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신맛 나는 비타민C, 감기 예방·회복에 도움
증상 시작될 땐 매운 음식으로 냉기 발산해야
상황 따라 적절한 음식 섭취하는 지혜 필요
[고양신문]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철이 되면 이를 예방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C를 찾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약국에서는 정제, 산제, 츄어블 정제, 드링크제, 발포형 제제 등의 다양한 형태의 비타민C 제품이 취급되고 있다. 민간에서도 감기에 신맛 나는 레몬, 귤, 유자, 모과 등의 과일과 차를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 서양에서도 레몬이나 자몽, 사과 등으로 만든 따뜻한 음료인 뱅쇼를 먹는다.
비타민C는 체내 합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 또는 의약품 등으로 따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이다. 강력한 항산화제로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세포 산화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므로 면역증진에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콜라겐 합성을 통해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멜라닌 색소 생성 억제, 세균과 바이러스 증식 억제, 뼈의 형성, 신경전달물질 합성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비타민C가 부족할 경우는 피로감이나 관절통을 느낄 수 있고 지혈이 지연되거나 상처치유 능력이 저하되며 전신부종, 우울증, 신경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C의 감기에 대한 효과는 1970년 미국 화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폴링(Linus Pauling) 박사가 『비타민C와 감기』라는 저서를 통해 알려졌는데, 하루에 비타민C를 1000mg씩 복용하면 감기를 45%까지 예방할 수 있으며, 감기에 걸리더라도 지속 기간을 63%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직접 비타민C의 감기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연구한 결과, 비타민C 보충제를 먹을 경우 감기 증상이 다소 완화되고 투병 기간이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서 느끼는 맛으로는 신맛에 속한다. 그렇다면 비타민C를 비롯한 신맛 나는 음식들이 감기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타민C가 많은 레몬을 머리에 떠올려 보자! 바로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용은 신맛의 수렴작용 때문이다. 수렴작용은 끌어당기고 흘러나가는 것을 고정시키므로 우리 몸에서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서 기침, 땀, 설사, 단백뇨 등에 좋다. 임신부가 신 음식을 좋아하는 원리는 수렴작용을 통해 자궁으로 몸의 영양소를 모아주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좋다고 알려진 시큼한 맛의 산수유는 남자의 정액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또한 신맛은 우리 몸의 장부 중에서 간장과 담낭의 기운을 올려주므로 간장이 약해지면 사람들이 신맛의 음식을 자꾸 찾게 된다.
하지만 감기 초기에는 수렴하는 신맛의 성질이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기는 한방적으로는 나쁜 기운의 일종인 냉한 기운(감기 바이러스는 냉한 곳에서 활동성이 높다)이 몸으로 침입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배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수렴의 맛인 신맛보다는 발산하는 맛인 매운맛의 음식이 좋다.
매운맛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뭉친 것을 풀어주며 발산하는 기운이 있어서 몸 안의 노폐물과 땀을 피부를 통해 내보낸다. 또한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나쁜 기운을 막힌 구멍을 열어서 내보내는 활력의 맛이기도 하다. 요즘 청양고추, 떡볶이, 매운 라면, 마라탕 등의 음식이 젊은 사람들에게 널리 유행하는 이유는 각박한 삶과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분출하는데 필요한 맛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민간요법으로 감기 초기에 매운맛의 콩나물국을 먹거나 생강차, 파뿌리 달인 물 등을 마시는 것은 몸에 들어온 냉기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애주가들이 ‘감기 초기에는 고춧가루를 넣은 소주 한잔이 좋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이런 성질 때문에 보약을 먹을 때는 파, 마늘, 무 등을 금해서 몸을 보하는 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또한 매운맛은 우리 몸의 장부 중에서 폐장의 기운을 올려준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감기 초기에는 해열제나 따뜻한 갈근탕, 쌍화탕 등을 복용하고 몸을 따듯하게 하여 땀을 내는 것이 좋다. 당연히 매운맛의 음식을 먹고 땀을 푹 내고 나면 몸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타민C를 비롯한 신맛의 음식은 감기 예방이나 초기의 오한과 고열이 줄어들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기운을 보충하고 면역을 높이는 의미에서 적당하다. 신기하게도 곡식 중에서는 보리에 신맛이 담겨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따뜻한 보리차도 감기에 좋다.
올겨울은 코로나와 독감, 감기 등 유행성 질환이 혼합되어 특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매운맛과 신맛의 음식을 구분하여 섭취하면 지혜롭게 건강을 이겨낼 수 있겠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
