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예산안 신규사업 살펴보니

 

전임시장 사업 삭감 반면
신규사업 특징 보이지 않아
10억 이상 신규사업 13건
기존 시설사업 예산 대부분 

[고양신문] 삭감 또 삭감. 이동환 시장의 4년 임기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관문인 2023년 본예산안을 요약해보면 기존 사업들, 특히 전임시장이 주력했던 정책분야에 대한 대규모 삭감 편성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평화인권분야 94.4% 삭감, 도시재생 96.8% 삭감, 주민자치 60% 삭감, 공공일자리사업 60% 삭감 등 이미 알려진 내용 외에도 세부사업 중 대학생등록금지원사업, 시간제 보육사업, 여성친화도시 공모사업, 청소년 독서진흥사업, 문화예술교육지원 사업 등이 전액 삭감됐다.

이처럼 ‘하지 않겠다’는 분야에 대한 의지는 대규모 삭감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반면 ‘무엇을 하겠다’에 대해서는 좀처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이번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동환 시장이 발표한 민선8기 공약비전에는 ‘첨단산업과 문화가 융합된 글로벌 명품도시’ ‘사통팔달 교통 허브망 구축’ ‘맞춤형 합리적인 복지’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신규 사업목록에는 이러한 정책목표에 맞는 민선 8기만의 새로운 정책예산이 보이지 않는다.  
 

일산테크노밸리 투자기금 150억 등
내년 예산안에 새롭게 편성된 신규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예산은 바로 기업지원과에서 편성한 ‘투자유치기금 조성’ 150억원이다. 전반적인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기업지원과는 유일무이하게 부서예산이 올해 대비 186% 확대됐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산으로 사실상 이동환 시장이 내세운 공약에 가장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투자유치기금 조성예산은 올해 처음 편성되긴 했지만 이미 민선 7기부터 준비해온 것이어서 완전한 의미의 '신규사업'이라고 하긴 힘들다. 담당 부서에서 제출한 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기금은 일산테크노밸리 내 입주기업에 대해 토지매입비를 최대 평당 80만원까지 지원하는 데 사용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초기 투자비용을 낮춰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투자유치기금 조성 외에 기업유치와 관련된 신규 사업 중 예산규모가 10억원 이상인 사업으로는 고양영상문화단지 조성사업(16억원)이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사업 또한 48억원 이상 증액 편성됐다. 마찬가지로 모두 전임시장 시절인 민선7기부터 추진된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예산반영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업들을 포함해 내년 예산안에 새롭게 편성된 신규 사업 중 10억원 이상 사업은 총 13건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눈여겨 볼 부분은 사업 대부분이 시설사업에 해당하는 반면 사회정책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만한 것은 고작 2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신규예산 21억원이 편성된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과 14억원이 편성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마저도 국도비 매칭 혹은 도비 매칭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예산규모가 큰 신규 사업으로는 삼송3어린이공원(63억6700만원)과 탄현근린공원(10억원) 등 공원조성사업과 국도비 매칭사업인 강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35억5520만원), 화정동에 예정된 고양 내일꿈제작소 건립공사(30억원), 신평제1배수펌프장 리모델링 공사(17억5000만원) 등 시설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중 이동환 시장 취임 후 결정된 신규사업은 신평제1배수펌프장 공사가 유일하다. 


기존사업 삭감집중, 혁신방향 보이지 않아
정리하자면 고양시 2023년 예산안은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삭감이 이뤄진 반면 신규사업의 경우 이동환 시장의 정책방향이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하기 싫은 것들은 분명한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예산안만 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물론 임기초 예산편성이라는 점에서 특정한 규모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소액이라 하더라도 장기적인 예산투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지난 10월 추경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이번 예산안에 다시 올라온 ‘5차 국가철도망 구축대비 고양시 광역철도 확충방안 수립 용역비’ 3억5000만원의 경우 신분당선 일산연장 추진 등 이동환 시장의 향후 교통정책방향과 연계해 추진될 전망이다. 

한편 내년 예산안에 증액편성된 예산목록을 살펴봐도 아직 이동환 시장만의 특별한 정책방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증액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양시 공무원들의 인건비 상승분 343억9052만원이었으며 다음으로는 국도비 매칭사업으로 추진되는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 △135억2400만원, 전기버스 구매보조금 지원 △122억800만원, 그린모빌리티(전기차)확충 △84억127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에 대한 과중한 예산증액편성을 통해 발생하는 불용예산을 추경예산으로 돌려 원하는 사업에 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예산편성방식은 공교롭게도 같은 국민의힘 단체장인 오세훈 시장이 있는 서울시와도 유사하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서울시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무언가 하려는 시도보다는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방향성만 보인다”며 “가령 중간지원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혁신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없애거나 예산삭감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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