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고양신문] 요즘 삶이 팍팍하다. 아파트 대출 이자가 3%대에서 6%로 무려 2배 올랐다. 내년 불경기를 경제학자들은 예견한다. 경기는 얼어붙고 물가는 뜨거운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한다. 내년이 저소득 고비용이란 최악의 경제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경제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역할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양시의 정책은 이에 반하는 모습이다. 일산역 앞에 추진하던 “신혼과 청년층을 위한 행복주택 132세대”와 “일산서구청 보건소 신축”을 중단하고, “행복주택대신 오피스를 지어 고양시가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라 한다. 시민과 소상공인을 돕던 고양페이 10%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가 6%로 겨우 복구됐다. 11월 28일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시청앞에서 “보육예산 삭감 전면철회, 처우개선비 폐지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다가 주민자치와 공동체 활성화 예산은 대폭 삭감해 주민자치과 예산을 154억에서 63억으로 줄이기도 했다. 

부서의 예산은 그 대상이 있다. 도시재생 예산의 수혜자는 고양시민 중 도시개발이 필요한 일산, 원당, 능곡 등 수십년을 고양시에서 살아온 우리의 이웃들이다. 소상공인지원과의 예산은 우리의 이웃에서 영업하는 정육점, 음식점, 헤어살롱 등 우리의 이웃이다. 공공일자리 사업을 비롯한 일자리 정책과의 예산은 이웃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삶이 힘들어 공공일자리라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이웃이다. 주민자치 예산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아저씨, 아주머니, 형님, 누나, 동생 분들의 수고를 결실로 만드는 예산이다. 

우리의 이웃을 위한 예산에 고양시장은 적대적인 표현을 한다. 11월 25일자 고양신문 기사에 의하면, 시장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투입 또는 지원해 왔던 비효율, 유사중복, 낭비성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삭감한 고양페이 예산, 도시 재생 예산, 신혼주택 공공주택 건설예산, 공공일자리 예산, 주민자치예산, 자치공동체 예산, 평생교육 예산, 남북협력 예산은 졸지에 비효율, 낭비성 예산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시장은 2022년보다 760억원 재정을 삭감해 10% 재정을 축소했다. 재정축소는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중앙정부가 긴축재정을 편성하고, 글로벌 위기와 경기침체 가능성을 직면한 상황에서 고양시 같은 지방정부가 재정을 긴축하는 것은 건전재정이라는 미래의 이상을 강조하다가 현재 시민에게 닥칠 어려움을 방관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긴축재정은 순경기와 호황일 때 도입하고, 2023년 경기침체를 앞둔 지금은 정부의 예산을 확장할 때이다. 1930년대 경제공황앞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이라는 대규모 예산 확장 정책을 펼쳤고, 어려움에 처한 많은 국민의 희망이 되었고, 국가를 구했다.  

나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따뜻한 공동체가 되도록 사회 안전망을 지원해주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 생각한다. 반면에 시장은 미국과 같이 돈과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나라. 따라서 돈과 역랑이 없으면 어렵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장 중심주의 국가를 좋은 정부라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스웨덴이나 덴마트 보다 민주주의 지수나 행복지수에서는 뒤떨어진다. 미국은 정치 양극화와 범죄, 빈부격차가 심하다. 시장의 경제 특례시의 이면에 사람 사는 따뜻한 정과 배려가 없다면, 자족도시 고양특례시는 싸늘한 자본의 도시가 될 뿐이다.

우리 시민은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대표로 선출했다. ‘대표(represent)’는 시민의 생각을 다시(re) 표현하는(present)하는 역할자(agent)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대표가 선출된 이후 4년 동안 독단하는 정치체제가 아니다. 대표는 임기 내내 시민의 소리를 듣고, 시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럴 때 대의 민주주의 정치를 완성할 수 있다. 시장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그리고 그가 결정한 예산과 정책안에 일부 자신을 지지해준 고양시민만 있는지 아니면 전체 고양시민이 들어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고양시민들의 상당수, 적어도 과반수는 고양페이 10% 지원 계속을 원하고, 공공일자리의 예산이 지속되길 원할 것이다. 대다수 시민의 의견에 반하는 대표는 대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독재자’일 뿐이다. 

2023년은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진다고 한다. 시민을 대표한다고 나선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따뜻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 2023년 재정을 긴축하기보다는 확대하고, 도시개발, 공공일자리, 소상공인보호, 평생학습, 자치공동체와 주민자치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확대할 시점이다. 저소득과 고비용이라는 불경기의 찬바람이 국경을 넘어, 그리고 고양시의 경계를 넘어 다가오고 있다. 따뜻한 고양시장, 따뜻한 고양시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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