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하락장 이어지자 
재건축 주춤, 리모델링 꿈틀
정책적으로는 재건축 우선했지만
결국 시장상황이 추진동력 좌우   


[고양신문] 고양시 아파트값 하락세가 거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고양시는 2022년 7월 하락 전환 이후 2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0월 31일 기준 고양시 주간 아파트값 하락률이 0.28%이었는데 최근인 12월 26일 기준으로는 0.68%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값의 하락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새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실거래가 기준)은 8.5%,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3.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 하락폭은 13.2%,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은 18.4%로 나타났다. 

아파트값 하락의 원인으로 단연 고금리가 지목되고 있다. 1기신도시의 경우에는 아파트값 하락의 원인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시들해졌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1기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일정 부분 재건축 기대감과 맥을 같이 했다.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는 동안 재건축 관련 공약이 쏟아지며 재건축 기대감은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다. 실제로 일산을 비롯한 1기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방선거 직후 시점인 작년 7월까지 상승세가 유지됐고 재건축 붐도 이어졌다. 하지만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양시 아파트 단지 곳곳에 나붙어 있던 ‘재건축 주친위원 모집’ 혹은 ‘OO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 현수막이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2023년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일산 등 1기신도시의 재건축 추진 열기를 되돌아본다. 재건축 열기가 주춤한 사이 리모델링 사업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주택재정비에 대한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규제가 아니라 집값 하락   

주민들은 정부 출범 이후 바로 재건축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2024년까지 도시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실망감을 나타냈다. 당초 정부는 작년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대통령 임기 5년 내 삽을 뜨겠다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약속을 했었다. 

지난달 8일 국토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역시 주민들의 실망을 누그러뜨렸다고 볼 수 없다.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으로 그동안 재건축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구조안정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췄다. 대신 주차대수·일조환경·층간소음 등을 평가하는 ‘주거환경’ 비중을 현행 15%에서 30%로 높였다. 그럼에도 일산의 재건축 추진단지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산의 한 재건축 추진위는 “일산신도시의 경우는 최소 구조안정성 비중을 20%~10% 이하로 더 낮춰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정도의 완화 수준이라면 일산에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단지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난 12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으로 일산의 재건축 추진단지 중에서 시범단지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센터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구조안정성 비중을 20%까지 낮췄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보다 높은 30% 선에서 결정했다. 아마 현 정부는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30%선이 적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조안정성 비중을 너무 낮췄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전세난 등 재건축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해 정부는 1기신도시에서 많은 단지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시범단지만을 선정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 같다. 구조안정성 비중 30%는 정부의 이 같은 판단의 결과일 것이다”고 말했다.    

일산의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들은 재건축 추진의 또 다른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규제 완화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이 얻은 이익의 일정부분을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에서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비업체 전문가는 “안전진단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규제를 모두 완화하라고 하는 주장은 과욕이다. 이러한 주장은 재건축 규제 자체를 없애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다. 현재 재건축을 어렵게 하는 것은 재건축 규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도 어쩔 수 없는 시장상황이 놓여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단지 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싸움. 일산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척되고 있던 주엽동 강선마을 14단지 아파트 앞에는 이를 저지하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현수막(왼쪽)이 걸렸다. 반면 현대건설로 시공사까지 선정한 이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는 재건축 사업성이 없다는 현수막(오른쪽)을 내걸고 있다.
같은 단지 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싸움. 일산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척되고 있던 주엽동 강선마을 14단지 아파트 앞에는 이를 저지하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현수막(왼쪽)이 걸렸다. 반면 현대건설로 시공사까지 선정한 이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는 재건축 사업성이 없다는 현수막(오른쪽)을 내걸고 있다.

정부도 고양시도 정책적으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 지원에 주력 


사실 재건축 활성화 정도는 선거기간 내세운 공약이나 정부정책보다 결국 시장상황에 의해 좌우된다. 아파트값, 건축자재 가격의 등락 등 시장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이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모두 위축된 상태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시장상황보다 정치상황에 리모델링·재건축은 좌우됐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는 정책적으로 재건축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인 반면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 정책 측면에서나 고양시 정책 측면에서나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그리고 앞으로 추진할 1기신도시특별법, 재정비 마스터플랜 등은 모두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의 한 정비업체 전문가는 “리모델링 기금을 선도적으로 적립했던 성남시나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추진했던 경기도의 단체장에 있었던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현 정부가 리모델링 추진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특히 서울시는 리모델링 조합 인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역시 이재준 전임 시장 때까지만 해도 주택재정비사업의 초점이 리모델링에 맞춰져 있었지만, 이동환 시장 취임 후에는 ‘주민 맞춤형 1기신도시 재건축’이 핵심과제일 정도로 재건축이 중요한 사업과제로 떠올랐다. 고양시는 이재준 시장 취임 때인 2020년 처음으로 5억원의 리모델링 기금을 적립한 데 이어 2021년 10억원, 2022년 10억원 등 총 25억원의 리모델링 기금을 적립해왔다. 향후 2026년까지 최대 100억원의 기금을 적립한다는 방침도 세웠었다.

하지만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향후 100억원의 리모델링 기금 적립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고양시 관계자는 “올해(2023년) 본예산에 추가적인 리모델링 기금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시장상항은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수그러드는 사이 리모델링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형국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 사업보다 안전진단 장벽이 낮은 데다 부담금이 적다. 이 때문에 정책적으로 재건축 관련 규제완화 등 지원책이 거론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는 데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향후 리모델링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10년 후인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산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는 “정부나 고양시가 재건축을 우선시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산 문촌마을16단지는 최근 포스코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하고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백준 J&K 정비사업 대표는 “올해 설명절이 지나면 바로 약 3개월간의 안전진단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문촌16단지는 수평 증축을 통해 기존 956가구에서 1099가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강선마을 14단지는 지난 9월 리모델링 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792가구 규모에서 수평 증을 통해 지상 910가구로 거듭나기 위해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강선마을 14단지 리모델링 추진위는 현대건설과 함께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주엽동에 리모델링 홍보관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민에게 다양한 사업 선택권 줘야 
행정적으로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


일산을 비롯한 1기신도시 주민들은 새로운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져왔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주건환경’은 여러 가지 형태로 가능해진다. 정부와 고양시가 주력하는 재건축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소규모정비사업으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와 고양시는 현재 가장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건축에만 정책적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과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리모델링 추진하자는 사람들과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일산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척되고 있던 강선마을 14단지, 문촌마을 16단지 아파트에는 모두 이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시장상황과 본인의 자산을 고려해 주민들이 다양하게 사업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센터장은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에 대해서는 시범단지로 선정해 재건축을 진행하도록 지원하면 된다. 하지만 재건축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단지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지원책도 열어줘야 한다.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적합하지 않는 낡은 저층 주거지에 대해서는 소규모주택정비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이렇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먼저 행정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고양시는 이러한 정확한 정보 전달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 등 주택재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택재정비 계획 과정에서 정부·지자체·주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총괄기획가(MP)가 1기 신도시 지역별로 임명됐고 주기적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주택 재정비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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