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 시민과학 기반 생물다양성 탐사’ 보고회

에코코리아 8개월간 모티터링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등 확인
“생물다양성변화 지속 관찰해야”

[고양신문] ‘정발산 시민과학 기반 생물다양성 탐사’ 보고회가 1일 오후 2시부터 고양관광정보센터 1층 영상실에서 시민, 에코코리아 회원, 고양시 그린뉴딜팀 관계자 등 약 3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 행사는 (사)에코코리아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월 2회씩 총 17회 생태모니터링한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정발산 전체를 대상으로 식물, 곤충, 조류 등 분류군별로 조사가 진행됐으며 야간등화채집(곤충조사), 무인카메라 설치도 함께 진행됐다.

일산신도시 중심에 외로운 섬처럼 자리잡은 정발산은 해발 90미터도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정발산~호수공원~장항습지로 이어지는 생태축의 하나로서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8개월간 조사한 결과 출현종은 총 779종이다. 분류군별로 살펴보면 식물 320종, 고등균류 28종, 저서성대형무척추류 21종, 곤충 331종, 조류 47종, 거미류 28종, 어류 2종, 양서파충류 4종, 포유류 6종이다. 

새매(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새매(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이중 법정보호종은 5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새매, 붉은배새매,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인 큰기러기와 가시연, 천연기념물인 소쩍새,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개나리, 벌개미취, 병꽃나무, 서울제비꽃, 털중나리, 노각나무, 개나리잎벌 등 8종이 포함돼 있다.

소쩍새, 파랑새가 찾아오는 숲

조류는 47종, 1521마리가 기록됐다. 산새 42종, 물새 3종, 맹금류 2종이다. 산에 웬 물새냐 싶겠지만 정발산에는 연못과 습지가 있어서 해오라기, 흰뺨검둥오리 등 물새가 찾아온다. 텃새 20종, 나그네새 12종, 여름철새 10종, 겨울철새 5종이다. 개체수 변화 추이를 보면 5월과 11월에 늘어나는데 이동성 조류가 많다는 뜻이다. 유리딱새, 힝둥새, 울새, 산솔새, 쇠솔딱새 등 나그네새들이 정발산에 들러 몸을 쉬고 먹이를 먹은 후 이동을 계속한다. 

봄에 꽃이 피면 쇠박새, 밀화부리, 직박구리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도 전에 별미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정발산에 녹음이 짙어지면 소쩍새, 뻐꾸기, 꾀꼬리, 파랑새, 흰눈썹황금새를 만날 수 있다. 정발산은 숲이 안정되어 딱따구리가 많다.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쇠딱다구리 등 4종의 딱따구리가 기록됐다. 

유리딱새
유리딱새

맑고 고운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정발산에는 새들을 위협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고양이다. 숲속을 자유롭게 다니며 습지에 찾아오는 물새를 사냥하기 위해 잠복해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조류 조사결과를 발표한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은 고양이에 의한 야생조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황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발산 일대는 유실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수종이 분포하며, 연못과 작은 개울 등의 습지가 형성되어 있고, 둘레길 일대의 관목과 하층식생이 유지되어 분포하여 산새들의 중요한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중심의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이동성 소형 산새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소형조류의 번식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인근의 호수공원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보호 관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색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다양한 식물, 다양한 곤충

정발산에는 육상곤충 331종, 담수무척추동물 21종이 조사됐다. 남방부전나비, 왕자팔랑나비, 회양목명나방, 흰줄푸른자나방, 흑백알락나비, 청띠신선나비, 황오색나비 등 다양한 나비류와 딱정벌레류 등이 기록됐다. 활엽수림, 침엽수림, 습지와 초지 등 서식처가 다양하여 많은 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었다. 곤충 조사결과를 발표한 김지선 곤충팀장은 꽃의 크기, 형태 그리고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찾아오는 곤충이 다르므로 더 많은 곤충을 보려면 개화시기가 다른 다양한 꽃을 식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회양목명나방
회양목명나방

아름드리 왕벚나무가 반겨주고, 버드나무가 어서 오라 손짓하는 정발산. 정발산은 민가와 가까운 마을숲이었기에 참나무 종류가 많다. 나무 아래로는 제비꽃, 은방울꽃, 붓꽃 등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풀꽃이 피어나고 비가 내린 후면 각종 버섯이 피어난다. 작은 풀꽃을 발견하는 재미가 정발산 산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정발산 숲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어싱로드(earthing road : 맨발걷기)가 유행하면서 길이 아닌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답압으로 땅이 다져지면 풀조차 자라기 어렵다. 식물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은정 상임이사는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위협요소와 교란요인이 되므로 삼갈 것을 당부했다. 대안으로 숲과 산책길을 경계 짓도록 다양한 꽃이 피는 관목을 심을 것을 제안했다. 관목이 생울타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다양한 벌과 나비 등 곤충이 모여들어 산책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정발산에는 작은 습지가 몇 군데 있어서 양서류가 4종 조사됐다. 이른 봄이면 큰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가 알을 낳고 5월이면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알을 낳기 시작한다. 경칩 무렵 산개구리가 산란한 후 개구리알을 떠가는 사람들로 연못 울타리가 기울어질 정도였다. 자연의 친구들이 자신의 터전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배려가 필요한 지점이다. 

꼬마호랑거미
꼬마호랑거미

총괄 발표를 맡은 한동욱 (사)에코코리아 이사는 제언을 통해 △시민생태모니터링 지속 △정발산과 호수공원, 장항습지의 연결 △시민과학적 성과 확산을 위한 행사개최 등을 제안했다. 

정발산은 고양시 생태축의 생물다양성 중요지점이므로 지속적인 시민과학모니터링으로 도시의 생물다양성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관심이 높으므로 시민참여와 시민생태교육, 홍보가 필요하다. 무인카메라 설치로 너구리 번식을 확인했기에 개체확산이 예측된다면서 정발산(핵심)~호수공원(완충)~한류천(*코리더)~장항습지(핵심) 도시생태축 연결 및 모니터링을 통해 이동종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과학적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서 시민참여 생물다양성 탐사프로그램, 시민과학보고대회 등을 제안했다. 새집달기, 너구리서식지 조성, 산새 먹이통 등 생태계 관리방안도 제안했다.

(사)에코코리아의 모니터링 결과는 미디어북으로 제작돼 홈페이지(ecokorea.or.kr)에 탑재해 누구나 정발산의 생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코리더(corridor) : 시각적으로 구별되는 선적인 경관 요소. 생물종의 서식처 간 이동을 돕는다.

<생태모니터링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애기세줄나비
애기세줄나비
흰줄푸른자나방
흰줄푸른자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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