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벌써 연말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송년회 모임 약속 잡는 모습에 활기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항상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가 음주운전이다.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운 마음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의 뉴스가 곳곳에 도배되기 때문이다. 경찰관으로 오래 생활한 필자는 음주 운전자들이 평화롭고 화목하던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가슴 아픈 뉴스가 이번엔 또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두 딸의 학원비 때문에 새벽까지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던 40대 억척 가장이 귀갓길에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겼다. 몸은 힘들지만, 미소를 잃지 않던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로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던 행복한 집안은 만취 운전자에 의해 한순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또 제대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열심히 군 복무하던 현역 군인이 해안경계작전 중에 도로에서 허망하게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아들의 제대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던 부모는 난데없는 소식에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모두 음주 운전자들이 저지른 만행이다.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0월 1만 2298건을 기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올해 1만 1635건으로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수는 1만 9500명에서 올해 1만 8747명으로 3.9%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176명에서 129명으로 26.7% 줄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1만 5892건, 2020년 1만 7247건, 2021년 1만 4894건을 기록해 2년 동안 소폭 감소했다. 부상자 수 역시 2019년 2만 6258명, 2020년 2만 8063명, 2021년 2만 3653명으로 2년 새 줄었다. 사망자 수는 2019년 299명, 2020년 287명, 2021년 206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감소했던 심야시간대(00~06시) 음주운전 교통사고 비율은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사회적거리두기 완화·해제에 따라 늦은 시각까지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음주운전은 혈액 속에 있는 알코올 농도를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로 형사 처분 기준이 정해진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고,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그리고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음주운전 방조범 입건 대상 유형’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①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자 ②음주운전을 권유, 독려, 공모하여 동승한 자 ③피용자 등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자 ④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자 등이다.

음주운전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주의력·판단력·운동능력 등이 저하된 상태의 운전으로 다양한 유형의 교통사고를 유발한다. 둘째, 음주로 인해 잘못된 운전 조작이나 운전 조작 생략 등에서 오는 교통사고가 잦다. 셋째, 대상의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주정차 된 차량이나 도로에서 정지 물체, 운행 중인 다른 차, 보행자 등을 충격할 수 있다. 넷째,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음주 사고로 인한 처벌이 두려워 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술 마시기 전부터 본인이 분명하게 자각하고, 음주가 예정된 자리에는 차를 가져가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모임이 있는 음식점에 자기 차를 타고 가게 되면 만취하여 대리운전 연락도 힘들고 날도 추운 경우 집으로 가려고 무의식중에 음주운전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음주가 예정된 곳에는 차를 절대 가지고 가지 말라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차를 가져갔을 때는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거나 꼭 대리운전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지킬 수 있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최근 들어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음주운전은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인식도 사회 저변에 굳어졌다. 그러함에도 자칫 방심하면 음주운전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누구라도 패가망신하지 않으려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연말연시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그동안 못한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좋다. 그리고 더는 우리 사회에서 음주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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