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북해 와덴갯벌 생태순례기(3)

① 독일과 덴마크의 접경
② 독일의 와덴해와 하구  

③ 네덜란드와 독일의 접경

텍셀 섬의 염습지 [사진제공=한동욱]
텍셀 섬의 염습지 [사진제공=한동욱]

탐조 천국 텍셀섬에서 만난 다양한 종의 새들
전세계 습지보전의 메카 국제습지연합 방문 
공동 깃대종 물범 통해 ‘하나의 생태계’ 인식 
제방 트고 홍수터 넓히는 하천·생태 복원사업 

[사진제공=한동욱]
[사진제공=한동욱]

네덜란드, 바다보다 육지가 낮은 땅

덴마크에서 시작한 학술여행은 독일 연안을 거쳐 네덜란드 갯벌에서 끝을 맺었다. 남독일로 내려올수록 하구와 만이 자주 나타나고 바다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싶더니 어느새 네덜란드다. 두 나라의 접경은 작은 강 하나로 나뉘어 있지만, 알파벳이 약간 달라진 것 외에는 접경을 넘었다는 실감이 나진 않았다. 한참을 더 남쪽으로 내려오니 크고 높은 제방들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제야 간척의 나라에 온 것이 실감 났다. 낮은(Neder) 땅(Lands)이라는 나라이름답게 간척호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흡사 바다처럼 보였다. 

새만금 간척사업 이전에 세계 최대 간척호였다는 곳을 뒤로하고 좀 더 내달리니 텍셀로 들어가는 항구가 나타났다. 배를 타고 텍셀(Texel)섬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깊었다. 오래된 방갈로 같은 숙소에 도착해 여정을 풀고 마당에 나서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기러기와 도요들의 소리가 가깝다. 여기는 탐조인이라면 인생에 꼭 한 번쯤은 가보아야 하는 섬, 텍셀이었다. 그날 밤에 머리로 쏟아지던 별들과 귓끝을 스치던 상큼한 바람은 잊을 수가 없다. 

텍셀섬의 사주 [사진제공=한동욱]
텍셀섬의 사주 [사진제공=한동욱]

텍셀섬에서의 환상적인 탐조

다음날 해뜨기 전부터 서둘러 탐조를 시작했다. 텍셀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양한 새들을 만났다. 이집트의 벽화 속에 나온다는 이집트기러기, 진한 애정 행각을 하는 붉은부리갈매기 한쌍, 서로 소리 지르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재갈매기(아종), 갯벌 가장자리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세가락도요와 흰죽지꼬마물떼새 무리, 부지런히 돌을 뒤집으며 먹이를 찾는 꼬까도요들…. 이번 여행 기간 보았던 새들보다 텍셀섬에서 반나절 동안 본 새가 더 많았다. 텍셀은 가히 새들의 천국이라 할 만했다.

이집트 기러기 [사진제공=한동욱]
이집트 기러기 [사진제공=한동욱]

텍셀섬의 보물, 에코마레센터

텍셀하면 뭐니 뭐니 해도 에코마레(Ecomare) 방문자센터가 가장 유명하다. 다양한 해양생물과 갯벌과 사구 관련 전시물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물범을 보호하는 시설과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연결되어있는 해안사구는 으뜸이다. 구조치료 후 야생 방사가 어려운 장애를 가진 물범이나 노화로 인해 야생 생존율이 떨어지는 물범들을 영구적으로 돌보는 시설이었다. 특히 이러한 개별 물범들의 생존 스토리를 방문객들에게 안내하고 ‘측은지심’을 가지게 하는 전시 풀(pool)이 있어서 더욱더 의미가 있었다. 

와덴해의 물범은 비단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전체 와덴해의 깃대종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동 깃대종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하고 함께 관리하는 것은 한강하구나 황해협력에 꼭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장애를 입어 에코마레센터의 돌봄을 받고 있는 회색물범 [사진제공=한동욱]
장애를 입어 에코마레센터의 돌봄을 받고 있는 회색물범 [사진제공=한동욱]
에코마레 방문자센터 전경 [사진제공=한동욱]
에코마레 방문자센터 전경 [사진제공=한동욱]

습지보전·복원 국제NGO 국제습지연합

이번 학술여행은 와게닝겐(Wageningen)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습지연합(Wetland International) 방문으로 마무리되었다. 습지연합은 전 세계 습지 보전과 복원, 관리를 위해 뛰고 있는 국제 NGO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20개의 국가별 지회가 있고, 24개의 정부 회원, 9개의 NGO 회원, 27개의 프로젝트 파트너가 함께 뛰고 있는 범지구적 습지 보전 단체다. "지구적으로 건전한 과학, 다학제적 협력, 전통지식과 가치존중, 인권존중과 성평등 기여, 투명성과 책임"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이나 서식지 보전 이슈만이 아니라 빈곤 타파, 성평등, 전통지식 보전 등 다양한 교차 이슈들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EU나 정부들의 프로젝트, 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날은 연안과 삼각주(델타) 프로그램 책임자, 전체 비즈니스와 생태계 프로그램 책임자, 그리고 아시아지역 자문관이자 장항습지를 방문했었던 태지(Taej)박사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습지연합의 프로그램 중 우리와 관계가 깊은 것은 물새 동시 센서스이다. 전 세계에 동시에 진행되는 이 센서스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서식하는 물새 현황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모니터링하는 시민과학사업이다. 

