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추첨 없애고 동장이 정한 선정위 통해 위원선정 일원화 추진

[고양신문] 주민자치회 전면전환 1년을 맞아 고양시가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개정내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주민자치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행정적 효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16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입법예고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주요 사항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 입수한 ‘고양시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 개정 예정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고양시는 총 12개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민자치회 선정기준의 변화다. 현재 고양시 44개동 주민자치회는 조례에 따라 위원의 절반은 해당 동의 주요 공공기관 및 단체에서 추천받아 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된 사람으로 구성하게 되며 나머지 절반은 공개모집에 신청한 이들 중 공개추첨을 통해 선발하도록 되어있다. 즉 ‘단체추천’과 ‘공개추첨’방식을 병행하는 방식인데 이는 주민자치회 참여폭을 넓히고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위원선정 절차는 모두 공개모집으로 일원화한 뒤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발해야 한다. 즉 추첨제 방식의 위원선정은 앞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담당부서인 시 주민자치과는 “사임하는 위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심사과정을 통한 신중한 선정이 필요하다는 주민자치회장님들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러한 선정방식이 오히려 각 자치회의 위원모집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차라리 주민자치회에 권한을 줘서 추첨제를 할지 말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면 모르겠는데 아예 조례에서 추첨제 내용을 삭제하고 위원모집 절차를 특정 방식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자칫 주민자치가 아닌 관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위원모집의 최종권한을 갖는 선정위원회 구성에 해당 동장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조례안에 따르면 선정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단체는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법인단체, 비영리 목적의 민간단체’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여기에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이라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즉 동장이 인정하는 단체에서만 선정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에 행정이 관여한다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고된다.

일산서구 주민자치위원인 A씨는 “동장이 관여하게 되면 아무래도 특정 직능단체 위주로 선정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겠나”라며 “새롭고 참신한 인물들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자치회장 B씨 또한 “효율성만 본다면 위원선정을 까다롭게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대표성·다양성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추첨제 방식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주민총회를 통해 선정되는 자치계획 내용에 ‘주민참여예산’건을 삭제하도록 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민자치과 측은 “주민참여예산제에 따른 지역총회와 중복된다”는 입장이지만 김범수 소장은 “행정편의적 관점이 아닌 주민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치계획 안건에서 참여예산 관련 내용을 제외할 경우 주민총회에서 안건으로 채택할 수 있는 안건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밖에 주민자치위원 최대정원을 50명에서 30명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주민자치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례개정안은 정작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바다 마두2동 주민자치회장은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무국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과 야간휴일 주민자치센터 공간운영 같은 실질적인 주민자치 확대방안인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춘열 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은 “이번 조례개정안은 오히려 주민자치회를 과거로 회기시키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민자치활동에 대한 재정지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개정안에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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