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첫 조직개편안 살펴보니


평화미래정책관·청년담당관
신청사건립단·도시재생과 사라지고
경제자유구역추진과·신도시정비과 신설
의회 소통없이 강행... 본회의 통과 '미지수'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의 향후 시정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조직개편안의 초안이 나왔다. 12년만의 고양시 정권교체에 따른 시정방향의 변화와 특례시 지정에 따른 조직신설 등이 반영되면서 전례 없는 조직개편이 눈에 띈다. 기존 2실 7국 4직속기관 4사업소 147과에서 자족도시실현국, 덕양구청 대민협력관 등 1국 1보좌기관 2과가 늘어나 2실 8국 4직속기관 4사업소 1보좌기관 149과 체제로 변경됐으며 공무원 인력 또한 기존 3403명에서 3444명으로 41명 증원(복지분야 28명, 교통안전 1명, 주택임대차관리 1명, 의회정책지원관 9명)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존 부서들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 분리, 명칭변경 등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조직개편을 총괄한 기획정책관 측은 “이동환 시장님의 시정방침에 따라 부서별로 유사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기능들을 찾아내고 이를 재배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라며 “이번 조직개편안에 이러한 내용들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부서의 경우 사업이 남아있음에도 타 부서로 이관 혹은 통폐합되는 등 이번 개편안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앞으로 통과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고된다.  


민선7기 핵심부서 대부분 폐지·축소
먼저 이번 조직개편안을 통해 폐지되는 부서들을 살펴보자. 전임 이재준 시장 당시 시장 직속기구였던 평화미래정책관이 민선 8기에는 사라진다. 주요사무였던 시민소통업무는 이번에 신설되는 소통협치담당관에 배치되며 그 외 남북협력 분야나 인권 관련 업무는 주민자치과로 이관된다. 사실상 ‘전임시장 지우기’를 위한 부서폐지절차라고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추진해왔던 ‘평화의료 클러스터’사업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평화미래정책관 해체로 인해 인권팀의 존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고양시 인권증진위원회 위원 및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4일 성명서를 통해 "인권부서 해체나 전담 인력 축소는 고양시민들의 권리와 존엄성 보장체계의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인권부서 및 인권 전담 인력 확보를 통해 고양시민 인권보장 책무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말 고양시 평화미래정책관 인권팀에서 후원한 제1회 전국 청소년 인권 60초 영상제.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으로 평화미래정책관이 사라지면서 내년 영상제 개최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8월말 고양시 평화미래정책관 인권팀에서 후원한 제1회 전국 청소년 인권 60초 영상제.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으로 평화미래정책관이 사라지면서 내년 영상제 개최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민선7기 당시 정부 청년기본법 제정에 따라 청년정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던 청년담당관 또한 일자리관련 기능만 남긴 채 일자리정책과로 배치된다. 이는 지자체 주도의 청년정책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한 시의원은 “청년기본조례에 따라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역할로 청년담당관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일자리 정책부서 산하에 들어가는 것은 청년정책 변화흐름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도시재생사업 총괄부서인 도시재생과 또한 도시정비과로 흡수된다. 시는 기능이관을 통해 구도심 정비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동환 시장 취임 후 ‘도시재생 때리기’가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책 자체를 폐기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재건축 등 핵심 업무들은 새로 신설되는 신도시정비과에 배치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청사건립단 해체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신청사건립 기능을 공사과로 이관해 공공건축 기능을 일원화하겠다는 내용인데 사실상 신청사 사업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공사과라는 곳은 가령 특정 부서에서 정책방향에 따라 건축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예산책정과 착공계획이 나오면 그 다음에 업무를 이관받아 진행하는 곳이지 신청사건립 같은 초대형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니다”라며 “신청사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인력보강이 이뤄져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건립단을 해체하는 것은 사실상 신청사 사업을 안하겠다는 뜻 아니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신도시정비과 등 새로 생겨 
이처럼 전임시장 사업중단으로 인해 사라지는 부서가 있는 반면 한편으로 민선 8기 핵심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신설부서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동환 시장 제1공약인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책임지게 될 경제자유구역추진과다. 해당부서는 경제자유구역지정과 기업유치, 일산테크노밸리조성 등의 사무를 담당하며 이동환 시장 임기 내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가 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이 시장의 주요 공약인 일산신도시 재정비계획을 담당하기 위해 신도시정비과가 신설됐다. 이곳은 정부에서 발표한 1기신도시정비기본계획 수립 및 재건축 선도단지 지정, 안전진단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도시정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신도시정비과를 신설해 구도심과 신도시를 갈라치기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존 부서에서 분리·신설된 부서들도 있다. 공원관리과의 경우 공원규모 확대 및 업무조정에 따라 덕양공원관리과와 일산공원관리과로 나뉘어졌으며 기존 전략산업과의 경우 일부 기능을 분리해 미래산업과라는 이름의 신설부서가 탄생했다. 특히 미래산업과의 경우 방송영상산업, ICT융합산업, UAM산업 육성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기존 도시균형개발과에 속해있던 스마트도시팀 또한 스마트도시과로 확대개편돼 스마트시티기획, 빅데이터활용, 스마트안전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밖에 시장직속기구로 시민소통, 갈등관리, SNS소통 등을 담당하는 소통협치담당관과 기존 도시브랜드담당관에서 일부 기능을 변경해 도시브랜드, 도시경관, 공공디자인 등을 다루는 도시디자인담당관이 신설된 부분도 눈에 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추진과를 비롯해 기업지원과, 전략산업과, 미래산업과가 신설국인 자족도시실현국에 배치됐으며 이에 따라 기존 기업지원과, 전략산업과가 속해있던 일자리경제국의 경우 세정과, 징수과 재배치를 통해 일자리재정국으로 기능이 개편됐다. 


15일 상정, 의회통과 험난 예고
일부 부서들의 경우 명칭변경으로 인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과의 경우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계획 등을 근거로 가족정책과로 부서명을 변경해 여성, 다문화, 출산, 청소년 정책을 포괄하는 내용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복지여성국 또한 사회복지국으로 기능 재조정 및 명칭변경이 함께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변경안을 놓고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여성정책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고양여성민우회와 고양YWCA 등 지역 여성단체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과가 가족정책과로 개편될 경우 앞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 성평등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과 정책을 이끌 추진력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본보 1589호 ‘여성친화도시 고양시, 여성가족과 사라지나’참조>.

청소년 업무가 가족정책과로 통합됨에 따라 아동청소년과 또한 아동보육과로 부서명칭이 변경됐다. 아울러 건축디자인과 또한 디자인 업무가 시장직속 도시디자인담당관으로 이관됨에 따라 건축과로 명칭변경이 이뤄졌으며 기존 도시정비과는 도시개발과, 재정비관리과는 도시정비과로 각각 부서명칭이 변경됐다. 

기획정책관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시장님의 주요공약사항을 원활하게 추진·이행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졌으며 그 외 유사중복·비효율적 기능 통폐합과 비대조직 분리 등 효율성 확대에 주력했다”라며 “15일 의회안건 상정 전까지 의견청취를 거쳐 최종안을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 시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는 만큼 실제 통과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미수 시의회 민주당 대표는 “보통 조직개편안 발표 전에 의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경우는 의원들의 지적이 거의 반영되지도 않았고 협치를 위한 노력조차 없었다”며 “이 상태로는 조직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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