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한국인에게 친근한 제품군 ‘소화제’
효소를 고갈시키는 현대인의 식습관 
별도의 체외효소 섭취로 보충해야 
김치·된장·청국장이 으뜸 발효식품

약국에서 시판되는 다양항 종류의 소화제
약국에서 시판되는 다양항 종류의 소화제

[고양신문] ‘젊을 땐 돌도 씹어 소화시킨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점차 입, 위장, 췌장, 쓸개, 소장 등 소화기관에서의 소화효소 생성이 줄어들고 활성이 떨어지면서 소화기능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약국에서 노인층의 소화제 소비가 가장 높고 ‘입맛이 없어 밥먹기가 힘들다’는 호소를 많이 듣는 이유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이 분해되고 흡수되어 우리 몸 곳곳에서 올바르게 쓰일 수 있는 것은 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소화액 속에 ‘소화효소’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22가지의 소화효소가 있고 각 소화기관에서는 특정효소들을 분비시키는데, 하루에 무려 7L 정도가 분비되어 음식물을 소화시킨다. 이런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면 소화제를 복용하게 된다.

19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국산 신약 ‘활명수’

우리나라는 소화제가 많이 소비되는 나라로 세계적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풍부해진 먹거리와 점차 서양식으로 바뀌어가는 음식문화 탓도 있지만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국민성과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등 환경적인 원인도 있을 것이다.

약국에서 가장 오래된 일반의약품도 소화제인 ‘까스활명수®’이다. 이는 1897년 고종황제의 대한제국 황제 즉위 시절, 백성들이 급체와 토사곽란으로 목숨을 잃곤 했었을 때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活命水)를 만들었는데, 이가 최초의 국산 신약이다. 그만큼 소화제는 한국인에게는 역사가 깊은 제품군이다.

소화제는 대부분 우리 몸의 위, 십이지장, 췌장 등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제, 펩신, 리파아제 등의 소화효소성분,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성분, 장내 가스제거제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위장관 운동제가 복합되어 있기도 하다. 유명한 훼스탈®, 베아제® 등의 제품들은 소화효소제 위주로 배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반복적인 소화불량에 소화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과연 위장의 건강에 좋을까?

체내효소, 체외효소, 대사효소

효소는 크게 우리 몸속에 있는 체내효소와 몸 밖에 있는 체외효소로 나눌 수 있다.
체내의 효소는 먼저 잠재 효소가 만들어지고 개인의 일일 생체 요구량에 따라 잠재효소가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변환되면서 생명활동을 한다. 즉, 체내효소는 우리 몸에서 잠재효소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필요에 따라 대사효소가 되기도 하고 소화효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상황에 따라 상대를 도와준다. 몸에서 다양한 대사활동이 진행될 때는 소화효소가 대사효소로 이동하고 과식을 하거나 체했을 때는 대사효소가 일부 소화효소로 이동한다. 밥을 먹고 나면 졸린 이유가 대사효소를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특히 인체가 질병에 걸려 싸워야 할 위급상황에서는 대사효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소화효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야 이겨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을 때 인체는 이와 싸우기 위해 체온을 높이고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므로 소화효소가 대사효소로 이동을 하게 되고 소화효소의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입맛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먹으면 오히려 위장에 탈이 나게 된다. 노인이 되어 음식을 적게 먹게 되는 이유도 보다 생명유지에 중요한 대사효소를 유지하기 위해 소화효소의 사용을 줄이려는 인체의 자연적인 노력인 것이다. 

대사효소 부족하면 질병의 원인 되기도

세계적인 효소 연구의 일인자인 하우웰 박사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만들 수 있는 잠재효소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잠재효소를 소진하면 조기에 생명을 다한다는 ‘효소 총량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자연에는 식물, 동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효소로 생화학 반응에 작용하여 생명을 유지해 나가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 사람의 체내효소는 연령과 함께 양과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체내효소가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부족한 양은 체외효소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 중 많은 부분이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효소를 고갈시킨다. 즉, 대량생산을 위한 과정에서 사용하는 농약, 화학비료 그리고 인공 사료들은 식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의 효소를 줄어들게 하고, 가공되거나 화학첨가물이 첨가되어 생산되는 식품, 인스턴트  식품 등에는 효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화식(火食)으로 조리된 음식은 열에 약한 효소를 파괴한다.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식습관은 소화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식습관은 소화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냉장보관은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장시간의 보관은 효소의 파괴를 가져온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로 쌓인 열을 해소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냉장고에 보관된 냉음료를 마구 소비한다.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라는 표현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조어다. 얼음이 넘치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자극적인 TV속 광고는 이를 더욱 유혹한다. 

그러나 효소는 따뜻한 온도에서 유지 내지 번식을 하고 위장도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야 소화효소가 잘 분비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전상비의약품의 한가지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액상 소화제들이 모두 냉장고에 보관되어 판매되는 현실은 이를 무시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소화효소가 다량 소모되고 이는 대사효소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몸에서는 각종 질환이 발생하고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태에 이른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별도의 효소의 복용은 가히 필수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선조들이 물려준 최고의 효소건강식품

효소가 많은 대표적인 식품이 효모이다. 필자가 어려서는 ‘원기소®’라는 제품으로 약국에서 판매되었는데, 당시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국민이 복용했던 인기영양제였다. 요즘은 약국이나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효소제를 판매하고 있다.

효소가 가득 들어있는 가장 훌륭한 발효식품인 김치.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 된장, 청국장, 간장 등은 효소가 많은 훌륭한 발효식품이다. 지금도 잔치집과 같이 다량의 음식을 먹게 되는 곳에는 항상 효소가 많은 식혜와 수정과가 디저트로 나온다. 이런 음식들은 과거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했던 시기에 우리 선조들의 질병을 이겨내게 해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효소건강식품’이었다. 최근에 발효 식품이 암세포나 성인병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잇따른 연구 발표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음식문화를 유산으로 물려준 우리의 조상들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소화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기는 하나 원인을 개선하지 않고 장기간 복용한다면 습관성이 되고 오히려 소화 기능을 떨어뜨려 단순 소화불량에서 만성위염, 위경화증 등 위장 관련 질환으로의 진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하고 효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야말로 소화기능을 튼튼히 하여 건강하게 백세를 누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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