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고양신문] 옛날 어느 왕이 세상의 모든 지혜를 모아 한 문장으로 압축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라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마침내 한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이와 유사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당시 어떤 술집에서는 술을 일정 한도 이상 마시면 점심 식사를 공짜로 제공했습니다. 사람들은 술집 주인의 호의에 환호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막상 공짜로 점심을 먹으려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셔야 하고 당연히 술값도 비쌌습니다. 결국 술집이 제공하는 공짜 점심의 식사비는 술값에 포함되어 있던 셈이었습니다.

제가 금융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본주의 세상에 이보다 더 확실한 경제원칙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공감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중 은행 예금 금리가 2% 내외인데 어떤 금융상품이 5%, 10%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십중팔구 이 상품에는 원금손실위험이 숨겨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던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원리금이 보장되고, 이자율이 연 10%에 달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자를 월(月) 지급식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특히 이자소득이 전액 비과세라는 장점 때문에 고소득자,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하시는 고령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였습니다. 금융회사 직원들이 상품 설명을 할 때에는 모든 게 다 좋아 보입니다. 공짜 점심 같지요. 그런데 이 상품에는 환율이라는 복병이 있었습니다. 브라질 국채는 채무자가 브라질 정부이므로 이자나 원금을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로 지급합니다. 그런데 브라질 경제가 추락하면서 지급되는 이자 및 원금이 헤알화로는 고정이지만 우리나라 원화 가치로는 크게 하락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원/헤알 환율이 700원에서 200원으로 떨어지면 이자로 같은 1헤알을 받아도 예전에는 700원으로 환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200원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더 높을까요? 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에 비해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높은 걸까요? 이것은 바로 위험에 따른 반대급부(대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짜 점심’의 논리는 우리 실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VIP회원에게 일반 고객들과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차를 무료로 하게 해 주거나, 라운지에서 공짜로 커피 등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VIP회원이 되려면 일정 금액 이상 쇼핑을 해야 하는데 한번 VIP 서비스를 맛본 회원들은 이 유혹을 끊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네요.
 
월급날이 되면 오전에 기쁨도 잠시 오후에는 누군가 다 퍼가서 곳간이 텅 빕니다. 카드사들은 결재일이 다가오면 어떻게 내 통장에 돈이 없는 걸 알고 귀신같이 리볼빙(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를 권해줍니다. 일단 이번달은 결제금액의 10%만 결제하면 남은 금액은 다음달에 내도 된다고 상냥하게 안내해 줍니다. 하지만 리볼빙 서비스의 평균 이자율은 연 17.3%입니다. 무료(공짜)가 아닙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기업이나 검은 조직들이 담당 공무원이나 권력자들에게 돈다발을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로 돈을 주는 측이 매우 공손하게 바치고, 받는 측은 사양하는 척 못이긴 척하며 돈을 받습니다. 영화 ‘돈의 맛’에서 보면 재벌가 사모님이 검찰에 돈을 보내며 “지금 이 바닥에 이 돈 거부할 수 있는 사람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 돈은 나중에 다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가 ‘공짜 점심’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언급만 한 거 같은데요. 자본주의는 자꾸 뭔가를 권하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그걸 잘 선택해야 하고요.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고 보시고 더 경각심을 가지고 선택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

 * 서론 부분은 『금융에 속지마』 - 김명수, 모아북스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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