MBC 뉴스 화면 캡쳐]

[고양신문] 남북 간 군사적 위기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 서로 상대방 탓을 하며 경쟁적으로 미사일 발사, 포사격을 하더니 급기야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경고사격을 하며 충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월 2일에는 북한이 한·미의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비난하며 동·서해로 25발의 미사일을 쏘았고, 그중 1발이 NLL을 넘어와 울릉도 북쪽 공해에 떨어졌다.

한국도 이에 대응해 전투기 2대가 출격해 NLL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위험한 형국이다.  

우리 군이 공개한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공대지 미사일 발사 영상. [MBC 뉴스 화면 캡쳐]
우리 군이 공개한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공대지 미사일 발사 영상. [MBC 뉴스 화면 캡쳐]

안보 위기로 잃게 되는 것들

왜 이렇게 된 걸까?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군사적 위기가 긴박한 상황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굳센 결의가 필요하다. 전쟁은 남북을 공멸로 이끌어 지금까지 우리가 애써 이룩한 모든 것을 잃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전쟁의 참상을 보고 있지만, 한반도 전쟁은 이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참혹할 것이다. 한국은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3천만 명의 사람들이 고층 아파트와 빌딩에 밀집해 살고 있다. 또한 가스·석유 저장소와 발전소 등 위험시설이 모두 지상에 노출되어 있어 전쟁이 벌어질 경우 그 피해 규모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단지를 폭격하려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담판해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미 국방부가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전쟁의 참상이 드러난다. 개전 초기 3개월 이내에 미군 사망자 5만~10만 명, 한국군 사망자 최소 50만 명, 한국 민간인 피해자 수백만 명, 재산 피해 1조 달러에 이른다. 만일 지금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이 보유한 수십 개의 핵탄두와 다량의 미사일로 인해 30년 전에 비해 그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도 군사적 위기는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경제가 멈춰 서게 된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코스피 지수는 48.8% 하락했고, 환율은 11.8% 상승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이 벌어진 다음 날에도 코스피 지수는 32.8% 하락했고 환율은 14.8% 상승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안보 위기로 인한 코리안 리스크 때문에 한국기업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분단과 안보 불안으로 매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분단 비용이 전체 GDP의 4~4.3%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외에도 사상의 제약 때문에 창의력이 위축되고 민주주의가 지체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수없이 많다.    

이제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분단 이후 남북한은 국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체제 경쟁을 벌여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 스포츠에서도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군비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한국은 1970년대 후반 경제력에서 북한을 능가한 이후 40여 년 동안 매년 북한 군사비의 수 배에서 수십 배에 이르는 예산을 군사력 증강에 쏟았다. 그 결과 해·공군을 비롯한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했지만 안보 위협은 해소되지 않았다. 북한이 경제력 열세를 의식해 돈이 많이 드는 재래식 군비경쟁 대신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중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과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에 매달리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군비를 증강시켜야 안보 위기에서 자유로울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제 생각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안보는 무기만 늘린다고 확보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 위협에 맞설 군비 확충은 필요하지만 정도껏 해야 한다. 과도한 군비 증강은 북한의 맞대응을 불러일으켜 남북한 모두 안보가 더 나빠지는 안보 딜레마를 유발한다. 이제 군사력, 경제력, 정치적 정통성 등 국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한국이 먼저 북한에게 대화의 손을 내밀 때이다. 

상대 존중하는 역지사지 태도 필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담대한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경제 회생을 돕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제안을 하찮은 물건짝과 자기네 국체인 핵을 맞바꾸자는 부등가 교환이라며 ‘담대한 망상’이라고 조롱했다.

왜 그랬을까? 북한은 1990년대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후 국제사회와 수많은 협상을 통해 북핵 폐기와 북한의 안보위협 해소, 즉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조치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ㆍ19 공동성명’,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싱가포르 합의문’ 등의 핵심 내용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합의를 무시하고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나중에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UN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퍼렇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지원의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호응을 얻으려면 먼저 미국과 협의해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항공모함까지 동원된 해상 훈련, 240여 대의 전투기가 출격하는 대규모  공중 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하면서 대화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태도이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꼽아 줄기차게 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정잭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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