꼬까도요 무리 [사진제공=한동욱]
꼬까도요 무리 [사진제공=한동욱]

하천 복원하고 시민들과 혜택 나눠  

태지박사의 안내로 우리 일행은 네덜란드의 하천 복원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바로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천의 물길을 넓히는 사업 ‘room for the river project’ 현장이었다. 제방을 축조하여 좁아진 하천 폭을 넓히고 홍수터를 습지로 만들어 홍수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가 안내받은 곳은 발강(Waal river)이었다. 발강은 스위스에서 발원한 라인강이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경계를 들어오면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중 큰 강이다. 여러 국가의 접경을 넘나드는 '공유하천'인데, 하류 부분인 네덜란드지역은 범람이 잦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1300년경부터 제방을 쌓았다고 한다. 이런 하천의 제방을 터서 확장하고, 홍수터를 만들어 물 안전과 생태복원을 이루어 낸 곳이었다. 

우이폴더의 야생말 [사진제공=한동욱]
우이폴더의 야생말 [사진제공=한동욱]

특히 우리가 방문한 네이메헨주(Nijmegen) 우이폴더(Ooijpolder)지역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었다. 이곳은 조류서식처를 넓히기 위해 나무를 제거하여 개방 수면을 확보하고, 흑소와 야생말을 방목하여 초장이 긴 식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하천의 폭을 넓히고, 제방을 뒤로 확장하는 비용은 리버뷰가 있는 고급주택가를 만들어 해결했다. 그리고 하천 복원 혜택을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복원지역의 일부는 요트, 강수욕, 캠핑, 자전거, 트레킹 등 레저활동을 할 수 있게 조성했다. 보호지역과 주변 농경지, 소하천에는 탐조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젠 탐조행사가 지역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습지복원을 통해 자연과 인간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우이폴더의 람사르사이트 [사진제공=한동욱]
우이폴더의 람사르사이트 [사진제공=한동욱]

국제적 난제 풀어내는 NGO단체의 역할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NGO가 접경지역 습지를 관리하는 쯔빌브록(Zwillbrock) 생물학연구소를 방문하였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접경지에서 습지 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수행하는 일을 들어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독일의 37개 보호구역 3,200ha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지역 생물학자와 목동, 시· 군· 주의 농업부서, 보전농업을 영위하는 농부, 지역 자연 보전 단체, 보전운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두 나라의 접경에 걸쳐 있는 이탄지 보전, 습원 복원, 히더초지 및 식물종 관리, 플라밍고 서식지 관리를 위해 지속해서 농민들과 협업하였다. 또한 생태모니터링과 생태지도를 제작하고, 지자체에 의사결정에 정보를 제공하며, 조류번식지 관리와 특히 유럽 최북단 플라밍고 번식 습지 관리를 수행하고 있었다. 

쯔빌브록 생물학연구소 방문기념 [사진제공=한동욱]
쯔빌브록 생물학연구소 방문기념 [사진제공=한동욱]

과학적 활동 이외에도 농민들에게 보호지역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친환경마크를 보급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전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접경 협력을 통한 습지 보전 협력을 이끌고 있었는데, 접경지역의 농업용수와 습지 건조 문제와 같은 예민한 사항을 다루고 있었다. 같은 EU 국가라 하더라도 엄연한 국가 간 차이, 예를 들면 양국의 해발고도 기준점이 다르고 지하수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물이용 문제는 매우 까다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국가기관보다 NGO간 협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접경협력을 위해 꼭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플라멩고 습지 [사진제공=한동욱]
플라멩고 습지 [사진제공=한동욱]

소중한 기회 제공해 준 한스자이델재단

이번 학술여행은 독일에 본부를 둔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의 열정적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세계유산지역인 와덴해 갯벌에서 각국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났고, 접경 협력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남북협력이나 황해 보전에 필요한 자세와 진심 어린 조언도 얻었다. 
이번 여행에서 누구보다 큰 감동을 준 이는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인 베른하르트 젤리거박사이다. 서울에서 부산의 거리를 이동하면서 운전과 현지 안내, 회의 진행, 식사 통역까지 1인 4역을 맡아 주었다. 열정적으로 새를 보는 진정한 탐조인이기도 했다. 이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태지 뭉커 박사님과 함께 [사진제공=한동욱]
태지 뭉커 박사님과 함께 [사진제공=한동욱]
붉은부리갈매기 [사진제공=한동욱]
붉은부리갈매기 [사진제공=한동욱]
흰죽지꼬마물떼새 [사진제공=한동욱]
흰죽지꼬마물떼새 [사진제공=한동욱]
재갈매기 [사진제공=한동욱]
재갈매기 [사진제공=한동욱]
회색물범이 돌봄을 받는 풀 [사진제공=한동욱]
회색물범이 돌봄을 받는 풀 [사진제공=한동욱]
사구국립공원 [사진제공=한동욱]
사구국립공원 [사진제공=한동욱]
혹고니 [사진제공=한동욱]
혹고니 [사진제공=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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