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남북평화합창제, 뜨거운 호응속에 열려
고양종교인평화회의, 세 번째 화합의 장 마련
모든 출연진 한 무대 올라 감동 피날레 선사
내년 예산 삭감 아쉽지만… “소통 이어갈 것”
[고양신문]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종단의 벽을 넘어 평화의 길로’
고양종교인평화회의 주최로 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2022 남북평화합창제는 행사의 모토를 아름다운 화음으로 증명한 공연이었다. 행사에는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다양한 종단의 합창단원들이 한 무대에 올라 감동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감미로운 오보에 선율이 들려준 이태원 참사 추모곡으로 막을 연 이날 공연은 5개 종단별 합창단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다채로운 노래들을 들려줬다.
▲개신교 든든한교회 할렐루야 찬양대는 민족 지도자였던 남궁억 선생이 작사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으로 첫 무대를 힘차게 열었다.
▲빛깔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한 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흥국사 연합합창단은 ‘아침 서곡’으로 새벽 산사의 고요한 아침 풍경을 공연장에 펼쳐보였다.
▲고양시 원불교 원피스코럴 합창단이 부른 ‘나를 보며 웃어보세’는 단원들의 유쾌한 웃음으로 청중들의 커다란 박수를 이끌어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일산성당·중산성당 연합성가대는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평화와 행복을 간구하는 노래로 성가 합창의 진수를 들려줬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천도교 삼경합창단은 사람·한울님·만물을 공경(三敬)한다는 이름처럼 조화로운 화음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의 게스트로는 월드비전합창단 일산반 어린이들이 초청됐다. 꽃처럼 해맑은 어린이들이 섬집아이, 오빠생각, 앞으로를 메들리로 편곡한 노래를 귀여운 율동과 함께 들려주자 객석에서는 흥겨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피날레 무대는 이날 순서를 맡은 230여 명의 출연진 전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나라’를 명랑하고도 장중한 연합합창으로 들려줬다. 종단과 세대의 벽을 뛰어넘은 멋진 하모니에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앵콜을 청했고, 앵콜곡 ‘나의 살던 고향은’이 울려퍼지며 마침내 무대와 청중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남북평화합창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과 청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선입견에 갇혀 대립하기 쉬운 종교인들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고양시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공연장 안팎은 종교인들은 물론 여·야 정치인과 시민들이 각자의 포지션을 내려놓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형 의정부교구 일산성당 신부는 초대의 글을 통해 “평화는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드는 전체주의적 사고와는 분명히 다른,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분단의 땅을 살아가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 번째 합창제를 어느때보다 성황리에 치렀지만,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평화합창제는 고양시 평화·미래 사업의 일환으로 치러졌는데, 고양시가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하며 2023년 예산안에서 남북평화합창제 예산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 관계자는 “남북평화합창제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고양시 종교·시민사회의 자랑스러운 자산이었는데, 내년 개최가 불투명하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역량으로라도 종교 간 화합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