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고양신문] 금년 한 해를 정리합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나쁜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은 더 많았습니다. 남들에게 뭔가를 준 적도 있었지만, 받은 것들은 더욱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두 감사한 일들입니다.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그렇게 이름을 부르다보면 짧은 지면을 다 채워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고 한 해를 살아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하트를 날립니다. 덕분에 즐거웠고, 덕분에 살았습니다. 환대받은 만큼 돌려드릴 수는 없겠지만 또 다른 환대로 다른 분들에게 기쁨을 전파하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글들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힙니다. 이 늙음의 현상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내가 하는 일이 다 소중한 것이라 여겼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쓸데없는 일들도 참 많이 하며 살았구나 싶습니다. 내가 해야 소중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잘 챙겨 해야함을 느낍니다. 이제는 소중한 일만 해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생애, 소중한 것들을 잘 챙겨가며 살아야겠습니다.
올해는 노자와 함께 한 한 해였습니다. 동녘평화센터 봄에서 진행한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노자 페스티벌을 4반이나 운영하며 강의했습니다. 내년도에는 여기서 맺은 인연으로 장자와 함께 하려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올리는 브런치에 <노자의 글쓰기>를 연재했는데, 어느덧 81회를 채우고 책으로 엮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는 마음가짐』이라는 제목으로 연말에 책이 나올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강의하고 글쓰는 일이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청중과 독자들이 마음으로 응원하고, 도서관이나 학교, 책방이나 문화센터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책으로 나오는 행운은 출판사의 투자가 꼭 필요한 일이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34권이나 되는 책을 낼 수 있게 된 것은 정말로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노자와 함께 일 년을 지냈으니 한 해를 마감하기에 좋은 노자 《도덕경》 67장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67장에서 노자는 자신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고, 셋째가 앞서려고 하지 않음입니다. 요즘 말로 바꾸면 주는 사랑, 아낌, 섬김이지요. 사랑이 있기에 용감해지고, 아끼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섬기기에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랑을 버리고 용감하려만 하고, 아낌을 버리고 풍족하려만 하고, 섬김을 버리고 이끌려고만 한다면, 죽게 됩니다.” 사랑 없는 용감은 폭력이고, 아낌 없는 소비는 타락이고, 섬김 없는 이끔은 독재가 됩니다. 타락한 폭력의 독재가 오래 간 적이 없습니다.
저는 올 한 해를 마감하며 노자가 말한 사랑, 아낌, 섬김의 세 가지 보물을 우리의 보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경제적 침체기와 기후 위기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노동 전반에 걸쳐 더욱 안 좋아지는 상황이 예견되지만, 이 세 가지 보물이라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되지 않을까요? 더 많이 아끼고,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섬기는 삶!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미래에는 더더욱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힘든 일이야 사라지지 않겠지만, 서로 아끼고 돕고 나눈다면 내년도에도 평안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한 해가 지나도록 살아계셔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언젠가는 삶이 멈추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작더라도 소중한 것들을 챙기면서 같이 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