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잃은 민주당 등원 거부

▲지난달 11월 4일, 내년 본예산안에 대한 협의 없이 출국하는 이동환 시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 고양시의회는 민주당 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이달 16일 열려야 할 임시회(추경 심사)도 개회하지 못했다. [사진=고양신문 유튜브] 
▲지난달 11월 4일, 내년 본예산안에 대한 협의 없이 출국하는 이동환 시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 고양시의회는 민주당 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이달 16일 열려야 할 임시회(추경 심사)도 개회하지 못했다. [사진=고양신문 유튜브] 

<명분 잃은 민주당 등원 거부>

이동환 시장 “사과 못 해” 협치 거부
‘비서실장’에 집착한 민주당엔 비난여론
김영식 시의장까지 중재 역할 못 해

[고양신문] 고양시의회가 3주 넘게 파행이다. 내년도 본예산에 이어 올해 마지막 추경 심사까지 열리지 않은 채 출구 없는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5일까지로 예정된 정기회(본예산 심사)는 21일간 열리지 않았고, 이달 16일부터 예정됐던 임시회(3차 추경)도 개회되지 못했다. 이동환 시장은 민주당의 협치·소통·사과 요구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민주당의 의회 보이콧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의회 보이콧이라는 선전포고를 먼저 시작한 민주당으로선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야’하는 입장인데, 이동환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무작정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의회에 등원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예정된 정례회(본예산 심사)가 21일간 열리지 않은 채 끝났다.
▲예정된 정례회(본예산 심사)가 21일간 열리지 않은 채 끝났다.

지난 15일 민주당 시의원들이 모인 의총에서는 ‘장외 투쟁은 이 정도면 됐으니 이제는 의정활동과 예산심의로 본격적으로 싸우자’는 온건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지금 등원하면 ‘백기 투항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의견이 더욱 강했다. 올해 마지막 추경을 앞두고 사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강경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이동환 여론’ 활용 못 한 민주당

민주당이 애초에 투쟁전략을 잘못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의원들을 비하하는 듯한 이상동 비서실장의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국민의힘 시의원들도 동의할 정도로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분으로 등원을 거부하는 전략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웠다. 쉽게 말해 이동환 시장 측이 시의원을 무시했다는 것인데, ‘이런 감정싸움이 준예산 사태로 이어질 필요까지 있느냐’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

지역의 한 원로 정치인은 “등원 거부의 대의명분을 ‘집행부가 협의 없이 단독으로 올린 내년도 본예산’ 자체에 뒀다면 여론의 지지가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수정예산’을 올리라는 주장이 의회 보이콧의 명분으로 더욱 타당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동환 고양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이동환 시장 취임 직후부터 기존 사업들에 대한 폐지 움직임이 컸고, 실제로 내년 본예산에 이런 내용들이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지역 곳곳에 반대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관련 사업으로는 △신청사 재검토 △일산도시재생 국비반납 △성사혁신지구 재검토 △평화의료포럼 취소 △통일정보자료센터 재검토 △청년지원정책 축소 △주민자치사업 축소 △대안학교지원금 미집행 등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맞이하며 그런 ‘반이동환 여론’을 등에 업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장외 투쟁도 이동환 시장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의회 파행에도 '고집불통' 이동환

이동환 시장의 ‘고집’도 이번 사태가 길어지게 된 주요 요인이다. 비서실장의 언행이 부적절했다면, 민주당의 요구대로 사과하면 쉽게 풀릴 일이었다. 민주당의 요구는 간단하다. ‘본회의장에서 개회 전에 이 시장이 보는 앞에서 이상동 비서실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과하는 것.’ 이렇게 하면 곧바로 예산심의가 시작될 수 있다. 

김미수 시의원(민주당 대표)는 “이렇게나 쉬운 일을 지금도 이동환 시장이 거부하고 있다. 우리랑 자존심 싸움을 하겠다는 것인데, 비서실장 1명 감싸고 비호해서 얻어가는 게 따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취임 첫해 본예산부터 시의회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

제역할 못 한 김영식 의장엔 
사실상 ‘사퇴 요구’

시의회 파행 과정에서 김영식 의장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차라리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했으면 나을 뻔했다. 오히려 의장이 훼방을 놓으면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불쾌해했다.

이유는 비서실장에 대한 사과요구를 공식 전달해 달라고 민주당이 의장에게 부탁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의견(공문)을 전했다’라며 민주당 측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추경심사를 하는 임시회 집회공고를 의장 직권으로 올렸는데, 이런 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민주당 측은 주장했다. 민주당 김미수 대표는 “의회 파행 기간에 시장과 함께 해외 출장을 나간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임시회 일정에 대해 당 대표와 상의도 없이 집회공고를 올렸다”라며 “김영식 의장에 대해선 의회 개회와 동시에 불신임안을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파행의 불씨가 된 비서실장 사과 문제는 민주당과 비서실장이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처음부터 의장이 나설 일은 아니었다. 불신임안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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