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풀뿌리공동체 7주년 토론회
생활문제 해결위한 주민자치활성화
정치적 편견 넘어 지원강화해야
전면전환 1년, 사무국지원 필수
걸음마 뗀 자치회 예산 늘려야
[고양신문] 고양시가 내년 예산안에 주민자치활성화 분야 예산을 55% 감액시킨 가운데 이에 대한 문제점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고양풀뿌리공동체는 21일 창립 7주년을 맞아 고양시 주민자치회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최근 고양시의 대대적인 예산 감액발표 이후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처음 들을 수 있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토론을 맡은 이바다 마두1동 주민자치회장, 김영식 주엽2동 주민자치회장, 임현철 창릉동 주민자치회장을 비롯해 각 주민자치회 관계자 다수가 참석했으며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 문명순 민주당 고양갑 지역위원장, 이재준 전 시장 등 지역 정치인들도 함께 했다.
첫 발제를 맡은 오수길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근대국가 이후 도시형성과정에서 자치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며 공동체와 주민자치가 도시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오수길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특정 지역 주민들이 수년 이상 자치활동을 진행한 뒤 청원을 넣으면 주 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도시로 인정해줬다”며 “고전 사회학자인 막스베버 또한 도시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중요 요소 중 하나로 자치와 공동체 활동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자치공동체 활성화 정책은 단순히 호불호 문제를 넘어 그 자체가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자치공동체 사업은 2010년 이후 고양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자체에서 중요한 정책으로 대두됐다. 오수길 교수는 “자치공동체 활성화 정책은 그동안 국민국가,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했던 각종 생활적 문제들을 이제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등장한 것”이라며 “하지만 민선 8기 고양시는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정치적 색안경으로만 바라보고 사업을 폐기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올해 고양시 44개 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주민자치회 활동이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예산 감액으로 위기에 놓인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으로 △조례에 명시된 주민세 활용을 통한 자치회 재원 마련 △주민자치회 협의회 법제화 요구 등을 제시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 시간은 사무국 설치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바다 마두1동 주민자치회장은 “예산감액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지만 정작 주민자치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라며 “왜냐하면 센터나 활동가들이 바라보는 위기와 주민자치회 당사자들의 문제의식 사이에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바다 회장은 “실제 주민자치회가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사무국 설치운영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 예산운영에 대한 행정의 간섭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 등인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문제에 앞서 이러한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바다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사업에 허덕일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확대하고 주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마을의제를 발굴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동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자치회에 반드시 정보가 공개되고 논의·협력을 거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 주민자치회 사업비 지원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영식 주엽2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회 전환 이후 예산 정산에 어려움을 느껴 간사를 채용해달라고 했더니 담당 부서는 오히려 정산업무를 줄인다는 취지로 자치회에 주는 돈을 줄여 버렸다”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잘 지원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영식 회장은 “시는 주민자치회 스스로 돈을 벌어서 쓰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비영리단체인 자치회에게 영리사업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마을총회를 통해 주민들이 제안한 마을 의제들이 실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방안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철 창릉동 주민자치회장 또한 “주민자치회 활동은 향후 고령화 사회를 맞아 은퇴한 고급인력들을 활용해 동네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등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더 활성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예산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행정의 심각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