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 기록집
『동네 사람들, 동네시장을 기록하다』 
100년의 이웃, 일산시장과 일산오일장 
속 깊은 이야기, 정감 어린 사진 가득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 기록집 『동네 사람들, 동네시장을 기록하다』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 기록집 『동네 사람들, 동네시장을 기록하다』 

[고양신문] 100년 역사를 지닌 고양의 대표 전통시장인 일산시장과 일산오일장의 사람들과 풍경을 흥미롭게 기록한 아카이빙 기록집이 출간됐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들은 전문 작가나 연구자가 아닌, 일산도서관 가까이에 거주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래서 기록집 제목이 『동네 사람들, 동네시장을 기록하다』이다. 

비전문가가 만든 기록집이니 내용도 느슨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장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상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와 정감 가득한 사진들이 책갈피마다 이어진다.  

일산시장 기록집을 함께 만든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 왼쪽부터 조문주, 이수민, 김문석, 배지영, 성수정, 박경숙, 박혜인, 김연순씨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일산시장 기록집을 함께 만든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 왼쪽부터 조문주, 이수민, 김문석, 배지영, 성수정, 박경숙, 박혜인, 김연순씨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시민단(김문석·김연순·박경숙·박혜인·배지영·성수정·조문주·이수민, 이하 시민단)이 ‘100년의 이웃, 일산시장·일산오일장’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올해 봄부터다. 아카이빙에 관한 강의를 듣고, 일산시장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아이템을 조율하는 기획회의도 여러 차례 가졌다. 사전 준비과정을 꼼꼼하게 거친 후 시민단은 비로소 ‘일산시장’이라는 대상에게 다가가 조심조심 말을 건넸다.  

자료집을 펼쳐보면 참여자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드러난다. 성수정씨는 한복집과 칼갈이집 등 현대인의 생활공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가게들을 기록했다. 이수민씨는 일산시장의 명소로 소문난 민물고기직판장과 순댓국집을 찾았다. 김연순씨는 엄마와 딸이 함께 운영하는 옷가게와 미용실, 그리고 상인회장님이 운영하는 목공예점을 소개했고, 박혜인씨는 상설시장과는 또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 오일장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충남한복 김수열·장장환 사장 부부 [사진=성수정]
충남한복 김수열·장장환 사장 부부 [사진=성수정]

또한 김문석씨는 평소 쌀을 주문하던 쌀집 아저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배지영씨는 혼자서 성실하게 작은 매장을 꾸려나가는 죽집 사장님과 마음을 나눴다. 두 사람이 손발을 맞춰 역할분담을 한 이들도 있다. 일산시장과 함께 삶의 대부분을 보낸 떡집과 경양식집, 수산물가게 사장님의 스토리가 조문주씨의 글과 박경숙씨의 사진 속에 담겼다. 배지영씨와 박경숙씨는 각각 시장 상인들의 손글씨 사진, 매대에 진열된 상품 사진으로 별도의 섹션을 꾸미기도 했다. 

열두광주리 죽집 김인순 사장 [사진=배지영]
열두광주리 죽집 김인순 사장 [사진=배지영]

기록집 2부 ‘어린 시민들의 눈길’은 시민단 프로젝트와 별도로 진행된 청소년 아카이빙 활동의 결과물을 모았고, 3부 ‘장터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세대의 매장을 이어받아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는 청년 가게들을 소개했다.  

기록집을 읽고 나니 평면으로 보였던 일산시장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오래된 풍경이 주는 편안함과 사람 사는 인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쇠락의 흐름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한 재래시장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시장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에 순응한다.   

일산오일장 찻길의 노점 [사진=박혜인]
일산오일장 찻길의 노점 [사진=박혜인]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은 “이 기록집은 일산시장과 일산오일장을 꼭 닮았다”고 말한다. 감춰두었던 재능을 발굴하고 시간과 마음을 쏟아 글과 사진들을 다듬어낸 시민단의 모습과 거대한 경제구조의 틈바구니에서 꿋꿋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리라.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정 일산도서관 코디네이터는 “여러가지 과정을 하나하나 넘어서며 아카이빙 작업을 마무리해내신 시민단 여러분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면서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어선 시민단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산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전시  
일산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전시  

기록집 출간에 발맞춰 아카이빙 전시도 열리고 있다. 14일 일산도서관에서 진행된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오프닝 행사에는 시민단 멤버과 도서관 식구들은 물론 이용우 국회의원. 김미수 고양시의원, 박해균 일산시장 상인회장, 이승만 일산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 나경호 일산도서관 운영위원도 자리를 함께 하며 뜻깊은 전시의 시작을 축하했다.

오프닝에 참여한 시민단 김연순씨는 “일산 3동 주민이지만 이제는 일산동 전체의 주민이 된 듯하다”는 소감을 밝혔고, 박혜인씨는 “처음에는 부담도 많았지만, 우리끼리 격려도 해 가면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지영씨는 “기록집을 보고 일산시장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는 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에덴떡집 이용식·황애경 사장 부부 [사진=박경숙]
에덴떡집 이용식·황애경 사장 부부 [사진=박경숙]
벌교수산 오명숙 사장 [사진=박경숙]
벌교수산 오명숙 사장 [사진=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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