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풍 사진전

놀이하듯 산책하듯 거닐며 ‘찰칵’
한지에 인쇄·염색 후 박음질까지
~11월 20일까지, 갤러리 지지향 

이현풍 작 '응칠교에서 본 지혜의숲'
이현풍 작 '응칠교에서 본 지혜의숲'

[고양신문] 파주출판도시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은 빼곡히 채워진 책으로 유명하다. 붉은색으로 산화되어가고 있는 외관은 현대적인 건축미를 물씬 풍긴다. 차분한 가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건물 내부에 위치한 ‘갤러리 지지향(대표 강경희)’에서는 이현풍 작가의 첫 번째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해 빈티지한 느낌과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담아낸 이번 전시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작가는 출판도시에서 놀이하듯 산책하듯 셔터를 누르며 대상들을 마음에 담았다. 지지향, 문발살롱, 책울림길, 활판인쇄박물관, 김소월시의다리 등이다. 풍경에는 가족의 모습을 더했다. 전시 제목은 <THE FACE-얼굴들>이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4살짜리 딸 반달이가 사진 속에 등장한다. 천진함이 묻어나서 더 따듯하다. 

갤러리 지지향에서 열리고 있는 이현풍 사진전
갤러리 지지향에서 열리고 있는 이현풍 사진전

30대 후반의 이현풍 작가는 패션과 관련된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사진을 찍었다. 1년 전 출판도시 회동길에 ‘미 소플레테’라는 아틀리에를 열고 아내 김지겸 씨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밀랍초, 석고상, 황동 촛대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든다. 개인이나 가족사진을 찍어 엽서로 제작해 주기도 하고, 패션 사진집 촬영도 병행하고 있다. 

갤러리의 전시 사진과 진열 방식은 독특하다. 얇은 한지에 사진을 인쇄한 후 염색을 했고, 두꺼운 한지를 박음질한 후 실을 늘어뜨려 마무리했다. 인화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한지에 인화된 사진이 특별해 보인다. 톤 다운된 색감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종이 선정부터 재단, 염색, 출력까지 모두 아내와 함께 완성했다고 한다. 

“결혼식 청첩장을 한지로 출력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5년째 한지 작업을 하고 있지요. 한지의 두께와 염색하는 방식, 프린터의 잉크에 따라서 작업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까다롭고 힘들지만, 덕분에 독특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판매 중인 사진엽서
판매 중인 사진엽서

한지는 내구성이 우수하다. 축제 기간 중 많은 이들이 다녀 갔지만 손상이 없었다. 한지는 보존력 또한 뛰어나다. 시간이 지나면 인화지는 변색이 되지만 한지는 햇빛을 오래 받아도 변하지 않는다. 사진을 한지로 출력을 하다 보니 프린터가 자주 망가지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아름다워 보일까를 고민하다가 실로 박음질을 해서 완성했다. 

전시 작품 수는 40여 점이다. 천장에 매달려 길게 늘어뜨려진 작품들은 벽에 걸려있는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아내가 가구와 인테리어 쪽 일을 했어요. 설치를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을 하다가 나온 합작품이지요. 동선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데, 더 좋은 느낌을 가져다 준 것 같아요.”

이현풍 작가(오른쪽)와 갤러리 지지향 강경희 대표
이현풍 작가(오른쪽)와 갤러리 지지향 강경희 대표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지지향의 강경희 대표는 문학평론가이다. 전시를 기획하고 비평도 한다. 지혜의숲과 지지향의 통로로 쓰이던 이곳을 갤러리로 만들게 된 계기는 뭘까? 
“지혜의숲은 책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책 이외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공간의 활용에 대해 재단에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 오픈 형태의 갤러리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갤러리 규모가 작아서 작품 전시에 제약이 있지만, 접근성이 뛰어나고 항상 오픈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갤러리 지지향에서 전시를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다. 그림책 작가를 시작으로 한 두 달에 한 번씩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현풍 작 '책울림길'
이현풍 작 '책울림길'

이현풍 작가는 모든 사물에 애정을 쏟는 사람이다. 풍경이든 인물이든 사물이든 주인공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는 이미 젊은 팬층이 두텁다고 한다. 행사 기간 중에도 전시 현장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이 낡고 오래된 것을 신선하게 느끼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튜디오에서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진을 찍지만, 이곳 지혜의숲은 풍경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자연을 배경으로 있는 그대로 촬영해도 좋지요. 사진에 어떤 철학이 있어야 된다는 강박만 없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우리 가족의 얼굴이지만 이 공간을 향유하는 모든 분들의 모습은 다 비슷하지요.”

이현풍 작
이현풍 작

그는 사진, 그림, 조각 등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고려하는 중이다. 또한 자신의 아틀리에를 출판도시의 특별한 로컬숍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출판도시 내에 있는 작은 상점의 진열대에 수준 있는 물건을 전시하고 싶어한다. 주변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는 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협업도 고민 중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이달 20일까지 계속된다. 작가는 올해 북소리 행사와 관련된 공식 굿즈도 제작했다. 양초를 사용하여 아시아출판문화센터 건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었다. 한지로 인화된 본인의 사진을 원하는 관람객은 작가가 직접 촬영해주는 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다. 

갤러리 지지향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문의 : 010-4580-8027(강경희 대표), 010-9594-9366(이현풍 작가)

이현풍 작 '아시아츨판문화센터'
이현풍 작 '아시아츨판문화센터'
초상엽서 가족사진
초상엽서 가족사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아시아출판문화센터를 형상화한 양초
아시아출판문화센터를 형상화한 양초
빈티지한 느낌이 매력적인 사진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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