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노동권익센터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회
4명 중 1명 근로계약서 작성X
가건물 형태 주거환경 많아
시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필요
[고양신문] 기숙사에 살고 있는 고양시 이주노동자 5명 중 1명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위법한 근로계약과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어 지자체 차원의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양시노동권익센터는 지난 6일 고양시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주거현황을 담은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보고회를 열었다. 고양시의 경우 외곽지역 농가와 인쇄소 등 1차 산업 분야에 약 1만69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나온 설문조사 결과(223명 대상)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4명 중 1명(2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임금명세서를 받고 있다는 응답도 75.8%에 그쳤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2.1시간에 달했으며 휴일 근무도 잦았다. 지난 1년간 아픈데 일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22%가 ‘있다’고 답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주거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응답자 중 85.2%인 190명이 일하는 곳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주거용 건물은 23.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회사건물 일부’거나 심지어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가건물 형태에서 생활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제를 맡은 사회노동정책연구소 손정순 박사는 “설문조사 결과 법상 기초적인 노동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상당수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작업환경 및 주거환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양시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차별과 어려움의 해결을 위한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양이민자통합센터 김세영 센터장은 “고양시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실태조사가 처음 이뤄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비자변경 및 연장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숙련기술인력으로 육성하게 되면 매년 비자 연장과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하다. 이를 지원하는 좋은 국가정책이 많기 때문에 고양시 차원에서 연결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양시 시설채소농가연합회 이용연 회장은 “이주노동자들을 다수 고용하는 사업주로서 앞으로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특히 열악한 주거환경 해결이 가장 시급한데 시설농가 입장에서도 임대농이 많아 자체적인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시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손동숙 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국민의힘)은 “오늘 보고회를 통해 많이 배웠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실태가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 부분에 더 집중해서 관심을 갖겠다”며 향후 정책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광영 시 일자리정책과장 또한 사업주와 노동자들의 입장을 함께 고려해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보고회를 주관한 고양시노동권익센터 손용선 센터장은 “언어의 장벽과 정보의 격차 속에서 권리를 보장받기 더욱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태조사의 의미가 크다”며 “이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고 고양시에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대책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