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북해 와덴갯벌 생태 순례기(2)

① 독일과 덴마크의 접경
② 독일의 와덴해와 하구  
③ 네덜란드와 독일의 접경

와덴해 구역도. 독일지역은 2개의 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지도출처: CWSS)
와덴해 구역도. 독일지역은 2개의 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지도출처: CWSS)

세계유산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
국제와덴해학교-공동관리사무국 미팅
기수역과 해역 둘러보는 아이더강 하구 
핵심역할은 자연보전과 인간복지의 조화

덴마크와 북독일의 접경을 지나 본격적으로 독일 와덴해로 접어들었다. 연방제인 독일은 와덴해를 두 개의 주가 관리한다. 북독일지역은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남독일은 니더작센주다.   독일땅에서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와덴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넓은 습초지가 있고 곳곳에 새들과 양떼, 소떼가 풀을 뜯는다. 낮고 넓은 제방에는 가축들을 풀어 친환경 제초와 동물복지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남으로 달리다 보니 궂은 날씨는 개이고 하늘은 푸르다. 일부항구와 해로를 제외하고 북해에 접한 해안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3국 전체 구간 중 50%가 넘는 면적이다. 전체 해안 500km 중에 250km가 넘는다.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다. 감탄이 절로 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독일이 가장 먼저이니 와덴해 3국에서 독일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후줌 국립공원하우스 [사진=한동욱]
후줌 국립공원하우스 [사진=한동욱]
물티마르 고래전시장 [사진=한동욱] 
물티마르 고래전시장 [사진=한동욱] 

독일지역에만 42개가 있는 방문자센터 

독일 와덴 구간을 안내할 국제와덴해학교(IWSS) 코디네이터이자 책임자인 아냐(Anja)씨를 오랜만에 만났다. 와덴 3국의 협력을 부드럽게 이끌고 있는 소통의 달인이다. 세계자연유산 지정(2009년) 이후 줄곧 환경교육, 갯벌체험, 조류관찰, 방문자센터 기획, 갯벌명상, 생태관광, 셀프가이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센터 간 정보교류를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현지 주민 안내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개 책자를 개발해서 배포하고 있다. 

와덴해 전역의 방문자센터가 60개이고 독일지역만 42개가 있는데 이들의 관리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인물이 아냐씨다. 방문자센터들은 대부분 지역의 그린 NGO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꼭 가보아야 할 와덴해 방문객센터 두 곳을 아냐씨가 추천했다. 하나는 후줌(Husum) 국립공원 하우스(National park house)이고, 또 하나가 물티마르(Multimar) 해양센터이다. 

국립공원하우스 관광상품 [사진=한동욱] 
국립공원하우스 관광상품 [사진=한동욱]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하는 시설들

후줌 센터는 그중 가장 오래되었고 모범적인 센터로 와덴해 보호협회인 슈츠스타치온 바텐미어(SW)가 운영하고 독일WWF가 관리전략을 지원하며, 슐레스비히-홀스타인 국립공원 사무소가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후줌센터는 도시 내에 있어 어린 학생들이나 가족들이 접근하기가 쉽다. 멀리 있는 보호지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시간 생태정보와 고급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생태교육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생태관광 상품도 접할 수 있다. 스토리보드와 박제, 수조 등을 골고루 갖추어 놓아서 작지만 매우 내실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물티마르(Multimar) 해양센터는 전체 와덴해 방문자센터 중에 유일하게 주정부가 직영하는 기관이었다. 직영인 만큼 규모도 크고 전시물도 매우 훌륭했다. 아쿠아리움과 자연사박물관을 합쳐 놓은 듯했다. 와덴해 갯벌과 해양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조류박제들과 이곳에서 좌초되었던 고래 골격도 전시되어 있다. 해양생물과 해양과학 교육시설로 특히 인공갯벌을 재현해 둔 대형갯벌수조가 인상깊었다. 

