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기관 전례없는 대규모삭감, 근로계약 위반요소도 다분

 

[고양신문] “내년 예산을 센터의 기본 운영비는 물론 인건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깎아버린 거죠. 위탁사업 행정의 기본원칙은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예산 편성인데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예산을 책정하면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까요?”

고양시가 내년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예산을 무려 75%나 감축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1일 발표된 시 예산안에 따르면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이하 자공센터) 예산은 올해 17억7000만원에서 내년 4억4527만원으로 13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위탁기관 기준으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예산삭감이다. 

고양시 자공센터는 그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육성·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전면 전환된 주민자치회 지원사업 또한 추가로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조직 규모도 커져서 직원 규모도 정규직 9명과 무기계약직 6명, 시간제 계약직 20여 명으로 늘었으며 이에 따라 예산규모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인해 내년 센터운영 자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시간제계약직 급여를 포함해 인건비로만 8억8000만원이 소요됐는데 절반 수준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며 “사업비는 고사하고 인건비조차 턱없이 못 미치는 예산이 배정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센터위탁을 맡은 법인 측 또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춘열 (사)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은 “센터운영은 둘째치고 센터 직원과 시간제 활동가들의 고용 문제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직 재계약 기간이 2년 넘게 남아있는데 이런 식의 폭력적인 예산삭감 통보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이처럼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위탁예산 삭감은 불법적 요소도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전문가는 “센터 직원들의 경우 실질적 사용자를 고양시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근로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담당부서 또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민자치과 관계자는 “민선 8기 이후 재정감축 기조에 따라 원래 9억원 중반대 예산반영을 요청했는데 예산부서의 조정과정에서 추가 삭감이 된 것 같다”며 “예산 삭감이 과도하게 된 부분은 부서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센터운영위 자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춘열 위원장은 “일단 시에 이번 예산삭감에 대한 정확한 의중을 물어본 뒤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센터 문제와 별개로 주민자치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된 것에 대해 조만간 규탄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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