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마음이야기-

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고양신문] 요 몇 년 새 소통이란 단어가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순환이 생명이고 막힘은 죽음이라는 의사의 제언은 인간사에서도 마찬가지리라. 소통전문가라는 김창옥 강사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불통 지옥을 경험했다 하니 소통에 대해 누구보다 고심했을 것이다. 김창옥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부부 갈등이나 부모 자식 간의 갈등에 대해 털어놓으면 이들에게 해법과 위안을 주었다. 김창옥씨는 열등감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에 사용한 승리자다. 
  
오은영 박사의 육아 해법 TV프로 <금쪽이를 부탁해>를 보면 위기의 가정이 넘쳐난다. 검진은 간단하다. 아이가 웃고 있는가, 아이의 엄마는 웃는가, 아니면 남편이 집에 들어와 웃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유튜브 볼 때만 히죽거릴 뿐이라면 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은 서로 굳게 닫혀 있는 상태일 것이다.
  
겨울의 맹추위에 수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요즘, 따뜻한 햇살도 박하고 산책마저 쉽지 않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난방비까지 줄여야 하는 서글픈 시절이다. 이때, 마음의 궁핍함은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만 같다.
  
상담실을 찾은 최모씨는 어린 시절 남동생이 태어난 뒤로 외가에서 유년을 보냈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천주교도셨고 모임과 외출이 잦았는데, 잠들었다 깬 뒤 집에 아무도 없어 울면서 외할머니를 찾아다니곤 했다고 했다. 그 시절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보라고 했더니 자신은 혼자 마당에 서 있고 외할머니는 기둥과 지붕이 있는 곳에서 떡을 해놓고 기다리는 모습을 그렸다. 상담사가 보기에 그 그림이 상징하는 것은, 외할머니는 음식을 주는 분이었지만 마음으로는 분리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최씨는 외가에 있으면서 하나의 가족이 되지 못하고 양육자로부터 따뜻한 교감을 받는 경험은 적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집에서의 생활도 비슷해서 친어머니 역시 그런 분이었고 자신에게 남동생을 돌보는 역할을 맡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은 어떠했을까. 역시 불안정한 정서를 가진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고통을 겪었다. 이후 최씨는 각고의 노력으로 가정의 안정을 찾고 사업가가 되었지만 욕심껏 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 상담실을 내방한 것이었다. 사업상 인간관계를 하면서 마음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아 일방적으로 주다가 버림받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었다.
  
서로 존중해 주지 않으면 그것은 대를 이어 가뭄현상으로 나온다. 무관심은 무관심을 낳고 모성결핍은 모성결핍을 낳는다. 제2, 제3의 최씨들이 영혼이 병든 채 아픈 삶을 살 것이다.
  
물어보아야 한다. 둘째가 태어나는데 첫째를 맡겨야 한다면 아이에게 물어야 한다. 자상하게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아이가 수긍할 때까지 기다리고 진행해야 한다. 아이의 삶은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아이를 바깥으로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린이집에 보내게 될 때도 영어학원에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믿었던 대상인 부모와의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뢰가 깨진다는 것은 단절이다.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이 오고 가서 순환이 되어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습성을 가진 오해의 달인들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 서로가 힘든 일과 기쁜 일을 나누어야 건강하게 산다는 것을 사이언스지 논문에서라도 찾아 인용하고 싶은 마음이다. 
  
생명은 귀하지 않은가. 생명은 통할 때 비로소 유지된다. 막힌다면 죽음이다. 집에서 이런 습관이 밴다면 아이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묻게 될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친구가 한둘이겠는가. 커서 직장에 다니며 그 많은 인간군을 겪으면서도 상처를 덜 받게 될 것이다. 
  
뉴스를 보면 대통령도 시장도 온통 불통 일색이다. 

물으세요. 그리고 들으세요. 병들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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