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새해를 여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니, 이동환 시장이 이끌게 될 2023년 고양의 한 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합니다. 여러가지 이유 중 확연한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이동환 시장의 ‘대화불능’을 꼽겠습니다. 대화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생각을 듣는 것입니다. 고양시장의 대화 상대는 공무원일 수도 있고, 시민과 시민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의회라는 공적 기구일 수도 있습니다. 이동환 시장은 어느 상대와도 대화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이미 설계에 착공한 고양신청사 신축사업을 중단할 때도, 300억 대가 넘는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할 때도, 자치·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할 때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에 관계된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양시장으로서 이동환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당에 따라, 역량에 따라, 의지에 따라 다른 정책을 펼 수 있습니다.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택된 시장인만큼 시장의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시장의 생각은 정책과 예산, 시민의 삶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대화능력을 가진 시장은 설득하든, 설득 당하든, 생각을 조정하고 협력할 줄 압니다. 그러나 이동환 시장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하는 것 부터 부실합니다. 설득과 협력은 기대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고양시 내년 예산안이 심의되지 못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집행될 예정입니다. 이동환 시장이 자치·복지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신청사 신축 등 대규모 사업을 시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데 대해 민주당 시의원들이 예산심의권 보류로 맞대응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환 시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을 잘 설득하라고 당부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시의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협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시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하찮게, 무력화 하고 싶은가 봅니다. 경험의 부족, 무지에서 나오는 독선이 아닐까 합니다. 

더 착잡한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습니다. 68억원의 사업예산을 이미 지출한 원당 고양신청사를 백석동 요진타워 업무용 빌딩으로 옮기겠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신청사를 원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한 임시청사든 영구청사든 논란이 폭풍처럼 거셀 겁니다. 원당신청사 존치위원회와 지역구 시의원들은 삭발투쟁을 시작으로 죽기아니면 살기로 싸울 태세입니다.  이동환 시장 지지자들은  시민단체를 만들어 백석동 이전을 위한 여론전을 준비합니다. 원당과 백석, 대곡 등 신청사 유치를 희망했던 주민들이 맞붙게 될테고, 덕양과 일산의 대립이 시작될 겁니다. 그간의 지역 갈등 중 가장 심란하고 어려운 갈등이 불붙을 겁니다. 도대체 그 어떤 가치를 위해 지역사회를 두 동강 내면서까지 가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는 길이 유일한 바른 길이고, 그 길을 위해서라면 어떤 시련도 견디겠다는 용감한 시장을 꿈꾸고 있는 걸까요. 제발 꿈 깨시고 대화하는 시장으로, 기본부터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동환 시장은 불편한 질문에 대해 나는 한 번만 시장할 거라고 응수한다고 합니다. 어떤 대화도 차단하는 폭력적인 언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화와 협력 없이 시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습니다. 적잖은 공무원과 시민, 시민조직이 좌절감을 느낄 겁니다. 고양신문도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새해, 희망을 기원해봅니다. 대화로 먹고살아야 하는 고양신문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사회적 대화의 장을 깊고 넓게 만들겠습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대화의 힘을 키우면 이동환 시장도 변할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임기도 못 채우고 좌초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도 시민의 힘입니다.       

발행인 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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