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최근 교통량이 한가한 곳에는 회전교차로가 조금씩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회전교차로란 교차로 중앙에 원형 교통섬을 두고 자동차가 교통섬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해 통행하게 하는 시설을 말한다. 회전교차로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200대 이하 차량이 통과하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적합하다. 

도농복합지역인 우리 경찰서에서도 교통안전 현장간담회를 하다 보면 교통량이 한가한 곳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해달라는 측과 그곳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측이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신호등에 의한 정확한 지시가 익숙한 한국적 교통문화에서는 신호등이 없고 통행 방법이 생소한 회전교차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에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을 마련하고 전국 국도·지방도 등에 본격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해 2020년 말 기준으로 총 1564개의 회전교차로가 운영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교통사고 분석이 가능한 476개소(2010∼2018년 설치)에 대해 설치 전 3년 평균 데이터와 설치 후 1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총 교통사고 건수는 817건에서 615건으로 24.7%가 감소했고, 사상자 수는 1376명에서 921명으로 33.1% 줄었다. 특히 사망자는 76%(17명→4명), 중상자는 40%(431명→257명)가 줄어들어 중대 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교차로 평균 통행시간도 설치 전에는 25.2초가 걸렸지만, 설치 후에는 19.9초로 5.3초가 단축돼 원활한 차량흐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국도 77호선과 국지도 55호선이 교차하는 전남 해남군 남창교차로는 교통량이 적은 비신호 교차로로 통행우선권이 불명확 및 안전운전 불이행 등으로 회전교차로 설치 전 3년(2012~2014년)간 19건의 교통사고로 5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회전교차로 설치 이후인 2016년 이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긍정적인 수치가 많은 회전교차로지만 운전을 자주 하지 않거나 회전교차로의 개념을 들어만 보고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운전자들은 회전교차로를 대하면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순간 당혹해 멈칫하거나 방향지시기를 켜지 않고 직진만 하려고 한다. 특히 회전교차로 진입로에 ‘회전 차량 우선’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도 많은 운전자가 회전교차로 우선 차량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늘 상존한다. 즉, 운전자들이 회전교차로 통행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회전교차로는 차량흐름 개선 효과가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회전교차로의 정확한 통행 방법을 알고 안전하게 운전할 필요가 있다. 회전교차로의 올바른 통행 방법으로 첫째, 회전교차로의 통행우선권은 회전 중인 차량에 있다. 즉 회전교차로에 진입 시 서행하고, 회전 중인 차량에 양보해야 한다. 

둘째,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때는 반드시 반시계방향으로 통행해야 한다. 시계방향으로 통행할 경우 역주행이 되어 교통법규 위반일 뿐만 아니라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반시계방향으로 통행해야 한다. 

셋째, 회전교차로 진출 시에는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서 다른 운전자에게 진출을 알려야 한다. 방향지시등은 뒤따르는 차량에 진출을 알리는 것과 함께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에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한번 간단히 정리하면 △통행 우선순위는 회전 차량 우선 △진행 방향은 반시계방향 △진출 시 방향지시등 점등이다. 이 3가지만은 꼭 기억하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회전교차로가 많이 존재했다. 그러나 자동차 급증에 따른 운전문화가 성숙하지 않아 교통체증과 사고 다발의 원인으로 지목돼 사라졌던 회전교차로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광장 회전교차로는 선진 시민의식이 잘 작동해 서로 양보하면서 12개의 출입구로 차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회전교차로에 대한 올바른 통행 방법을 홍보하고, 더불어 운전자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안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을 만한 거대한 회전교차로가 서울 광화문에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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