물티마르 갯벌수조(메조코즘) [사진=한동욱]
물티마르 갯벌수조(메조코즘) [사진=한동욱]
선상 저서생물 관찰 [사진=한동욱]
선상 저서생물 관찰 [사진=한동욱]
선상 저서생물 관찰 [사진=한동욱]
선상 저서생물 관찰 [사진=한동욱]

새로운 종 만나는 탐조의 기쁨

센터들을 둘러 본 뒤 아냐씨의 안내로 아이더강(Eider) 하구에서 새를 보기로 했다. 긴 기수역을 가진 곳으로 하구수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가동수문이 설치된 곳이다. 배를 타고 하구 기수역을 따라 내려가며 탐조를 하고, 하구 수문을 열고 바깥 해역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처음엔 자욱한 안개로 가물거리던 새들이 바다로 갈수록 점차로 가까워 지기 시작하였다. 한강하구에서 익히 보던 흰죽지, 붉은부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뿔논병아리, 물닭, 왜가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민물가마우지… 새 천지다. 

흰죽지 [사진=한동욱] 
흰죽지 [사진=한동욱] 

역시 탐조의 묘미는 새로운 종을 만나는 것이다. 긴 기수역을 지나 수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드디어 바다새인 아이더가 보인다. 커먼 아이더(Common Eider)다. 우리나라에 오는 호사북방오리와 유사한 종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요,물떼새와 오리, 기러기, 갈매기들을 보고 운 좋게 항구에서 노니는 물범도 만났다. 배를 타는 도중 선원이 직접 어구를 이용해 잡은 바다 생물을 관찰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경이로운 갯벌을 접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와덴해를 세계유산으로 잘 이끌어 갈 것이다.  

왜가리 [사진=한동욱]
왜가리 [사진=한동욱]

습지와 관광 결합한 ‘와덴 맥주길’ 구상 

아이더강하구 선상탐조를 마치고 니더작센주가 있는 남독일로 향했다. 두 주의 경계인 엘베(Elbe)강을 넘어 빌헬름스하펜에 도착해 와덴해공동사무국(CWSS)을 방문했다. 이 사무국은 1987년 와덴 3국이 협력하여 세운 와덴해 독립관리기구다. 와덴해 보전과 그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 복지의 조화가 핵심 목표다. 과학적 방법으로 와덴해의 온전성(Integrity)을 보전하기 위해 과학적 모니터링 결과를 존중하고, 정책결정자와 과학자, 교육자 간 정보 소통을 최우선시한다. 

여기서 오랜 지인이자, 사무부총장을 맡은 마렌식박사에게서 3국 협력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초기 각국 국립공원간 시스템이 달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긴 시간 동안 협력방안을 찾아왔으며, 과학기관들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왔다고 한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배운 교훈들로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3국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마렌식박사는 모두가 좋아하는 맥주를 소재로 오래된 브루어리들을 와덴해 보전에 참여하게 하고 관광객들에게 명품맥주를 소개해주는 이름하여 ‘와덴 맥주길(Beer rout)’을 고민하고 있단다. 어쩌면 다음 번 방문에는 맥주와 함께하는 와덴해 투어가 가능할 것 같다. 생태협력은 비정치적이고 부드러운 협력부터 시작하자. 

와덴해공동사무국 마렌식박사 장항습지 람사르등록 축하
와덴해공동사무국 마렌식박사 장항습지 람사르등록 축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습지관리 원칙 

와덴해 접경습지는 과학적 관리를 원칙으로 과학자그룹과 정책결정자 간 소통이 핵심이다.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훈육, 교육프로그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과학중심주의와 합리적 의사결정의 원칙은 한강하구습지와 황해갯벌 협력이 남북과 중국 간 협력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검은머리물떼새 [사진=한동욱]
검은머리물떼새 [사진=한동욱]
물새들의 천국 아이더강 하구 [사진=한동욱]
물새들의 천국 아이더강 하구 [사진=한동욱]
탐조선박 [사진=한동욱]
탐조선박 [사진=한동욱]
코먼 아이더 [사진=한동욱]
코먼 아이더 [사진=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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